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 | 일본 니가타] "아빠 숲이 너무 아름다워요. 고마워요, 함께 데려와줘서"

글·사진 | 월간산 양효용 객원기자·녹산산악회 고문 2016. 1.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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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의 동화 속 같은 너도밤나무 숲길 힐링 트레킹

중학교 3학년인 아들과 중년의 아빠는 참 정다워 보였다. 출국장에서부터 손을 잡고 거닐더니 게이트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아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함께 여행할 일행들과 각각 인사를 나눈 후에 이 부자(父子)에게 다가가 여행의 목적과 계기 등을 물어봤다. 중간고사를 끝낸 아들과 함께 둘만의 여행을 하면서 부자간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일본 스노우피크사(Snow peak社)를 방문하는 걸 계기로 아들(김지용, 15세)에게 아버지(김현석, 49세)가 하는 일(일본산 기계부품 수입업)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이나마 높여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월간산]신에츠 트레일 6코스 하산길의 너도밤나무 숲에서 즐거워하는 탐방객들.

지난 10월 16일부터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총 10명의 인원이 함께 떠난 일본 동북지방 ‘니가타현 여행’의 주제는 ‘니가타’의 이름난 트레일(Trail) 코스인 ‘신에츠 트레일(Shinetsu Trail)’을 따라 걸으며 일본의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즐기면서, 한편으로는 일본 정밀가공 수공업(모노즈쿠리, ものづくり)의 산실인 ‘쓰바메산죠’의 과감한 혁신의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은 산촌 지역에 있는 ‘에치고 츠마리(Echico-Tsumari)’ 아트필드(Art Field)에서 현대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일본 전통축제 문화를 잠시나마 느껴보는 것이었다.

니가타(新瀉) 세키다산맥의 맑고 환한 너도밤나무 단풍 숲, 독특한 현대예술 작품,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일본의 전통마을축제, 찰지고 맛있는 하얀 쌀밥(고시히카리, コシヒカリ), 그리고 일본 3대 약탕인 ‘마쓰노야마‘에서의 온천욕과 쇼핑을 함께 즐긴 그야말로 오감(五感)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던 알짜배기 여행이었다. 또 하나 특별했던 점은 북한군도 두려워 함부로 남침을 못 한다는 ‘질풍노도’ 중학교 2학년 시기를 막 지난 대한민국의 중3 학생이, 그것도 갱년기에 접어든 아빠와 함께 여행에 참여했다는 것이었다.

총 80km의 황홀한 ‘신에츠’ 산길, 숲길, 시골길

비행기는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를 훌쩍 뚫고 날아올라 맑은 동해를 지나 겨우 2시간 만에 니가타 공항에 안착했다.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좋고, 친절해서 더욱 좋고, 깨끗하고 질서가 있어서 더더욱 좋은 여행지라는 것이다.

[월간산]1 미사카도케에서 니가타 방면을 바라보는 김현석-김지용 부자. 2 트레일 6코스 날머리 부근 마을 공터에 전시된 예술조형물. 3 미사카도케의 표지석. 4 신에츠 트레일의 일본인 남녀 가이드들.

우리의 첫 번째 일정은 ‘신에츠’ 트레일 걷기. 신에츠 트레일은 니가타현과 나가노현을 구분 짓는 세키다산맥(關田山脈)에 2004년부터 조성된 총 길이 80km의 산길, 숲길이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과 전통역사와 이 지역의 특별한 대설문화(大雪文化)를 느낄 수 있는 일본 국내에서도 드물 정도로 완벽한 트레킹 코스이다. 관리 목적상 총 6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있지만 전 구간 모두 연결되어 있고, 중간중간 캠프장과 숙박시설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한꺼번에 종주할 수도 있다.

구간 최대 표고차가 471m인 1코스와 458m인 4코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완만하며, 거의 낙엽 퇴적층으로 형성된 푹신한 능선길이기 때문에 힘들거나 위험한 곳은 특별히 없다. 특히 우리 일행이 선택한 제 6코스는 표고차가 불과 136m여서 평소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6코스 산행 초입에서 일본인 가이드, 야마카와(山川)씨로부터 산행시 주의사항을 들은 후 가볍게 몸을 풀고 곧바로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든 산길로 접어들었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중간중간 아들의 배낭과 등산화 끈을 고쳐 매주기도 하면서 좀처럼 사춘기 아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고 너도밤나무 숲길을 걸었다. 그리고 수시로 아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또래 친구가 하나도 없는 여행에서 아들이 무료하지 않도록 말을 건네곤 했다.

“지용아~, 일본인들은 우리가 답답하게 느낄 정도로 세심하고 친절하지? 그런데 그게 바로 일본 소재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근본이자 배경이란다. 어제 밤, 57년 전통의 니가타 시내 라면집도 그랬잖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껏 생라면을 직접 뽑아서 손님에게 제공하고, 손님들은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기다리고….”

[월간산]5 푸른빛이 도는 사와후타기 나무의 열매. 6 니가타의 전형적인 산촌마을의 풍경.

아버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과 연결해 아들에게 이것저것 말을 건네며 교훈적인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나이의 사내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아들의 대답은 아주 짧은 단답형이었고, 그나마도 고개만 끄덕이고 마는 정도였다. ‘나도 그 정도는 스스로 알고 느끼고 있으니 잔소리를 그만 하라’는 듯한 그런 표정이라고나 할까.

동화 속 그림 같은 너도밤나무 숲길

마치 동화 속 그림 같은 너도밤나무 단풍 숲길은 정말 경이로웠다. 회색빛 표피의 줄기와 붉은 듯하면서도 아직은 약간 노란 잎을 지닌 너도밤나무의 군락은 마치 하얀 표피의 자작나무 군락과 비슷하기도 했지만 굵은 덩치와 큰 키 탓에 훨씬 더 웅장하고도 신비로운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숲길 곳곳에는 키 작은 산죽들 위로 빨간 열매를 풍성하게 매달고 있는 ‘마가목’, 파랗게 빛이 나는 단단한 열매를 맺고 있는 ‘사와후타기’나무, 그리고 선홍빛으로 물든 잎을 자랑하는 야마우루시(옻나무) 등이 있어서 숲은 더욱 아름다웠다. 여기에 간혹 너도밤나무의 줄기에 기생하고 있는 초록빛 겨우살이(일본명: 야도리기)와 각종 버섯류들도 있어서 산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자국들은 곰이 낸 발톱자국들이랍니다. 수령이 최대 400년 정도 되는 너도밤나무가 차츰차츰 성장하면서 발톱자국도 점점 커지게 되고 높이 올라가게 된 거죠.”

[월간산]7 아들에게 마가목 열매를 설명해 주는 아버지 김현석씨. 8 온천호텔 로비에서 정겨운 모습의 김현석-김지용 부자.

일본인 산행가이드 야마카와씨의 설명에 부자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나무를 살펴보기도 하고 커다란 나무둥치를 가슴으로 감싸 안고 손을 맞잡으며 재어보기도 하면서 나무와 서로의 온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버지 ‘김현석’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아름다운 단풍숲길을 걷다 보니 어느 새 점심을 먹기로 되어 있는 ‘미사카도게(深坂峠)’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니가타현에서 차량을 이용해 특별히 제공해 준 맛있는 일본 카레를 먹으면서 주변 풍광을 마음껏 즐기는 휴식시간을 가졌다. 내가 이제껏 먹어 본 카레 중에서 가장 맛있는 카레라고 했더니 일행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동감을 표시했다. 카레를 직접 요리해서 가지고 온 일본인에게 “오이시~!(맛있어요)”를 연발하며 칭찬했더니 ”아리가토~!(감사합니다!)”라고 답하며 환하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 미소는 그날의 햇살보다 더 밝고 따뜻해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점심식사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종착점인 ‘마츠노야마구치’를 향해 다시 숲길을 걸었다. 산길 왼쪽으로는 가파른 절벽이니 주의를 요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참고로 일행들은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각종 나무들의 열매, 야생화와 단풍을 감상하면서 가을 풍경을 만끽했다. 종종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등산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걱정할 정도의 위험한 구간은 하나도 없었다.

6코스 날머리(80km 트레일을 거꾸로 종주하는 경우에는 첫 구간 들머리)에 다다르기 바로 전 산비탈에 자리 잡은 너도밤나무 숲은 표현할 단어를 찾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덩치가 굵고 키가 큰 너도밤나무로만 우거진 숲은 한순간에 이방인인 우리를 동화 속 작은 요정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림 같은 숲속에 사는 신비의 마법사는 사춘기 중학생 소년은 물론이고 갱년기를 한참이나 지난 노년의 신사들까지도 커다란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다. 너도나도 숲의 아름다운 풍광과 맑고 은은한 공기에 취해서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셔터를 눌러대고, 두 손을 넓게 벌리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크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숲의 마법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아쉬운 마음으로 마을길로 내려섰다.

[월간산]1 에치코 츠마리 농경문화촌의 아트 필드(Art Field). 2 마쓰노야마 온천향의 몽환적인 새벽 풍광.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대단히 감사합니다)”

니가타 신에츠 트레일

숲길, 산길, 마을길로 이어지는 6가닥의 아름다운 걷기 길

제1코스는 남쪽기점인 ‘마다라오’ 산(班尾山, 해발 1,382m)에서 출발해 ‘아카이케’ 습지까지 가는 8.5km(약 6시간) 구간이다. 날씨가 좋으면 세키타산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신에츠 트레일에서 가장 전망이 좋고 너도밤나무와 자작나무 숲이 대단히 아름다운 구간이다.

[월간산]3 스노우피크사의 야외 캠핑장.

제2코스는 아카이케 습지에서 출발해 와쿠이(通井, Wakui)에 이르는 10.7km(약 5시간) 구간이며, 여름철 ‘누마노하라’ 습원까지는 너도밤나무 숲을 걷고 습원에 도달하면 물파초(미즈바쇼), 류킨카와 같은 야생화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면서 눈을 즐겁게 한다.

제3코스는 와쿠이에서 히토케가미네 트레일 입구까지 12.7km(약 6시간) 구간이다. 도중에 석축 등이 남아 있어 예전에 나가노와 니가타 간의 교역이 왕성했던 장소라는 걸 알 수 있고, 망대와 같은 사적지가 남아 있다.

제4코스는 히토케가미네 입구에서 세키다고개(關田峠)까지 8.2km(5~6시간) 구간이다. 쿠로쿠라 산꼭대기에서부터는 동해를 바라볼 수 있다.

제5코스는 세키다고개에서 부수노고개에 이르는 총 거리 12.4km(약 6시간)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눈의 무게로 나무 밑둥치가 크게 휘어지고 구부러진 너도밤나무가 많다. 날씨가 좋으면 동해와 멀리 사도시마 섬까지 보인다.

[월간산]4 일본 전통 사케 저장고. 5 에치고 츠마리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전통 마을축제.

제6코스는 부시노고개(伏’野峠)에서 수가와고개, 노노미고개, 미사카고개(深坂峠)를 지나 아마미주산(天水山)에 이르는 12.8km(6~7시간) 구간이다. 예로부터 히시가타케(Mt. Hishigatake)를 신앙의 대상으로 한 산악 수험, 전국시대의 군용 도로로 이용된 역사 깊은 장소이다.

여행 정보

방문객 정보 센터 : 나가노와 니가타에 총 5개의 Visitor’s Center가 있다.

-Madarao Kogen Yama-no-ie in liyama, Nagano, 문의 0269-64-3222.

-Greenpal Kogen-So in Joetsu, Niigata 문의 0255-78-4832.

-Nabekura Kogen Mori-no-ie in liyama, Nagano 문의 0269-69-2888.

-Cupid Valley Center House in Joetsu, Niigata 문의 025-593-2041.

-Daigonji Kogen Resthouse Kibokan in Tokamachi, Niigata 문의 025-596-2556.

또한 신에츠 트레일의 이용자가 야영을 하면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트레킹할 수 있도록 깨끗하게 정비된 텐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1. Akaike Pond Campsite 10동(무료) 신에츠 트레일 홈페이지에서 예약

2. Katsuraike Pond Campsite 5동(1,000엔)     ″

3. Tondaira Campsite 10동 (1,000엔)          ″

4. Hikarigahara Campsite 30동(1,000엔) 예약문의 0269-78-4832.

5. Nonomikogen Campsite 20동(1,000엔) 트레일 홈페이지 예약.

6. Daigonjikogen Campsite    40동 (1,000엔) 문의 025-596-2994.

*신에츠 트레일 홈페이지 http://www.s-trail.net/english/index.html

니가타현의 그 밖의 볼거리

■마쓰노야마 온천향

: 제6코스를 마치고 아름답고 깨끗한 산촌마을의 여기저기에 구성된 꽃밭과 일본 전통가옥들, 설치예술가들의 예술작품을 구경하며 걸으면(약 1시간) 나타나는 온천향인데 일본의 3대 약탕으로 유명하다.

■스노우피크 본사 및 캠핑장

: 일본 모노즈쿠리(정밀수공업)와 ‘평생사용주의’의 대표적인 업체인 스노우피크 본사를 방문해서 공장 내부 견학 및 쇼핑과 드넓은 잔디 캠핑장을 둘러볼 수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雪國>이 집필된 에치고 유자와

: 동경역에서 신간선 2층 열차로 77분 만에 에치고-유자와(Echigo-Yuzawa)역에 도착한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소설 <雪國> 집필한 장소(료칸)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리고 니가타현은 일본에 처음으로 스키가 전해진 스키의 발상지로 60여 곳의 스키장이 있다.

★여행 문의 및 신청 : ㈜브라이트스푼 여행사(대표 김용균, 윌리)

문의 02-755-5888, www.Japaninsid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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