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올 못찾은 희대의 3억엔 현금 탈취 사건

최윤필 2015. 12. 1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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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2월 10일

3억엔 현금 탈취사건이 68년 오늘 일어났다. 작은 소극으로 끝났을 사건은 범인이 잡히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미스터리 추리의 소재가 됐다.

1968년 12월 10일 일본 신탁은행 고쿠분지 지점 현금 수송차량이 백주 대낮에 강도에게 탈취당한다. 범인은 차에 실려 있던 도시바 후추시 공장 직원들의 보너스 지급용 현찰 2억9,430만 7,500엔(현재 기준으론 약 20억 엔)을 털어 종적을 감췄다.

고쿠분지 지점장이 협박 편지를 받은 건 나흘 전이었다. 다음 날 지정된 장소로 여행원이 혼자 현금 300만 엔을 가져오지 않으면 집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잠복했지만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지점장의 집도 무사했다.

사건 당일 은행 측은 현금 수송 요원을 네 명으로 증원했다. 차량이 도쿄 후추교도소를 지날 무렵, 경찰 오토바이 한 대가 차량을 멈춰 세웠다. 정복 경찰관은 수송요원들에게 지점장의 집이 폭파됐고, 수송 차량에도 폭탄이 설치됐을지 모르니 차에서 내리라고 요구한다. 그는 폭발물을 수색하는 척하며 차량 아래로 기어들어가 미리 준비한 연막탄을 터뜨린 뒤 대피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척하며 탈취한다. 범인은 미리 대기시킨 도난 차량으로 현금 상자를 옮겨 싣고 종적을 감췄다.

경찰이 배포한 범인 몽타주.

목격자는 물론이고, 오토바이, 도난 차량 등 120여 점의 증거물을 확보한 경찰은 방심했다. 낙관한 나머지 초동 수사에 여유를 부렸고, 믿기지 않지만 헬멧을 써보는 등 이것저것 건드리고 만지고…, 하느라 지문 확보에도 실패했다고 한다. 사건 초기 경찰은 인근 불량배 그룹 리더이자 현직 경찰관의 아들이던 19세 청년을 범인으로 몰다가 소년이 자살해버리는 일까지 겪는다. 수송요원들은 흐린 기억력을 의심하기는커녕 분위기에 휩쓸려 이미 엉뚱한 용의자를 범인으로 증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건 금세 밝혀질 일이었다. 경찰은 다시 증언을 근거로 몽타주를 그려 배포하고, 전국의 유사 범행 전과자알리바이 등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지만 실패했다. 동원된 경찰관만 무려 17만 명, 조사 받은 용의자는 11만 명에 달했다.

1975년 형사사건 공소시효가 지났고, 88년 민사배상책임 소송시효도 만료됐지만, 범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범인의 신분과 범행 의도, 단독범행 여부를 둘러싼 풍문들, 경찰 연루설 등 의혹이 거기서 비롯됐다. 인명 피해 없이(10대 청년의 자살은 경찰의 책임이 더 컸다) ‘깔끔하게’사건이 완성됨으로써 범인을 영웅시하는 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3억엔 사건’을 소재로 한 마쓰모토 세이초 원작 소설이 2014년 1월 아사히tv 드라마(타무라 마사카즈 주연)로 방영되기도 했다.

3억엔 사건은 잊힐 만하면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으로 각색되곤 했다. 언제 범인의 수기나 자서전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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