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외식칼럼] 싸고 맛있어도 식당장사 안 될 수 있다

EFN창업팀 2015. 11.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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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창업] 개업 후 계속 적자 보는 식당이 전국에 부지기수
수개월 전부터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발간하는 ‘음식과 사람’에 음식점 경영 개선 사례를 연재하고 있다. 그 기사가 나간 후 새로운 유형의 상담 문의들이 오는데 정말로 어려운 식당이 전국에 산재해있음을 새삼 체감한다.

한편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 등을 통해서 하소연하는 식당도 있다. 그래도 외식 전문지를 구독하는 외식업소들은 여러 가지로 나은 상황인데 일반 식당은 그 어려운 정도가 훨씬 더 심한 것 같다. 전문지를 돈을 내고 구독하는 마인드와 그냥 운영하는 사람들과 그 개념 차이는 분명하다.

월 매출이 불과 수백만 원으로 수년간 적자를 보는데도 어쩔 수 없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얼마 전 상담을 한 대전광역시 간장게장 전문점은 저염식이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며 맛이나 업주의 태도 등 좋은 요소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개업을 하고 2년 동안 한 번도 흑자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필자가 시식해본 그 집 간장게장은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 이 경우, 전적으로 아이템과 홍보의 문제다. 그 식당을 방문했을 때 벽면에 붙은 ‘입소문’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비교적 젊은 주인 부부는 맛만 좋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소문이 절로 나 영업이 잘될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

그렇지만 게장은 소비자가 선호는 하지만 어쩌다 구매하는 메뉴고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양적 한계도 있다. 맛이나 가성비에 비해 홍보 자체가 없었던 것도 매출 부진의 한 요인이다. 소비자의 입소문이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런 완만한 자연발생적 홍보를 기대하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 식당을 약간 홍보했는데 새로운 손님이 조금씩 오고 있다고 한다. 또 어느 상권에서나 대체로 통할 수 있는 생선구이 아이템을 추가할 것을 추천했다. 생선구이는 소비자들이 생각 이상으로 선호하는 아이템이다. 오피스나 주택 상권에 관계없이 생선구이는 두루두루 선호한다. 더욱이 생선구이는 간장게장, 꽃게탕 등 원래 메뉴와도 유기적으로 적합한 메뉴이기도 하다.

서울 강북 어느 두부집도 월 매출 300만원 미만으로 지속적인 적자를 보고 있다. ‘직접 제조하는 두부’라는 강점이 있지만 외진 곳에 있어 소비자들이 이 식당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콩 가격이 비교적 안정되어서 두부 아이템은 좋은 아이템에 속하지만 문제는 홍보와 전략의 절대적 부재인 것이다.

내 아이템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점, 빨리 파악해야
얼마 전 필자는 페이스북에 평양냉면, 함흥냉면, 막국수, 소바, 칡냉면, 밀면 등 차가운 냉국수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 아주 짧게 코멘트를 올렸다. 그런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마도 필자가 올린 내용이 거의 사실에 부합되기 때문이 아닐까?

상권이나 입지 혹은 그 아이템 강자 유무에 따라 다르지만 차가운 국수에 대한 전망은 매스미디어를 경영하면서 많은 만남과 시식과 경험을 했고 또한 현장 컨설팅이나 홍보를 통해서 비교적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즉, 앞으로 성장하는 아이템도 있는 반면 쇠락하는 아이템도 있다. 물론 빅데이터 같은 과학적 수치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통찰력이나 직관 경험 등도 병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강원도 어떤 불고기집은 막국수를 접목해서 올 여름 수개월 사이에 매출이 6~7배 이상 급신장했다. 고객이 냉면 혹은 막국수와 육류인 불고기를 접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아이템은 기존의 저가형 육쌈냉면 스타일보다 두 단계 이상 상품력이 앞서있다. 9000원이라는 가격에 막국수와 불고기를 200g 제공하기 때문에 만족도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 집은 무엇보다 과할 정도의 적극적인 홍보로 단기간 내 매출이 급신장했다. 100% 메밀 막국수와 직화로 제대로 구운 불고기의 매력과 효과적인 홍보가 접목해서 이루어낸 결과다. 또한 막국수는 냉국수 중 최근 가장 성장하고 있는 아이템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식당 업주는 올 봄에 식당 폐업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그 당시 식당을 시작한지 1년도 채 안 되는 시점이었다.

경기도 파주시 <만세면옥>도 올 4월에 신규 오픈해서 메르스와 북한 문제 때문에 점핑은 못했지만 파주시에서 유명한 냉면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함흥냉면은 뜨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냉면 강자가 없는 파주 지역의 틈새를 노린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
반면, 대전의 어떤 칡냉면집 업주는 SNS를 통해서 간곡한 미팅을 원했지만 만남 자체가 불발되었다. 그 냉면집 업주가 운영하는 아이템은 분명히 쇠락하는 아이템이다. 솔직히 말해 그 아이템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그렇지만 그 업주는 미련 때문인지 아니면 실천력 부족인지 SNS 문의가 온 후 감감무소식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 제법 준비가 철저했던 월남쌈 전문점이 있는데 2년 만에 업종을 바꾸었다. 그 월남쌈 전문점은 상품 개발력과 맛도 평균 이상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도 저녁에 손님으로 만석이 된 것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삼겹살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꾸고 나서야 저녁 때 손님이 꽉 차는 것을 차를 타고 가면서 여러 번 목격했다.

전국에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식당이 부지기수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무기력이 관성이 되어서 의욕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실행력도 아이템도 안 좋다면 몰락하는 식당 자영업 명단에 본인도 합류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자영업자 생존률은 16.4%라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감한 결단력 아니면 신속한 포기다.

김현수 월간외식경영 대표 외식콘셉트 기획자(블로그 식당밥일기)

EFN창업팀 (startbi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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