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원증에 속아 넘어간 4400만원

김경필 기자 2016. 1. 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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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신분증 내밀며 보이스피싱, 실제 직원 이름까지 똑같이 써 금감원 "개인 돈 받지 않습니다"

서울에 사는 구모(여·34)씨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검사라고 밝힌 A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구씨 명의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졌고 이 통장이 금융 사기에 사용됐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그러면서 구씨의 다른 계좌에 있는 돈도 인출될 수 있으니 빨리 통장의 돈을 찾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라고 덧붙였다.

당황한 구씨는 A씨가 시키는 대로 곧장 은행에서 4400만원을 찾아 금감원 직원을 만나러 송파구의 한 카페로 나갔다. 이 자리엔 정장 차림의 한모(23)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씨는 자신을 '금감원 금융지원국 대리'라고 소개하며 사원증과 명함을 보여줬다.

금감원 로고와 이름, 소속 부서, 직책이 인쇄된 사원증에는 한씨 사진도 붙어 있었다. 한씨를 금감원 직원이라고 믿은 구씨는 4400만원을 그에게 넘겨주고 자금 인수증도 받았다. 한씨가 건네준 자금 인수증에는 '국가 안전 계좌를 통해 돈을 보관해준다'는 내용과 함께 금감원 로고와 금융위원장의 직인도 선명히 인쇄돼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각각 검사와 금감원 직원이라 밝힌 A씨와 한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한씨는 구씨에게 4400만원을 뜯어낸 지 20여분 만에 두 번째 피해자 김모(여·29)씨에게 돈을 받으러 갔다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김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현장에서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1일 한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학 휴학생인 한씨는 "범행을 도와주면 500만원을 주겠다"는 고향 선배의 말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했다. 한씨가 범행에 사용한 사원증, 명함, 자금 인수증은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이 준비해서 건네준 가짜였다. 사원증과 명함에 쓴 이름은 실제 금감원 직원 이름과 같았지만 디자인은 실제 금감원 신분증이나 명함과 달랐다. 이들이 사칭한 '금융지원국 대리'라는 조직과 직책도 금감원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선 개인의 돈을 받아 관리하지 않는다. 금감원 직원 운운하며 돈 이야기를 하면 100% 보이스피싱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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