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향제(時享祭)/강동형 논설위원

[서울신문]며칠 전 죽마고우로부터 시향제에 참석해 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11월 22일 09시 ○○○씨○○사문중 시제일이니 필히 참석 바랍니다.’ 문자를 보자 마음은 고향으로 달려간다. 고향에서는 시향제를 줄여 ‘시향’이라고 했지만 지역에 따라 시제라고도 한다. 음력 시월 5대조 이상 묘를 찾아 드리는 제사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이런저런 핑계로 시향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몇 해 전 성인이 된 아들에게 ‘시향 풍경’을 보여 주고 싶어 고향을 찾았다. 그러나 이 산 저 산에 흩어져 있는 묘를 찾아 온종일 제를 지낼 것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차로 이동해 반나절 만에 끝났단다. 나의 불찰에 아들을 바라보며 쓴웃음만 지었다.

내게 ‘시향 풍경’은 추억 속에 머물러 있다. 또래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제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일. 떡과 과자는 물론 운이 좋으면 어른들 차지였던 유자나 홍시를 챙겨 좋아했던 일. ‘필참’이라는 문자를 받고 필참을 다짐했으나 올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답글을 보냈다. “많이 모였는가. 가지 못해 미안. 모두 건강하소.” 문자를 보내는 내 마음을 친구들이 알아주면 고맙겠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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