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구공룡' 이케아, 상륙 1주년 현장 가보니..

김동현 2015. 12. 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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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하휘준 기자 = 가구 공룡으로 불리는 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온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고객들의 열기가 식을법도 했지만 이케아 1호 매장인 광명은 여전히 인기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진출한 이케아 코리아는 연간 매출 30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방문객 수는 670만명에 달했다. 913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60만명이 넘는 회원을 유치했다.

단 1개의 매장을 국내에 오픈했을 뿐이다. 연간 매출 3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고객들은 왜 이케아에 열광 하는 것일까. 답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이케아 매장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가구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이강선(82·여)씨는 이케아 매장에 두 번째 방문이다.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이케아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씨는 "쇼룸의 가구 배치를 볼 때마다 감탄한다"며 "그대로 따라 사는 것 같아 좀 민망하지만 쇼룸과 거의 비슷하게 꾸미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케아가 내세우는 전략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이케아는 쇼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간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자사 제품을 판매한다.

각각의 쇼룸을 보면 '공간을 이렇게도 꾸밀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순히 가구를 배치한 방이 아니었다.

주방기구로만 가득차 있는 주방이 이케아 쇼룸에서는 조명 소품 몇개로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 변했다.

주방 콘셉트는 다양했다. 바로 옆 주방 쇼룸은 밝은 톤의 가구와 화사한 불빛으로 꾸며졌다. 세련된 모습이 물씬 풍겼다.

주방을 둘러보던 김세희(28·여)씨는 "이케아를 처음 방문했는데 만족스럽다"며 "쇼룸의 가구배치가 마음에 든다. 여기 있는 대로 집을 꾸미고 싶을 정도"라고 흡족해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쇼룸에서 고객들은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고객들은 주방 쇼룸에서 음식을 만드는 척 장난치기도 했고 쇼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어떤 가구를 살 지 고민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케아 쇼룸을 보며 우리집도 저렇게 꾸며놓으면 예쁠 것 같다는 감탄사를 부모들에게 자주하곤 했다. 이케아의 매출이 왜 1년만에 국내 가구업계 3위로 뛰어올랐는지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매장 곳곳에는 고객들을 위한 배려도 엿보였다.

가족단위 고객이 많은 이케아 매장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소품을 깔아놓은 것.

이케아 쇼룸을 둘러보던 아이들은 곳곳에 배치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당근, 괴물, 돼지, 상어 등의 인형에 함박웃음을 보였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듯한 표정이었다.

'쇼핑을 하기 위한 장소'가 아닌 '가족과 놀러와서 기분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가는 장소'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가족과 함께 가구를 사러 온 박모(49)씨는 쇼핑하는 내내 미소를 보였다. 박씨는 "다른 쇼핑 공간보다 이케아 매장을 오는 게 훨씬 재밌다"며 "이런 인형들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케아 매장에서는 쇼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쇼룸을 구경하던 고객들이 출출할 때를 대비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2층 한 복판에 자리잡은 식당은 유기농 키즈 파스타, 베지볼, 미트볼, 연어라지나, 제육덮밥 등 다양한 음식들을 판해했다.

이처럼 이케아의 국내 진출 1년 동안 소비자들은 그동안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매장에 열광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케아에게는 여전히 남은 숙제가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케아 슈미트갈 대표는 지난 16일 1주년 간담회에서 '이케아가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정책에 있어서는 소홀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상생정책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정책"이라며 "광명시와 합의한 내용은 100%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케아 매장이 들어선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올랐다는 긍정적인 수치도 있다"며 "동종가구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한 중소기업 홈퍼니싱 기업은 이케아가 들어와서 기쁘다고 한 적이 있다. 시장을 키워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보는 것이 상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케아 측에서는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상생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영세가구 업체들은 "이케아 매장이 들어선 이후로 매출이 급감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광명시에서 일하고 있는 가구업계 관계자는 뉴시스 기자와 만나 "이케아가 들어선 이후로 못 잡아도 30% 이상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며 "근근이 버티는 정도로 가게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케아로 가구를 사러 가다 보니 손님이 40% 가까이 줄었다"며 "겨울에는 미니 책상, 작은 옷장 등 운반이 쉬운 미니 소품이 그나마 잘 나갔는데 이케아 매장에 그런 제품이 많다 보니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케아와 광명시가 상생의 노력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케아와 광명시에서 '상생'을 말하면서 이것저것 하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상생을 말만 할 게 아니라 진심으로 느낄 수 있게 보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isak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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