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World] 빙하의 땅에서도 희망은 얼어붙지 않았다..세상의 끝 그린란드

박상선 2016. 1. 4. 04: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6 丙申年 소망의 편지를 띄우다
빙하의 땅 그린란드. 세상의 끝인 이곳 겨울은 영하 50도까지 떨어진다. 모든 게 얼어붙는 이곳에도 얼지 않는 게 있다. 희망과 사랑이다.
세상의 끝은 어떨까. 문득,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년 투어월드 첫 호. 그 희망을 세상의 끝에서 가져오는 거지요. 사실, 모든 희망의 끈은 절망의 끝에서 피어나는 법이니까요.

제가 그린란드를 찾은 건 3년 전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지구의 끝, 사람의 땅인 그린란드를 찾았습니다. 아직도 그 첫 순간이 기억납니다. 코끝을 타고 폐부 깊숙이 들어왔던 맑은 공기의 그 기분. 말로만 듣던, 그림으로, 영상으로만 봤던 그린란드, 캉겔루수아크라는 이름의 도시였습니다.

그린란드의 여름 날씨는 한국의 초겨울처럼 순했습니다. 먼지 한 톨 느껴지지 않는 공기는 완벽하게 투명했지요. 바위와 얼음 덩어리가 번갈아가며 끝없이 이어져 하늘과 맞닿았고 그곳에 구름이 스며들었습니다.

여장을 푼 곳은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서 만든 듯한 2층짜리 철제 건물이었지요. 투어는 다음날 시작했습니다.

그린란드를 찾은 여행객을 위해 다양한 도시의 이정표가 붙어 있다. 그린란드에서 각 도시까지의 거리가 명기된 게 이채롭다.
순박한 이곳 분들은 아이들의 스쿨버스로 쓰이는 군용차량을 기꺼이 내주셨지요. 아, 말이 군용차량이지, 실은 군용 장갑차에 가깝습니다. 버스의 바퀴 하나 지름이 제 키만 했거든요. 도로 사정은, 지구의 끝이라 할 만큼, 참으로 열악했습니다. 아스팔트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은 채 5분이 안 됐거든요. 곧바로 모굴스키 경기장 같은 비포장 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한참을 달렸을까. 호수 끄트머리에서는 소풍을 나온 듯한 가족이 먼 나라, 대한민국에서 온, 이방인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참으로 흐뭇한 광경입니다. 아빠는 지구의 끝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낚시를 합니다. 엄마와 아이들은 바비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표정 하나하나에, 사랑이 묻어납니다.

그저 놀랍습니다. 빙하의 땅, 뭐든지 얼려 버리는 세상의 땅 끝에서도 가족들은 저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절대, 얼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인 겁니다.

30분을 더 가니 본격적인 빙하 구간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바윗길을 걸었습니다. 이내, 바닥은 얼음으로 바뀝니다. 얼음 위를 좀 더 걸으니 눈길입니다. 햇살을 반사하는 눈길에 눈이 부셔 고개를 들었더니, 아. 그 눈길 너머에 빙하가 거대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처럼 한없이 투명한 블루. 빙하의 푸른빛에 눈이 시려옵니다. 조금 더 빙하 쪽으로 다가섰습니다. 금방이라도 '쩌억' 하고 갈라져 내릴 것만 같은 크랙과 크레바스가 살벌하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무섭고도 숙연한 순간. 대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낍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풍경 참으로 낯섭니다. 지구 온난화 덕에 전 세계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정작 지구의 끝에 사는 마을 주민들은 유유자적이니까요. 낚시를 하고 바비큐를 구워 먹고. 그들에게 온난화가 어떤 의미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한결같습니다. "그건, 인간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자연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땅이 뜨거워진 뒤엔 또 차가워지는 순간이 반복될 뿐이라고."

맞습니다. 그들에게 이 땅은, 지구는 거대한 '모성'을 품은 땅일 뿐입니다. 가이아이론처럼 말이지요. 그들은 거창하게 연말을 보내거나, 연초를 맞이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족과 함께 담담하게 세월을 보냅니다. 희망이란 게 그렇거든요. 거창하게 오는 게 아닙니다. 소리 없이, 조용히 왔다, 조용히 가는 겁니다. 빙산 트레킹을 하다 옐로코스 입구에 세워진 대형 우체통 앞에서 저는 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불편한 이곳.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세상의 끝, 이곳에서도 절대로 얼지 않는 게 있다. 그게 사랑과 희망이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이 편지에, 사랑과 희망의 의미를 담아, 나에게 선물한다'고 말이지요.

▶▶ 그린란드 투어 Tip

빙산 트레킹 옐로코스 입구에 세워진 대형 우체통.
1. 그린란드는〓그린란드의 현지명은 칼라아릿 누나트(Kalaallit Nunaat). 217만5600㎢ 땅덩어리의 '3분의 2'가 얼음으로 덴마크령이다. 수도는 중부 누크(Nuuk). 이누이트어를 사용한다. 일부 지역에선 영어도 통한다. 화폐는 덴마크 크로네. 한국과 시차는 11시간이다.

2. 가는 길〓일단 코펜하겐으로 날아가야 한다. 에어 그린란드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그린란드 남부 나르사수아크(Narsarsuaq)와 중부 캉켈루수아크(Kangerlussuaq)까지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싸게 가려면 아이슬란드 로컬 에어 아이슬란드 항공기편을 이용하면 된다.

3. 여행 적기는 여름〓여름 여행이 최상이다.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여름에는 따뜻한 스웨터 하나만 입어도 될 정도. 한국으로 치면 0도에서 영하 5도 사이 정도다. 단, 모기떼는 각오해야 한다. 반드시 방충제를 가져가실 것.

▷크루즈 투어 예약은 필수

1. Norwegian line Hurtigruten

- 노르웨이 출발. 8~15일 여행.

- 늦은 여름에 항해 가능

2. Silversea, silver explorer

- 18박 여행.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출발.

3. Holland America, Hal veendam

- 18박 여행. 암스테르담 출발.

4. Princess cruises, caribbean princess

- 17박 여행. 영국 런던 출발.

[일룰리사트·캉켈루수아크(그린란드) / 글·사진 = 박상선 사진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