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첨단 계측기술의 허브 단둥 계측기기 단지





국영기업 시절 기술·노하우 바탕 제2도약 모색…"한국 등과 제휴 희망"
(단둥<중국 랴오닝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접경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한국에서는 종종 북한 관련 소식이 흘러나오는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 가스계량기와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의 태생지이면서 이 분야의 계측기기에 특화된 지역이다.
단둥시 도심에서 차량으로 서쪽으로면 20분 가량 달리면 신도시에 위치한 계측기기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계측기기 단지 주변 산업단지에도 주요 업체가 산재해 있다.
2009년 출범한 단둥 계측기기단지는 랴오닝성(省) 직할 단지로 1960~1970년대 생긴 국영기업의 기술 노하우 등을 이어받아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1962년 중국 최초로 단둥에 국영 가스계량기 생산업체가 설립됐고, 1965년에는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 국영기업이 처음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100개가 넘는 민영 계측기 업체들이 가동되는 명실상부한 계측기기 단지로 부상했다.
중국에서는 국영 가스미터 기업이 민영화되면서 현재 아시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둥파(東發)그룹으로 재탄생했고, 국영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 제조기업 민영화로 산업용 종합 제조업체 3곳, 엑스알디(XRD·엑스레이 회절분석기) 생산업체 2곳, 엑스알에프(XRF·엑스레이 형광분석기) 생산업체 1곳, 이동식 엑스레이 검사장비 생산업체 10여 곳 등 30여 개의 회사로 분화됐다.
◇ 중국 가스계량기의 산파역 단둥 둥파그룹
단둥 도심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둥파(東發)그룹은 중국에서 처음 가스계량기를 만들어낸 업체로 이 분야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만큼 오랜 역사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낮기온 영하 6도에 매서운 강풍마저 몰아친 지난 26일 정문까지 직접 나와 기자를 환대한 루춘샹(盧春祥) 둥파그룹 산하 공업용가스계량기회사 총경리(사장)는 기술력을 과시하며 한국과의 합작 확대에 대한 기대를 피력했다.
지난 1962년 설립된 둥파그룹은 50년이 흐른 현재 연간 350만대의 가스계량기를 생산, 전국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는 중국 최대의 가스계량기 제조업체로 부상했다.
창립 초기부터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독일의 가스미터 기술을 도입했고 현재도 일본 도요(東洋)가스미터 회사와 기술 제휴를 맺는 등 앞선 기술을 받아들여 '탑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중국시장 변화에 따라 가스계량기 기술개발에 과감히 투자, 5만㎡ 규모의 선불카드식 가스계량기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 그리드(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전력망) 시장을 대비해 유·무선 검침용 가스계량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 옴니시스템과 열량계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또 가스유량계 시장에도 진출, 미래형 초음파유량계를 생산하기로 하고 한국업체와 투자 및 기술교류 협의 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단둥의 다른 업체와 손잡고 총 80억원을 투자, 한국의 조명용 절전장치를 이용하는 스마트 그리드 업체에서 기술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차세대 제품으로 지진이나 가스누출 시 자동 차단되는 지능형 가스미터도 개발을 끝낸 상태이다.
루춘샹 총경리는 "둥파그룹은 가스미터 분야 중국 시장점유율 1위일 뿐 아니라 영향력이 커서 가스 관련 기술을 가진 한국 업체가 중국시장 진출을 계획한다면 좋은 합작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계량기 무선검침의 중국 선두주자 스카이
한국의 스마트검침시스템은 유선검침이 다수인데 반하여 중국은 무선검침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한국에선 아파트나 빌딩건설 시 건설업자가 내부장식을 일괄적으로 하는데 비해 중국에선 내부장식을 소유자가 직접하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의 검침이 대부분 검침원의 직접 방문으로 이뤄지나 대도시 부유층 아파트를 필두로 스마트검침이 확산되는 추세다.
27일 오전 찾아간 스카이 사는 IC카드용 가스계량기를 중국에서 처음 만든 업체로 현재 IC가스계량기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5년 전 무선검침용 가스·수도계량기 개발을 마치고 양산체제에 들어가 현재 전국적으로 150만대를 공급했다. 스카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매년 사세를 키우며 시장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무선검침용 계량기는 기기 및 중계기의 측정범위가 반경 10Km에 달하고 건물 등 방해물이 있을시에도 5Km에 달하는 측정능력을 보유했다.
이 때문에 무선검침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짧은 측정범위'를 혁신적으로 개선, 중국 스마트검침시장을 확대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우자빈(周家檳) 스카이 부총경리(부사장)은 "유선검침용 가스 수도계량기 생산과 더불어 가스 누출 시 자동으로 가스를 차단하는 스마트 가스계량기를 개발, 출시했고 초음파 가스계량기, 유량계 방면까지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레벨계 중국 선두기업 퉁보전자
단둥 서편 압록강변에 위치한 퉁보(通博)전자는 공업용 레벨계(수평면을 측량하는 기구) 개발에 힘써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1992년 설립된 퉁보전자는 애초에 부유구를 이용한 레벨계를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체 매출액의 4~6%를 반드시 연구개발(R&D)에 투입할 만큼 신기술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현재는 석유화학 및 발전플랜트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스먼트 형 레벨계 부문에서 중국 내 70%의 점유율을 보이는 성과를 올렸다.
또 원유 저장 및 원유 운반선에 들어가는 레이더형 레벨계를 자체 개발하는 등 국내외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레벨계 시장에서 라이벌격인 유럽산 제품가격의 60~70% 수준을 유지해 가격 경쟁력마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한디(張寒체<木+좌변없는隷>) 퉁보전자 총경리는 "레벨계 분야의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유량계 분야 투자를 늘려 크게 성장시키겠다"면서 "한국의 유관기업 및 중국 석유화학플랜트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의 교류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 중국 타이어휠 검사장비 1위업체 단둥 NDT
비파괴검사 중 RT(방사선 투과검사)에 속하는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는 크게 검사기와 분석기로 나뉘며 고전압을 발생시키는 제너레이터, 엑스레이가 방출되는 튜브, 전체 가동을 조작하는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된다.
단둥의 관련 기업들은 3가지 주요 부품을 모두 직접 생산한다.
단둥 엑스레이 산업단지엔 강관, 타이어, 타이어휠, 자동차부품, 금속용기 등의 결함을 찾아내는 검사장비 생산업체들이 집약됐다.
대형 종합생산업체만 3곳에 달하며 중급 규모의 완성품 제조업체 30여 곳, 소규모 부품제조업체까지 합할 경우 100여 곳에 달한다.
단둥 NDT도 둥파그룹과 마찬가지로 1965년 국영기업으로 출발해 17년 전 민영화됐다. 이 회사 대표 역시 국영기업 당시의 공장장 출신이다.
포터블(이동식) 엑스레이, 강관 및 타이어 측정기기, 산업용 CT(컴퓨터단층촬영) 등 다양한 품목의 검사장비를 생산한다.
주력상품은 타이어휠 측정장비인데 대당 120만 위안(약 2억1천400만 원)의 고가이며 이 분야의 중국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린다.
회사 측은 외국·중국산 타이어휠 측정장비를 통틀어 중국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며 중국산 장비로만 볼 때 70%의 점유율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현재 한국에서 개발하지 못한 450㎸ 노출형 엑스레이 튜브를 개발 완성해 시제품을 내놓은 상태라는 점이다.
업계에선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관련 업체가 엑스레이 검사장비에 특화된 단둥 업체와 협력하면 비용,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둥뎬강(董殿剛) 단둥 NDT 동사장(회장)은 "한국의 대학, 연구소와 협력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며 " 전자부품회사,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와도 협력해 업종다변화를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중국 최초 엑스레이 튜브 생산업체 룽화방사선기기
단둥 NDT와 마찬가지로 단둥 엑스레이 국영기업에서 분리돼 민영화한 룽화방사선기기 역시 출발점은 국영 시절인 1965년까지 거슬러간다.
NDT가 산업용 엑스레이 검사장비 제조기술로 시작했다면 룽화는 엑스레이 튜브(엑스레이 발생장치)의 특화 기술을 보유했다.
현재 중국 내 동종업체계 중 가장 다양한 튜브 제품을 제작하며 생산량만도 연간 약 1만개에 이른다.
엑스레이 장비의 핵심부품은 고전압을 발생시키는 제너레이터, 고전압을 이용해 엑스레이를 발생시키는 튜브, 동작을 제어하는 컨트롤러 등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 중 가장 작은 부품인 튜브가 가장 비싸며 만들기도 어렵다.
룽지핑(榮吉萍) 룽화 동사장은 "일반적인 포터블 제품에서부터 의료용, 엑스레이 회절분석기(XRD), 공항검색대용 엑스레이 장비 튜브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며 한국의 관련 업체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계측기단지 취재를 지원한 조병걸 단둥시청 대외무역경제합작국 경제고문은 "단둥의 계측기 업체는 국영기업 시대에 확보한 내수시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노하우도 보유해 한국의 동종업계 및 가스·석유화학플랜트·비파괴검사장비 등 관련 업체가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합작·제휴 등을 타진한다면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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