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좋든 싫든 영화는 작품성이고 배우는 연기력이다

윤지혜 2015. 12. 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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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의 영화뒤집기] 윤태호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탄탄한 스토리, 이병헌과 조승우, 백윤식 등의 이야기를 제대로 형상화시키는 화려한 연기력 때문인지, 영화 ‘내부자들’이 앞선 염려들을 뒤로 하고, 개봉 4주차에 들어선 지금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특히 이병헌은, 본인의 불미스러운 일로 원래 예정일보다 1년가량 늦춰져 지난 8월에서야 겨우 선을 보인 ‘협녀, 칼의 기억’에서 대참패를 맛본 바 있으니, 누구보다 영화 ‘내부자들’의 흥행이 반가웠을 게다. 뭐, 굳이 이병헌의 일을 들추지 않더라도 ‘협녀, 칼의 기억’이 흥행에 실패한 것은 그러할 만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이긴 하다만. 이병헌과 전도연의 연기는 봐줄만 했단 평도 많았기 때문이다.

믿고 협력하던 이에게 제대로 배신당한 한 건달이 현직 검사와 손을 잡고 사회구조의 상층부에서 일어나는 비리, 즉, 정재계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폭로한다, 영화 ‘내부자들’의 줄거리다. 이야기의 굵은 줄기부터 매력적이라 영화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일 수 있겠으나, 상영 전 반신반의했던 이유는 대중에게 신뢰를 잃은 이병헌의 이미지가 이번에 또 어떤 방식으로 장애를 일으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만을 돌파(12월 8일 기준, 누적관객수 501만)한 지금, 오히려 이병헌으로 인한 홍보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마다, 아직까지 호의적인 시선으로 보진 못하겠으나 배우로서의 그의 연기력은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내비치고 있으니, 호기심 때문이라도 더 보게 된다고 할까.

물론 이병헌 뿐이었다면 ‘내부자들’이 오늘과 같은 호평을 누릴 순 없다. 흙수저 출신으로 남들 다 있다는 줄 하나 없어 온갖 고생 다하며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를 보려 하는 검사 우장훈, 칼보다 더 날카롭다는 펜을 쥐고 여론을 움직이며 정재계 사이에서 능구렁이보다 더 지독한 모양새로 존재하는 논설주간 이강희. 이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조승우(우장훈)와 백윤식(이강희)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냈기에 가능한 호평이고 흥행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대중이 제일 먼저 이병헌에게 시선을 두고 그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솔직히 백윤식의 연기가 더 압도적이었다는 생각이다)는 다음과 같다. 부도덕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크나큰 실망감을 안긴 이병헌에게 대중이 대린 단죄는, 호감에서 비호감으로의 강등, 다시 말해 광고에서든 영화에서든 보고 싶지 않은 유명인으로 낙인찍는 것이었다.

그가 출연한 광고들은 일제히 내려졌고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영화마저 개봉일이 무한 연기되었다. 어차피 이병헌 개인이 책임져야 할 결과라 광고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러 사람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영화로선 그야말로 참혹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의 물질적, 정신적, 인적 노력들이 한 번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까. 뾰족한 수도 없고 그저 대중의 분노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참 답답한 노릇이었을 테다.

이렇게 어렵게 상영관에 올린 영화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앞서 언급한 ‘협녀, 칼의 기억’, ‘내부자들’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협녀, 칼의 기억’은 많은 이들의 우려와 예상대로 흥행에 실패했다. 그나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좀 더 살만했다면 우선 이병헌이 그리 막중한 역할이 아니었다는 점, 시리즈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기본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래서 용기 있게 가장 먼저 개봉했을 수도 있고.

이 와중에 ‘내부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예상대로라면 앞선 두 영화와 같은 운명에 처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하지만 그들은 ‘로맨틱’, ‘성공적’ 등의 단어와 상관없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즉, 관객도 잘 만들어진 이야기와 좋은 연기력은 알아본다는 것이며, 이것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 영화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덧붙여 그나마 유리한 조건에 있다 했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기대만큼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병헌의 출연이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전작의 그림자도 거두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원체 좋았던 이병헌의 연기력은 ‘내부자들’에서 튼실한 이야기와 실력파 상대배우들을 만나면서 제 색깔과 제 매력을 완벽하게 드러내었다. 배우라기보다 비도덕적인 유명인으로 그를 인식하며, 의뭉스러운 눈길로 약간의 허점이라도 발각되면 바로 깎아내리리라 다짐하며 주시하던 관객들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배우 개인의 사생활과 상관없이 그가 가진 연기력은 관객들을 흡족케 했고 그를 배우라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내부자들’의 흥행을 통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어찌 됐든 배우는 연기력으로, 영화는 작품성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고, 그것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 우리가, 한 영화의 성공적인 결과엔 수많은 요소들이 관여됨에도 ‘유독’ 특정배우 하나의 연기력만을 화제에 올렸던 속사정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완벽한 재기(어디까지나 배우로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겠다. 그리고 ‘내부자들’ 또한, 한동안은, 영화가 영화로서, 배우가 배우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논할 때마다 하나의 중요한 선례로 떠오르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내부자들’스틸컷]

내부자들 |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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