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마지막 골든타임'.. 경제개혁 고삐 당기자
■ reDesign 대한민국 한국경제 새 틀을 짜자
올해는 미국 기준금리의 인상이 본격화되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더욱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인 국가부채와 부동산 시장 불황, 수출 감소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구조개혁, 경제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 지난해 2%대로 주저앉은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또 중국과 일본 모두 밀린 가격·기술 경쟁력을 높여 지난해에 4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무역액 1조달러 클럽에 재가입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 9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월(3.1%)보다 0.1%포인트 낮은 3%로 제시했다. 정부 예상치(3.3%)를 밑도는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은 2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연평균 증가율 3.1%(2006∼2013년)에 그쳐 이대로라면 4만달러 달성에 22년(2028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뜻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과감한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완수를 비롯해 경제 전 분야에 걸친 구조 개혁을 시급히 이뤄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우리 경제가 3%대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며 "특히 수도권 규제, 유통업 규제, 지주회사 규제 등 핵심 규제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규제·구조 개혁 행보를 지속해서 펼쳐왔지만, 실제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경제계는 올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정부가 체감도 높은 경제 전반의 개혁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신설하고 회의를 직접 주재할 정도로 규제를 개혁하는 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규제는 오히려 늘었다. 전경련이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서비스업의 주된 규제 수를 점검한 결과 2013년 2월 3601개였던 서비스업 규제는 지난해 3월 4086개로 485개(13.5%) 증가했다.
전경련이 한국의 규제 비용을 추정한 결과 2013년 기준 총 규제비용은 158조3000억원이었다. GDP의 11.1%를 차지하는 액수다. 전경련은 시장규제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46)으로 개선되면 GDP(국내총생산)가 1.6% 높아지고 29만9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추산했다. 규제를 개선하면 GDP의 추가 상승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 등에 악영향을 주는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성호 경기대학교 교수는 "수도권이 입지 우위를 확보한 지식·정보 집약 산업, 첨단업종, 비즈니스 서비스, 기술집약 창업·벤처 등 규제 완화의 우선순위가 높은 산업 부문부터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들을 한 번에 풀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팔다리를 풀어놓아야 경제가 사는데 행태적 규제가 엄청나게 많아 사전규제를 대폭 줄어야 한다"며 "사전에 모든 걸 규제하고 허가하기보다 일을 벌일 수 있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규제 개혁이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게 규제비용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말 시도별 규제프리존을 설정해 광역시도별로 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키로 하는 등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역마다 특화 산업을 육성하고자 그 지역에서는 해당 산업과 관련된 규제를 모두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반기면서도 관건은 계획의 실천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성장을 주도한 수출은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은 아베노믹스와 엔저 등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중국은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기술경쟁력까지 급상승하며 우리나라가 주도한 정보기술(IT)을 비롯한 수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들어 단 한 달도 전년 대비 상승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 떨어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올 10월에는 -15.9%를 기록하며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1월까지 수출액은 4846억달러(잠정치)로 전년 같은 기간 5232억달러보다 7.4%나 감소했다. 수입도 함께 부진하며 2011년 이후 4년 연속 이어오던 교역 1조 달러 기록도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11월까지 누적된 무역액은 총 8860억달러다.
한국무역협회 신승관 동향분석실장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경기 악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7% 이상 감소했다"며 "내년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신흥국 성장세 둔화 등의 불안 요인이 있으나 무역환경이 올해보다 개선돼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교역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 세계교역 증가율이 1.6%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 내년에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제무역연구원 측은 "올해 수출 환경에 먼저 대응하기 위해 원가절감과 경영합리화, 차별된 제조기술 축적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의 불안도 올해 우리 경제를 위협할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한국의 대외 수출 중 2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분기 GDP 성장률이 6.9%로 떨어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올해 6.8% 성장을 예상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지난해 IB들의 연간성장률 전망치(6.9%)를 크게 밑돈다.
수출을 중심으로 고도의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이 내수 위주로 경제의 틀을 바꾸는 '신창타이'를 본격화 하면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전략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중국시장을 일본에 빼앗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2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중 수출은 1년 전 대비 4.7% 감소한 444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은영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다국적 기업의 상당수는 이미 중국 현지거점을 통해 내수시장 공략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려면 이미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바탕으로 현지 거점을 구축하는 등 단계별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성장을 탈피하는 데 통화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경제성장세의 회복세가 이어지도록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 측은 지난해 12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후 발표한 '201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통화신용정책은 새로운 물가안정 목표하에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도록 완화 기조를 지속하면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디젤차는 위기다? 상황 뒤집을 반전카드 있다
- 고속도로 사고 1위, 이것만 있으면 확 줄일 수 있다
- LTE 속도 4배라던 '3밴드 LTE-A' 실제 결과는..
- 오픈타이드코리아 합병 후 경영진 물갈이.. '제2 SDS' 구축 작업 관측
- MBC연기대상 지성, 대상포함 4관왕 등극 "2015년 이정도면 잘했다"
- 러시아, 우크라 미사일 공격… 심각해지는 전황
- "文 정부 빚잔치 후유증, 재정준칙 도입 필요"…與 `이재명식 포퓰리즘` 겨냥
- 세금 안내려고 코인까지 동원… 국세청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
- LG화학, 美 엑슨모빌과 리튬 공급 업무협약… 최대 10만톤 확보
- 이광형 총장 연임 도전하나… KAIST 총장발굴위 본격 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