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위해 집·차 욕심 비우니 행복감이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세계일주여행 하기
2년째 신혼여행중인 부부, 호주에서 일하며 ‘시즌 2’ 준비하는 단짝 친구, 1년 여정 출발 앞둔 4인 가족 인터뷰
자유를 누리고, 새 삶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일주여행을 떠나는 이들. 다른 나라 사람 얘기가 아니다. 떠밀려온 삶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세상과 부딪치고 있는 여행자 세 팀을 접촉해 이야기를 들었다. 1년 이상 세계일주여행 중인 2팀(신혼부부, 여성 단짝친구)과 13개월간의 세계일주여행 출발(12월20일)을 앞둔 4인 가족 1팀이다. 여행중인 2팀 취재엔 전자우편과 ‘카카오톡’을 이용했다.
440여일째 신혼여행중
박수(34)·류정아(32)씨는 지난해 9월 결혼해 지금까지 장기 신혼여행 중이다. 동남아·오스트레일리아(호주)·하와이·북미·중미를 거쳐 현재 동남태평양의 이스터섬(칠레령)에 머물고 있다. 박씨는 결혼 전 이미 직장(학원 강사)을 그만두고, 563일간 나홀로 세계일주여행 중이었다. 박씨는 “결혼을 위해 귀국해서 100일가량 머물며 신부를 설득해, 결혼식 이틀 뒤 신혼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얼마나 돈이 많기에?’ 하는 의문에 박씨는 “나홀로 여행 때는 히치하이킹·카우치서핑·캠핑 등을 일삼는, ‘무조건 아끼고 체험하자’였다면, 신혼여행은 ‘최대한 숙식비를 아껴 좋다는 곳 다 가보자’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밝힌, 563일간 나홀로 여행의 총 경비는 1965만원(하루 평균 3만5000원꼴), 신혼여행 경비는 현재까지 5200만원(1인당 하루 6만8000원꼴)이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선, 방한복 관리 일을 해주며 무료 숙식을 제공받고, 오로라 감상도 공짜로 했다.
박씨는 “남들처럼 열심히 돈 벌어야 할 나이에 여행을 결심하는 순간, 우리는 넓은 집, 좋은 차 등 수많은 욕심을 내려놨다”고 했다. 그 자리로 “만족감·행복감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물론, 다 좋은 건 아니다. 끊임없이 저렴한 숙소·교통편을 찾아야 하고, 크고 작은 도난 사고도 부지기수로 겪는다. 풍토병에도 시달려봤다. 그래도 박씨는 “우리만의 여행을 만들어가며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게 좋다”고 했다. “여행의 삶은 정착하는 삶과 다른 아름답고 중요한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모든 걸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씨 부부는 내년 2월까지 남미를 더 여행하고, 유럽과 동남아를 거쳐 7월 귀국할 계획이다. 귀국 뒤엔 “그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이다.
“모든 걸 내가 선택할 수 있어 좋다”
“귀국 뒤 생각에 갑갑해도 후회 않을 것”
“주변 지인들 세상 뜨는 것 보고
아등바등 살면 뭐하나, 여행 결심”
워킹홀리데이로 ‘시즌 2’ 준비중
김연우(30)·위경은(30)씨는 지난해 10월, 청혼도 뿌리치고, 직장도 때려치우고, 서른 전에 세계일주여행을 떠나자던 대학 시절 약속을 실행에 옮긴 단짝 친구다. “뒷날 후회하기 싫어서”다. 5년간 “빡세고 버거운 직장생활”을 하다 “‘대학 시절의 꿈’ 얘기가 나오자 3초 만에 떠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유럽과 중미·남미를 296일간 여행한 뒤, 지금은 ‘시즌 2’ 경비 마련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애플소프 등에서 워킹홀리데이로 다섯달째 딸기 포장 하는 일을 하고 있다. “퇴직금에 적금·펀드까지 헐어 몰빵해 떠나왔지만” 경비가 이미 바닥났기 때문이다. “가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긴 해도, 둘 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어서, “다 잘될 것”이라 믿으며 일과 여행을 즐기고 있다. 296일간 12개국을 여행한 ‘시즌 1’ 때 1인당 1338만원, 1인당 하루 평균 4만5700원의 경비를 썼다.
워킹홀리데이 뒤 언제, 어디로 갈지는 생각해둔 게 없다. 하지만 “내년 2~3월은 넘기지 않고 일단 오스트레일리아를 벗어나는 최저가 항공권을 검색해 끊을 것”이다. 김씨는 “‘시즌 2’가 시작되면, 둘의 전공인 캐리커처와 캘리그래피 재주를 살려 초상화 그려주기로 경비를 벌어 보탤 생각”이라고 했다. 위씨는 “귀국 뒤 우리의 스펙은 대략 ‘나이 서른둘, 미혼(노처녀), 무직, 모아둔 돈 없음’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걸 생각하면 “명치 끝이 묵직해져오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란다. 확실한 건 “세계일주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볼까 하는 것”이다.
세계일주 출발 앞둔 가족
“아이들이 큰 뒤로 가족간 깊이 있는 대화가 적었고요,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휴지기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박찬우(49)씨 가족(4인)은 오는 20일 이탈리아 로마로 출국해 세계일주여행 첫발을 내딛는다. “휴식과 가족간 화합의 계기 마련을 위해” 1년 전부터 세계일주여행을 준비했다. 건강하던 이웃과 친척이 잇따라 갑자기 세상을 뜨는 걸 보면서 “이렇게 아등바등 살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부모·형제, 친구들 모두 “미쳤냐, 네가 금수저냐”며 반대했지만, 박씨는 아내와 대학생, 군복무 중인 두 아들을 설득해, 큰아들 군 제대 시기에 맞춰 출발일을 정했다. 집을 전세 준 돈 일부와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 네 가족 13개월치 여행경비 1억2000만원을 마련했다. “가족 화합이 목적이므로, 너무 궁핍하게 잡지는 않았다”고 한다. 인테리어 가게는 1년 계약으로 다른 이에게 넘겼다.
온·오프 세계일주여행 모임에 들어가, 경험자들의 도움을 받아 13개월의 여정을 짰다. 유럽 여행 때 쓸 차량도 예약해뒀다. 아내 이혜영(47)씨는 “아침은 해먹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저녁은 현지 맛집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윤수(21)·민수(19)씨는 “각국 역사·문화를 많이 배워 오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식구 모두 외국여행 경험이 거의 없고 영어 실력도 없지만 부딪쳐나갈 생각”이라며 “평생 화목하게 지낼 가족간 유대감을 쌓는다는 믿음으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여행책<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태원준 지음.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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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간의 모터사이클 세계일주 여행기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안시내 지음. 처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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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의 세계 배낭여행기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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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일 지음. 꿈의지도
388일간 35개국을 둘러본 3인 가족 세계일주여행기 카페·블로그
세계일주 스터디 클럽: cafe.daum.net/oneworldtourclub 여행대학: www.traveluniversity.camp 5불생활자 세계일주 클럽(5불당): www.5bull.net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www.yabandoju.com 신혼부부 세계일주 데이트: blog.naver.com/qkrtn137 달타냥의 펜팔친구 찾아 떠나는 세계일주: blog.naver.com/dartanyang
● 결심이 섰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실행하라.
● 여러 온·오프 모임에 참가해 정보를 얻어라.
● 100명이 여행을 떠나면, 여행 방식도 100가지다.
● 이 여행을 왜 하고 싶은지, 무엇을 보고 만나고 싶은지, 어떻게 즐기고 싶은지에 관한 ‘고민’을 놓지 마라.
● 여행 중 어떤 새로운 것을 만나도 새롭지 않은 ‘여행 슬럼프’가 찾아온다. 남들의 여행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에게 알맞은 속도와 방식을 찾아라.
● 도난·강도·안전사고 및 대처법 사례는 아무리 챙겨도 부족하다.
● 여행자금은 계좌를 쪼개 관리하고, 카드 하나로 조금씩 이체해서 써라.
● 장기 여행이므로 지병이나 치아 관리 등은 미리 해결하고 떠나라.
● 옷은 현지 중고 옷가게를 활용하라. 이동할 땐 기증하거나 버린다.
● 여행수첩을 준비해 수시로 메모하라. 그날그날 일지를 쓰고 사진을 정리하라.
● 자신의 재주를 표현할 수 있는 소품·악기 따위를 챙겨 가라. 우쿨렐레·하모니카·미용가위·그림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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