롯데콘서트홀, 한국 클래식 공연장의 '신세계' 연다

문학수 선임기자 2016. 1. 2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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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8월 개관 앞두고 미리 보니

8월 개관하는 롯데콘서트홀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2036석 규모의 연주회장은 1988년 지어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600석)과 더불어 한국 클래식 공연장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신 음향 설계는 물론 대형 파이프 오르간까지 설치돼 한국 최고의 콘서트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언론에 먼저 공개된 콘서트홀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객석에서 무대방향으로 바라본 롯데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 제공

■국내 첫 빈야드(Vineyard) 스타일

롯데콘서트홀은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빈야드 스타일을 도입했다. ‘포도밭형’으로도 불리는 이 형식은 1963년 베를린필하모닉홀을 필두로 일본의 산토리홀(1986년), 프랑스의 필하모니 드 파리(2015) 등 세계 유수의 연주회장들이 채택하고 있는 디자인이다. 한국에서는 롯데콘서트홀이 처음이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구조적 복잡함으로 음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건축기간이 길고 건축비가 많이 든다는 점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부채꼴(Fan)형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 지어진 도쿄예술극장이 이 형태다. 충분한 객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음향의 사각지대가 많고 좌석별로 음향 편차가 크다는 것이 단점으로 거론된다. 또 하나의 콘서트홀 유형으로는 오래전에 지어진 클래식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슈박스(Shoebox)형이 있다. ‘장방형’으로도 불리는 이 스타일은 음향 조정이 용이하지만 객석과 무대의 단절감이 단점이다. 국내에서는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고양아람누리 음악당이 여기에 속한다.

■4958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대형 오르간

국내에서 2000석 이상의 대규모 클래식 연주회장에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빈 무지크페라인 등 세계적 콘서트홀의 오르간을 제작해온, 171년 전통의 오스트리아 리거(Rieger)사가 제작과 설치를 맡았다. 롯데콘서트홀 김의준 대표는 “설치는 완료됐고, 4~5월까지 조율과 음향 테스트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주회장의 음향 설계는 일본 ‘니가타음향’의 야스히사 도요타가 맡았다. 일본의 산토리홀, 미국의 월트디즈니홀, 프랑스의 필하모닉 드 파리 등을 설계한, 특히 ‘빈야드 스타일’을 여러 번 경험해본 세계적인 음향전문가다. 김 대표는 “(그가) 자신이 설계한 일본 산토리홀의 음향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전했다. 롯데콘서트홀은 이 밖에 ‘박스 인 박스’ 구조를 도입해 “외부 소음과 진동을 완벽히 차단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국내 애호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콘서트홀의 ‘잔향’은 아직 미지수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잔향은 ‘2초’, 고양아람누리 음악당은 ‘그보다 조금 더 풍부한 잔향’ 등으로 계량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잔향의 변동 요소들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많다. 결국 콘서트홀 개관 이후, 실제로 듣고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드웨어는 국내 최고, 하지만 운영은?

롯데콘서트홀은 8월 개관 이후 12월까지 말러의 교향곡 8번, 작곡가 진은숙의 신작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 라 스칼라 필하모닉 내한연주회 등 다채롭고 풍성한 연주회들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국내 최고의 하드웨어’에 걸맞은 프로그램들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라는 진단이 많다. 기업의 메세나 정신, 다시 말해 롯데그룹의 지속적 관심과 후원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또 혼잡한 쇼핑몰에 입주해 있다는 점, 주차장 문제 등도 실무적 난제로 손꼽힌다. 김 대표는 “작년 9월 롯데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신동빈 회장이 100억원을 기부했다. 최종적으로 총 200억원의 기본 자산을 마련했다. 연주회장 자체의 흑자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면서 “쇼핑몰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애프터눈 콘서트’를 활성화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 것이고, 기업이 운영하는 콘서트홀의 모범 사례로 운영해보겠다”고 밝혔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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