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혁명] 내가 아직 기계로만 보인다고요? 당신과 협업 가능한 동료랍니다

조양준기자 2016. 1. 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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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진화 거듭하는 제조업로봇충돌 자동 감지, 부딪히면 멈춰 '쇳덩이에 전선' 단순 설비 탈피펜스없이 인간과 공동작업 가능식음료·금속산업 등 범위 확산.. 전통 강호 日 이어 EU·美 각축

글로벌 산업용 장비 업체인 스위스의 ABB가 지난해 4월 출시한 양팔 로봇 '유미(YuMi)'. 팔 하나당 7개의 관절(축)로 이뤄진 유미는 초속 1,500㎜로 반경 0.02㎜ 이내의 작업이 가능한 제조업용 로봇이다. 그런데 속도와 정밀성만 높은 것이 아니다. 주변의 로봇 또는 사람과 예상하지 못한 충돌을 했을 경우 최대 1,000분의1초 만에 작동을 멈춘다. 표면에는 부드러운 플라스틱이 둘러졌다. 작업자가 안전 펜스를 두르지 않고 로봇 바로 옆에서 일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것이다. ABB의 한 관계자는 "로봇과 작업자가 마주 앉아 작업자가 부품을 반쯤 조립해 넘기면 로봇이 나머지 반을 완성하는 식의 협업이 가능하다"며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가미된 서비스용 로봇이 혁신을 일으키는 가운데 '공장 로봇'이라 불리는 전통 제조업용(산업용) 로봇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진화의 지향점은 협업 로봇이다. '무시무시한 쇳덩이에 전선이 군데군데 달린' 로봇이 철창이나 펜스 안에서 자기가 맡은 작업만 해내던 '설비'에서 인간과 나란히 부품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료'로 거듭나는 것이다. 첨단기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서비스용 로봇이 미래 지향적(futuristic)이라면 제조업용 로봇은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여 당장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realistic) 사명을 안고 있다.

현재 세계 협업 로봇 시장은 '전통의 강호' 일본을 유럽연합(EU)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독일의 로봇 기업 '쿠카(KUKA)'가 지난해 7월 선보인 'LBR 이바(iiwa)'는 7축으로 이뤄진 팔 하나의 형태의 제조업용 로봇이다. 자체적으로 최적의 조립 위치를 탐색하는 기능과 고성능 충돌 감지 알고리즘을 동시에 탑재했으며 유선형으로 생겨 기존 공장 내 설비 사이에서도 불편함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덴마크 기업인 유니버설 로봇의 'UR3'는 11㎏짜리 초경량 '탁상용 제조 로봇'이다. UR3의 손목에 해당하는 관절은 360도 회전되며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최대 3㎏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태블릿PC처럼 생긴 전용 단말기로 4~5단계만 거치면 비전문가도 쉽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EU는 범국가적 로봇 연구 프로그램(SPARC)을 발족시켜 총 21억유로(약 2조7,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개별 기업의 약진에 정책적 지원으로 시너지를 내 세계 로봇 시장에서 EU의 입지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세계 점유율 1위' 일본의 민관도 이에 질세라 기술 개발과 점유율 선점에 나섰다. 세계 최대 제조업용 로봇 기업인 야스카와전기는 지난해 10월 제조 로봇의 개별 이력 정보를 관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모토맨(MOTOMAN) 클라우드'를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으로 작동 오류나 과부하 등의 문제를 재빠르게 해결해 인간과 로봇 간 협업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중국 대형 가전업체 메이디(美的)와 공동으로 협업 로봇 실증실험을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일본 로봇 기업 화낙(Fanuk)은 올해까지 300억엔(약 3,100억원)을 들여 일본 현지 연구시설을 확장하고 공장 자동화, 제조 로봇 연구개발(R&D) 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세액공제와 상용화 지원 등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정보기술(IT)이 중심이 된 서비스 로봇 혁신이 활발한 미국은 제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첨단제조 파트너십(AMP) 운영, 기술 R&D 투자 확대 정책을 펴왔다. 정부 주도로 매년 50%씩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2014년 11월 첨단과학기술구인 칭다오시 가오신구를 국가 지정 로봇 자동화 생산기지로 선정하고 자동화 생산 라인 확충 등에 115억위안(약 2조1,1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각국이 이렇듯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제조업용 로봇을 활용하는 산업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기·전자와 자동차 분야에 국한됐던 제조업용 로봇의 활용 범위는 갈수록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제로봇협회(IFR)가 조사한 산업별 세계 제조용 로봇 활용 현황을 보면 2010~2014년 평균 활용 증가율은 식음료(13%), 플라스틱·화학(13%), 금속(23%)이 자동차(27%)보다는 낮았지만 전기·전자(11%)보다 높았다. 특히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한 금속산업은 로봇을 통한 작업이 앞으로 더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봉현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 로봇성장사업단장은 "그동안 대기업 중심, 대규모 장치산업 중심으로 활용되던 제조업용 로봇이 중소 제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이 같은 확장세로 중국·독일·일본·미국 등 선진국의 노동비용은 18%에서 최대 25%까지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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