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외직구족도 갸우뚱 개인통관고유부호 부작용
[주간동아]
주부 이선아(41) 씨는 국내 오픈마켓 사이트 해외구매 코너에서 커피머신을 골랐다. 주문 신청을 하던 중'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개인통관고유부호가 무엇인지 알아보니 국내 소비자가 해외 제품을 수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하는 부호였다. 하지만 발급이 쉽지 않았다. 이씨는 "발급 전용 사이트를 이용했지만 보안 프로그램 설치에 실패해 결국 포기하고 지인에게 부탁해 주문했다"고 말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관세청이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목적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포함한 개인정보 유출 방지다. 해외직구(직접구매)·구매 대행이 활성화하면서 국내 소비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외국 사업자에게 유출되자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부호를 만든 것이다. 2015년 3월부터는 목록통관(수입신고서 불필요)물품 중 일부와 모든 일반통관(수입신고서 필요) 물품을 구매할 때 꼭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쓰도록 의무화했다.
개인정보 저장소가 된 배송업체
물건 구매자와 수신자의 주소가 다를 경우 수신자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알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타인에게 해외직구 선물을 보낼 때 선물 받을 사람의 개인통관고유부호가 필요하다. 해외 물품을 받는 사람이 수입자가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정보다. 따라서 물건을 구매하기 전 수입자가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고 이를 구매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개인통관고유부호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발급 가능하며 우편이나 팩스로는 발급받을 수 없는데, 이 절차가 의외로 까다로워 발급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속출하고 있다. 해외 물품 구매대행업자 남경만(31) 씨는 "30대 이용자도 발급을 어려워해 구매를 중단하는 경우가 꽤 있다. 발급받은 후에도'개인통관고유부호는 비밀번호'라는 인식 때문에 남용 위험성을 두려워하는 소비자도 많다. 제도 취지는 좋지만 사후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2014~2015년에 걸쳐 발급 및 사용 관련 제도를 상당히 보완했다. 통관 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면 수입 일정이 늦어지거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개인통관고유부호는 꼭 필요하다. 현존하는 문제점은 앞으로 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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