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미식 여행지.. 일본 오카야마 현 식도락 여행

트래블조선 2015. 12. 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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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듯 미식 여행지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오카야마의 자연

요즘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이 바뀌고 있다. 유명 관광지 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일본의 맛을 찾아 떠나는 식도락 여행자들이 늘고 있는 것. 지역 또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대도시와 홋카이도, 오키나와 같은 관광지를 벗어나 작은 소도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미식 여행지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 혼슈에 위치한 오카야마 현이다.

세계 어느 지역을 가건 그곳 식문화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지형을 살필 줄 아는 요령만 터득해도 충분하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숲이다. 숲은 그 자체로 식재료의 보고다. 아울러 숲은 계곡을 만들고 계곡이 모여 강을 이룬다. 강물은 토지를 비옥하게 살찌우고 궁극에는 바다로 향한다. 강물이 흘러드는 바다는 영양분이 풍부해 다양한 해양생물이 모여든다. 자연의 이치는 한결같아서 이 요령은 어디서나 적용이 가능하다.

오카야마 현은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이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북부는 해발 1,000m 이상의 봉우리가 이어지는 주고쿠 산지가, 중부는 완만한 구릉지가, 남부는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주고쿠 산지에서 발원한 세 개의 강은 오카야마 현 곳곳에 충분한 용수를 공급하고 궁극에는 세토 내해로 흐른다. 세토 내해는 섬나라 일본에서도 소문난 어장이다.

지형에 날씨까지 가세한다. 주고쿠 산지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세토 내해 너머 시코쿠 섬은 태평양의 바닷바람을 막아주니 연중 날씨가 온화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다.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오카야마 현은 ‘과일왕국’으로도 불린다. 특히 백도를 비롯해 머스캣, 피오네 등 유럽 품종의 포도 생산량은 일본 최고를 자랑한다.

오카야마 식도락 기행의 첫 여정은 일본 3대 정원의 하나인 고라쿠엔(後樂園)에서 시작한다. 1700년에 완성돼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고라쿠엔은 133,000m2의 방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정원의 중앙에는 산, 언덕, 연못 등이 인공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매화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숲이 들어서 있다. 심지어 벼를 재배하는 논과 차 밭까지 두고, 여백에는 일본에서 자생하는 야생 잔디로 채워져 있으니, 이는 정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대자연의 축소판이다. 더군다나 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 어느 계절, 어느 장소에서 보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정원조차 식도락 여행자에겐 그저 과정일 뿐. 본격적인 식도락 기행을 위해 정원을 앞마당 삼아 버티고 선 오카야마 성으로 오른다. 과일왕국 오카야마의 명물인 파르페를 먹기 위해서다. 외벽에 검은 판자를 붙여 마치 까마귀처럼 검다고 해서 ‘우조(烏城)’라 불리는 오카야마 성은 고라쿠엔 덕분에 그 품격과 웅장함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파르페의 마을’로 불리는 오카야마에서는 시내 곳곳에서 파르페 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한때 권력의 심장부였던 오카야마 성에서 먹는 파르페의 맛은 더욱 각별하다. 유리잔에 과일젤리와 생크림을 차례로 담고 백도, 머스캣, 피오네, 용과, 멜론 등 오카야마 현에서 생산된 과일로 장식한 파르페는 먹기에 앞서 보는 즐거움부터 선사한다. 겉볼안이라 했던가. 보기에 아름다운만큼 그 맛도 훌륭하다. 복숭아와 포도의 과즙과 당도는 오카야마 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달콤함과 추억을 맛봤으니 이젠 본격적인 끼니를 해결할 차례. 오카야마 현에서의 첫 식사는 고민할 것 없이 ‘바라즈시’로 시작함이 옳다. 일본 전통음식인 지라시즈시는 배합초로 간을 한 밥에 생선, 달걀부침, 야채 등을 올린 것이다. 바라즈시 역시 지라시즈시의 일종이지만 그 스케일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바라즈시는 우선 밥에 배합초뿐만 아니라 익힌 생선살을 함께 섞는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오카야마의 산과 들, 강과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십 종류의 식재료를 올린다. 특히 일본 내 소비량 1위인 삼치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바라즈시를 먹는 것은 곧 오카야마의 풍부한 자연을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연의 은혜를 먹는 음식. 그래서 바라즈시는 집안의 경조사나 마을 행사에서는 반드시 등장하는 일종의 축제 음식이다. 때문에 바라즈시는 오카야마의 거의 모든 향토 음식점과 료칸 등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음식점마다 사용하는 재료가 다르고 저마다의 개성이 넘치는 까닭에 한 끼로 만족하기엔 아까울 정도다.

아사쿠치 시에서는 오카야마 현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을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단면적의 지름을 기준으로 1.7mm 이상이면 우동으로, 그 이하면 소면으로 분류한다. 세토 내해 건너 가가와 현이 우동(사누키)으로 유명하다면 오카야마 현 아사쿠치 시는 소면으로 유명하다. 소면 생산 전국 1위로 일본 전체 생산량의 37%를 점유하고 있다.

소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 소금, 물이 필요하다. 아사쿠치 시는 에도시대부터 쌀과 밀의 2모작을 통해 밀의 산지로 유명하다. 소금은 세토 내해의 바닷물을 이용해 만든 자염을 사용한다. 물은 반죽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밀의 제분에 반드시 필요하다. 밀은 낱알이 딱딱해 전통적으로 물레방아를 돌려 제분을 해왔다. 아사쿠치 시를 관통하는 약 3km에 이르는 하천에는 에도시대부터 40여 개의 물레방아를 설치해 밀 제분에 사용해 왔다고 한다.

이처럼 아사쿠치 시는 소면을 만드는데 필요한 3박자가 두루 갖춰졌을 뿐만 아니라 ‘테노베’라는 전통적인 제법을 통해 맛까지 인정받고 있다. 테노베란 밀반죽 덩어리를 손으로 계속 늘여서 점점 가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밀의 글루텐이 한 방향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가느다란 소면임에도 불구하고 쫄깃한 탄력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가모가와 테노베 소면’에서는 소면을 만드는 공장 견학은 물론이거니와 직접 테노베 면을 만드는 체험까지 가능하다. 시간 관계상 소면까지는 불가능하고 우동 정도 굵기밖에 만들 수 없지만, 자신이 만든 면을 현장에서 직접 삶아 먹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으니 식도락 기행에는 더할 나위 없는 코스다.

일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온천과 료칸. 최근 들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온천과 료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마도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탓이리라. 오카야마 현 북부 마니와 시에 위치한 ‘유바라 온천’은 그런 요구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특히 거대한 댐 바로 아래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노천 온천인 ‘스나유(砂湯)’는 유바라 온천을 대표하는 명물. 온천 물로 병을 치유한다는 뜻의 ‘탕치온천’으로 불릴 만큼 수질이 탁월하고, 대자연의 품속에 갇힌 듯한 분위기 또한 여행자의 피로를 제대로 풀어준다.

일본 온천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료칸이다. 하룻밤을 묵는 것으로 일본 특유의 전통과 섬세한 서비스 그리고 수준 높은 음식을 두루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나유 바로 맞은편에 있는 ‘핫케이(八景)’는 식도락 여행자라면 최적의 선택.

료칸의 하루 숙박요금에는 보통 저녁식사와 다음 날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저녁식사는 가이세키 요리가, 아침식사는 일본식 조식으로 차려진다. 모든 요리는 그 지역에서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핫케이가 특별한 것은 바로 이 대목. 저녁과 아침, 두 끼 식사에 사용되는 채소만 무려 50여 종. 그것도 오카야마 현에서 재배된 신선한 유기농 재료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로 다양한 채소를 사용한다는 것은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높고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핫케이의 음식은 식재료가 가진 숨은 맛을 극한으로 끌어냄으로써 재료의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카야마 현 식도락 기행의 종착지는 히루젠 고원.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이어지는 기슭에 펼쳐지는 광활한 들판에는 허브가든, 테마파크, 와이너리, 목장, 온천 등이 조성되어 있다. 히루젠의 넓은 목장에서는 저지(Jersey)라는 영국산 품종의 젖소가 자라고 있다. 일본은 근대 초기 저지를 수입해 우유를 생산했으나, 생산량이 적어 우리가 흔히 얼룩소라 부르는 네덜란드산 홀스타인 품종의 소로 대체했다. 비록 효율성에 밀려나긴 했지만 저지의 그 농후한 맛만큼은 홀스타인을 월등히 능가한다.

저지에서 짜낸 신선한 우유나 요구르트는 지금까지 먹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달고 고소하다. 그리고 그 우유를 사용해 만든 치즈, 아이스크림, 케이크, 과자 등은 농후하면서도 부드럽다. 혼자 먹기 아까운 맛이라 부지런히 지갑을 열게 된다.

히루젠 고원을 뒤로하고 이제 공항으로 갈 시간. 아쉬운 마음에 다시금 뒤를 돌아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오카야마여, 잘 먹고 간다. 그리고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었다!’

· 글 : 박상현('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저자)

· 사진 : 이호준(스토리 작가, '여행자의 식탁)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www.skynews.co.kr)

※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오카야마 주 7회 운항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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