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락~' 만두 '한 입'에 추억은 '두 입'
한 겨울 거리를 걷다 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곳에 시선이 머물 때가 있다. 그 집은 영락없이 만두나 호빵을 파는 가게다. 특히 소가 꽉 찬 만두 한 입은 추운 겨울날씨를 가뿐히 날려주는 든든한 친구 같다. 하얗고 고운, 때로는 투명하기까지 한 피(皮). 고기나 채소, 김치, 숙주, 파 등으로 꽉 채운 속을 한 입 베어 물면 그 순간만큼은 천국이 따로 없다.
지금이야 만두도 냉동식품 코너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응답하라 1988’ 시절로 시계추를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시만해도 잔치나 명절 때 특별히 먹던 음식이 바로 만두였다. 더구나 겨울의 별미로 손꼽히는 음식이다 보니 옷깃을 여미는 때만 되면 만두를 떠올리는 게 당연한 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겨울별미 만두가 언제부터 맛이 비슷해졌다. 직접 만두를 빚는 곳, 그러니까 만두를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 줄어든 탓이다. 그래도 아직 만두만을 고집하는 맛집들이 전국적으로 꽤 남아 있다. 이번에는 서울로만 국한해 4곳의 맛집을 소개한다. 이들 맛집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와 크기가 다르다. 그렇다 보니 비슷한 듯 다른 맛과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지킬 앤 하이드’ 만두(?)가 있다. 이른바 반피만두다. 반은 굽고 반은 쪄낸 이 만두는 보는 맛과 씹는 맛에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반피만두를 특선으로 내놓는 곳은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압구정동의 압구정점, 또 성남 판교의 판교점을 운영 중인 서울만두다.
만두 베테랑들의 노하우로 만든 1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만두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만두의 매력은 특별한 비결로 감춘 고기반죽이다. 이 반죽을 토대로 노바시 새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새우말이 만두, 국내산 돼지고기 생 등심살과 알새우가 들어간 매콤한 중국식 딤섬 하소권, 100% 새우살과 죽순채가 담백한 맛을 내는 새우 쇼마이 등 다양하고 맛깔스런 메뉴가 있다.
하루에 딱 4시간 정도만 문을 여는 곳. 그만큼 맛에 자신있다는 방증일 터. 때문에 부지런한 사람만이 이 집의 만두를 맛볼 수 있다.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봉이만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봉이만두의 대표 메뉴는 수제 부추만두. 테이블이 고작 2개인 작고 허름한 가게에 이 수제 부추만두를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하루 딱 1000개만 판매한다는 특별한 이 만두는 속이 비칠 정도로 얇으면서도 쫄깃한 극세사 만두피와 그 속에 가득 머금은 육즙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서울시내에서 대륙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중국 전통식 만두를 맛보고 싶다면 종로구 누하동을 찾아야 한다. 이곳에 다양한 중국식 만두를 선보이는 샤오롱티 만두집이 있다. 작고 아담한 이 곳은 중국에서 9년 동안 거주했던 사장이 운영 중이다. 중국식 찐만두 ‘쩡자오즈’와 군만두 ‘지엔자오즈’가 인기 메뉴. 풍부한 육즙을 머금은 찐만두와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탱탱하게 살아있는 군만두는 대륙의 맛을 물씬 풍긴다.
서대문구 연희동 동진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편의방. 중국식 수제 만두 전문점으로 케이블 맛집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 곳은 화교들의 숨은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물만두, 군만두, 찐만두 등 다양한 만두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된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삼치를 넣어 만든 생선만두와 쫄깃한 피의 찐만두가 인기다.
[디지털뉴스국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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