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줌인]보라매가 뜨면 숲 속은 긴장한다

2016. 1. 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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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으로 한강이 강가에서부터 살얼음이 점점 두꺼워지며 물결이 멈추기 시작했다. 큰고니·비오리·가마우지·물닭·기러기 등 물새들은 얼지 않는 곳을 찾아 끼리끼리 집성촌을 이뤘다.

참매 유조(幼鳥)인 보라매(천연기념물 323호) 한 마리가 경기 하남시 미사리 강가의 우거진 숲을 장악했다. 매일같이 숲새와 물새들을 사냥 대상으로 삼다 보니 하루에도 몇 차례씩 소란이 인다. 촬영을 위해 위장텐트 속에 있다 보면, 간간이 각종 새들이 겁에 질린 소리를 내며 숲 밖으로 튕겨나오듯이 날아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린 보라매이지만 사냥행위가 얼마나 난폭한지 짐작이 간다.

보라매가 사냥에 실패한 후 강가를 배회하고 있다.

쫓고 쫓기는 큰 소란이 있고 나면 한동안 숲은 적막감이 들 정도로 고요하다. 잠시 후 사냥에 실패한 듯 보라매가 위장텐트 앞을 지나간다. 사냥의 달인이라 해도 살아남으려는 본능을 잡기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녀석이 사냥에 성공했다면 시간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숲속에서 먹이 사냥으로 배를 채운 보라매가 얼어붙은 한강 위를 낮게 비행한다.

한 끼의 먹이 사냥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는지 너울거리는 날갯짓도 지쳐 보인다. 이처럼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 보라매의 심정도 쫓기는 새들 심정만큼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숲속으로 달아나는 사냥감을 추적할 만큼 녀석의 순발력은 그 어느 맹금류도 흉내 내지 못할 정도다.

참매가 한강 상공에서 물새를 노려보며 선회 비행을 하고 있다.

얼마가 지났을까. 또다시 위장텐트 뒤가 소란스럽더니 숲속의 새들이 곳곳으로 흩어진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고, 사냥에 성공을 했는지 보라매는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위장텐트에 앉아 있는 자의 마음도 지루할 때쯤 언제 왔는지 먼 발치에서 보라매가 목욕을 하고 있다. 분명 사냥으로 배를 채운 후 사냥하며 헝클어진 깃털을 단장하기 위함이리라.

목욕을 마친 보라매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강 위로 저공비행을 하며 물기를 털어낸다. 바위에 앉아 깃털을 고르며 젖은 몸을 말리는 모습이 여유롭기만 하다.

목욕을 마친 보라매가 휴식을 취하며 깃털을 고르기 위해 바위 위로 날아들고 있다.

한강 상공에서는 보라매의 어미인지는 모르지만 참매가 한강을 굽어보며 나선형으로 선회하며 비행하고 있다. 태어난 지 1년 미만의 어린 녀석을 보라매라 한다. 보라매는 세로의 줄무늬를 띠지만, 성장하면서 가로 줄 무늬로 바뀌면서 참매 성조가 된다. 녀석들은 주로 꿩·산토끼·청설모·비둘기·기러기 등을 사냥 대상으로 삼는다.

<이재흥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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