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르포 | 일본 야마가타현 초카이산] "어메이징Amazing~, 쓰고이데스네すごいですね~ 초카이"

글·사진 손수원 기자 2015. 11. 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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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마구치~시치고산 정상~초카이호수~호코다테산장 약 12km여름엔 야생화천국, 가을엔 단풍천국 일본 100명산

버스가 고산의 오르막길을 돌고 돌아 일행을 야시마구치(矢島口) 등산로 입구에 내려놓았다. 아래와는 전혀 다른 차가운 공기가 잠에서 덜 깬 머리를 탕하고 쳤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초카이산(鳥海山·2,236m). 일본 중북부지역 서해안, 야마가타(山形)현과 아키타(秋田)현 경계에 솟은 산으로 도호쿠(東北)지방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일본의 국립공원 바로 아래 단계인 국정공원(國定公園)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일본 100대 명산에 속한다. 정상은 야마가타현 유자마치(遊佐町)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2,200m대의 산이니 일본에서는 그리 높은 산이 아님에도 100대 명산에 꼽힌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월간산]초카이산은 도호쿠(東北)지방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며 일본 100대 명산이다. 초카이산 구합목(九合目) 부근에 서면 구름이 발아래에 내려 앉아 신선이 된 기분이 든다.
드넓은 습지의 환상적인 풍경
[월간산]1 정상 바로 아래 너덜지대에 서면 오른쪽으로 기막힌 장관이 펼쳐진다. 2 초카이산 정상인 시치고산.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다. 3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 계곡 곳곳에 채 녹지 않은 만년설이 있다.
“멀기도 멀다, 저길 언제 가지?”

일행 중 한 명이 허허 웃으며 등산화 끈을 고쳐 맨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다짐이다. 그렇게 등산로 입구에서 바라본 초카이산은 부드러운 산세 속에 본모습을 감추면서 도전의지를 불사르게 했다.

초카이산은 얼핏 보면 후지산과 닮아 일본인들은 초카이산을 두고 ‘데와후지(出羽富士)’, 즉 ‘야마가타(데와는 야마가타의 옛 지명)의 후지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카이’란 이름은 ‘산세가 새와 닮았다’는 의미도 있고 ‘鳥’가 초카이 정상에 사는 희귀한 새를 뜻하고 ‘海’는 초카이호수를 뜻한다는 설도 있다. 한편으론 ‘鳥’가 고구려 역사의 상징인 삼족오(三足烏)를 뜻한다는 설도 있다.

삼족오는 다리가 세 개 달린 까마귀로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선 ‘태양 속에 사는 전설의 새’로 여겨졌다. 일본 야마가타 지역은 예로부터 산악신앙이 발달해 높은 산을 신성한 곳으로 여겼고 새를 숭배했다. 새 중에서도 삼족오를 가장 신성시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고구려 역사 속의 삼족오인지, 일본 역사 속의 삼족오인지는 추측이 난무하다.

야시마구치 등산로 입구의 해발은 1,180m다. 이미 절반을 올라온 셈이지만 앞으로 오를 높이도 만만치 않다. 주차장에서 몸을 푼 뒤 산행을 시작한다. 일본인 가이드 두 명이 선두와 후미에 섰다.

산행가이드 사토씨는 처음에는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걸으며 일행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일본 산악가이드는 모든 이들이 산행초보라는 전제하에 코스를 이끈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 넓은 습지지대에 이른다. 푸르고 노란 풀들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가운데 용담과 제비꽃, 원추리 등의 야생화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화산섬인 일본은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화산재가 기본 토양이라 산 곳곳에 이런 습지가 많다. 저 멀리로는 초카이산 정상부가 봉긋하게 솟아올라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산이라는 점에서 제주도 한라산과 그 모습이 비슷했다.

[월간산]1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한 화구호인 초카이호수. 걸어서 호수 가까이 갈 수도 있다. 2 계곡을 지나 능선을 넘으면 웅장한 초카이산의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초카이산은 일본 서해안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15km밖에 되지 않아 해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초카이산 서쪽은 쓰시마난류가 흐르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고 동쪽은 내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산 동서편의 식생이 전혀 다른 것이 특징이다.

“노~노~노!”

습지의 풍광을 담느라 목도(木道)에서 서너 발자국 벗어났더니 가이드 사토씨가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일본인들은 이런 점에서 지나칠 정도로 철저하다. 길옆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절대 허투루 다루는 법이 없다.

습지지대가 끝나고 오른쪽에 작은 신사를 지나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길옆으로 풀과 야생화가 가득한 가운데 뒤를 돌아보니 등산로 입구가 벌써 발아래다. 그 뒤로 파란 하늘이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있으니 1,000m를 더 오르면 얼마나 멋진 조망이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이거 마가목이네. 야~ 술 담그면 참 좋은데!”

숲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열매들은 모조리 마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마가목은 술 담그기 좋은 열매로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에선 보이는 족족 따가는 마가목이건만 초카이산엔 참으로 탐스럽게, 많이도 열렸다.

“일본 사람들은 하지 말라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죠. 산에서도 그래요. 지정된 길이 아니면 가지 않고, 따지 말고 꺾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아요.”

야마가타현 현지 코디네이터인 브라이트스푼 김용균 대표는 “사실 일본 사람들이 마가목으로 술을 담는 것을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인들의 자연보호 정신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고 했다.

구름 위를 걸어 석양이 떨어지는 호수로

[월간산]하산하는 길, 갑자기 뜬 헬리콥터에 잠시 시선을 뺏겼다. 등산로를 정비하는 자재를 운반하는 헬기였다.
숲길을 지나 해발 1,354m의 육합목(六合目) 지점을 지나면 가파른 너덜지대가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돌을 정성스럽게 쌓은 탑이 군데군데 보인다. 작은 돌을 하나 집어 탑에 더했다. 오늘의 관심사는 온통 ‘날씨’였다. 초카이산에 오르기 이틀 전, 18호 태풍 ‘아타우’가 일본 본토에 상륙해 간토 지역과 도호쿠 일부 지역을 초토화시켰던 것이다.

사실 <월간山> 창간 46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초카이 산행 일정 자체를 걱정했었다. 태풍이 지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태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행히 일본에 도착한 날부터 비가 그치고 날씨가 좋아졌지만 초카이산 정상에 닿을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마음으로 ‘제발 정상에 구름이 끼지 않게만 해주세요’라고 빌고 또 빌었다.

너덜지대를 지나고 초원지대를 지난다. 팔합목(八合目)까지 비슷한 길이 이어진다. 너덜지대에 급경사가 다소 있지만 대부분은 완만하고 기복이 심하지 않은 오름길이다. 뒤돌아보니 풍광이 더욱 넓어진다. 낮은 구름은 이미 발밑에 떨어졌다. 구름을 걷는 기분이 든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감탄의 탄성도 커진다. 일행의 걸음걸이가 자꾸만 늦어지는데 힘이 달려서가 아니다. 이곳저곳 사진 찍을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이드 사토씨는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며 발길을 재촉하지만 아름다운 풍광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어서 경치가 좋은 사진 포인트마다 “Rest~ Rest!"를 외친다.

드디어 구합목(九合目)을 지나 정상이 코앞이다. 크고 작은 돌과 흙이 널브러진 너덜지대를 가파르게 올라간다. 길이 미끄러워 여기저기서 엉덩방아 찧는 소리가 요란하다. 몇 번이나 숨을 고른 후에야 드디어 초카이산 정상인 시치고산(七高山·2,220m)에 닿았다.

정상은 서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지나가는 바람 길이었다. 거센 바람에 잠시도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다. 사방에 막힘이 없는 전망 중엔 서해바다도 있고 웅장한 초카이의 능선도 있다. 구름 내려앉은 산 정상은 신선계의 어느 곳인 것처럼 신성한 기운마저 내뿜는다. 이를 반영하듯 정상엔 정상석 외에 서너 개의 비석이 더 세워져 있다. 

[월간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제 하산이다. 계곡 아래에 있는 오모노이미신사(大物忌神社)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이곳은 신사와 대피소를 겸한 산장이 함께 있다. 화장실이 있고 시즌엔 매점과 식당도 운영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신산도 보고 가야지?”

‘산 도사’급에 속하는 일행 몇몇이 신산을 다녀오겠노라 한다. 신산(新山·2,236m)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새로 생긴 정상이다. 산장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가파른 너덜지대를 기듯이 올라야 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이드 사토는 모든 인원이 다녀오면 시간이 너무 지체되니 7~8명만 데리고 다녀오겠다고 했다. 이미 칠고산 정상을 다녀온 일행은 비슷한 전망을 가지고 있는 신산에 별 흥미가 없는 듯하다. 결국 ‘특공대’ 몇몇만 신산을 다녀오기로 하고 나머지는 초카이호수를 향해 하산하기로 한다.

정상에서 보았던 U자형 계곡인 센자다니(千蛇谷雪)를 지난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엔 아직도 눈이 조금씩 남아 있다. 계곡을 지나 왼쪽 능선을 넘는다. 산 중간에 길게 뻗은 길은 ‘차마고도’를 연상케 한다.

철사다리를 타고 능선을 또 하나 넘으니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초카이산의 남쪽 능선이 흘러내리면서 만드는 풍광이다. 오른쪽으로 깊은 계곡과 함께 멀리로는 초카이산의 남쪽면이 북쪽의 모습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정상에서 3.6km 지점에 이르러 초카이호수가 왼쪽에 펼쳐진다. 초카이호수는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화구호다. 해질 무렵의 불그스름한 햇살이 호수에 닿아 바스러진다. 시간만 있다면 이곳에서 석양을 담아보고 싶었다.

[월간산]초카이산 정상에 선 <월간山> 창간 46주년 초카이 트레킹단.
마지막까지 감동 주는 초카이
호수를 지나 자그마한 산장인 오하마고야(御浜小屋)에 닿았다. 산장 안에는 몇몇 음료수가 있어 주인장을 부르는 종을 누르고 싶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산행 종점인 호코다테산장으로 간다. 줄곧 이어지는 돌계단과 돌길에 무릎이 시큰거린다.

호코다테전망대에서 발밑으로 뚝 떨어지는 계곡을 내려다본다. 그 깊은 계곡의 시작은 초원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새하얀 실타래 같은 폭포’라는 뜻의 시라이이토폭포(白ノ)다. 지나온 초카이산이 저녁 햇살을 받아 불그스름하게 빛난다.

“마지막까지 감동을 주네!”

초카이산 정상에 쟁반같이 둥근 구름이 떴고, 그 속에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날씨가 좋았던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산행이 끝나고 나서도 이처럼 감동을 주니 일행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입을 모았다.

“어메이징(Amazing), 쓰고이데스네(すごいですね)!”

초카이산
2,236m
일본 야마가타현

• 산행가이드 •

초카이산은 1년 내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11월 상순부터 4월 하순까지는 산 주위의 모든 도로가 폐쇄되어 접근하기가 어렵다. 가장 적기는 7월부터 8월까지다. 이때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9월 중순부터는 기온이 크게 떨어져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 가장 단풍빛이 산뜻한 때는 10월 중순부터 말경까지다. 5월부터 6월까지도 산행이 가능하지만 겨우내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동절기장비를 준비해야 하며 등산로가 불분명하고 체력소모도 커 초심자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다.

야시마구치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해 칠고산 정상을 거쳐 초카이호수~호코다테산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거리가 적당하고 볼거리도 많아 우리나라 등산객이 좋아할 만하다. 총거리 12km 정도에 식사 시간과 사진 찍는 시간 등을 포함해 9시간 정도 걸린다.

다른 추천 코스로는 후쿠라구치(吹浦口)의 오타이라(大平)산장이나 기사카타구치(象瀉口)의 호코다테에서 시작해 정상을 보고 돌아오는 것이다.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다. 남쪽의 다키노코야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4시간 30분, 산장에서 호코다테주차장까지는 4시간가량 걸린다. 다키노코야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면 택시를 이용하거나 호텔의 차량 마중 서비스가 필요하다.

• 교통 •

인천에서 아키타공항이나 센다이공항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키타공항에서 오는 편이 더 가깝다. 아키타공항으로 갈 경우 인천에서 아키타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주 3회(월·목·토 오전 10시 30분) 운항한다. 아키타현에서 인천은 오후 1시 30분 출발.

센다이공항으로 갈 경우에는 인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주 4회(월·수·금·일 오전 10시 10분 출발, 약 2시간 20분 소요) 운항한다. 센다이에서 인천행은 오후 1시 10분에 출발한다. 아키타공항으로 올 경우 아키타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해 아키타(秋田)역-JR 우에츠혼센-JR 사카타(酒田)역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한다.

시즌에는 개인적인 교통편과 숙소 예약이 어려우므로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본 전문 여행사인 브라이트스푼(cafe.naver.com/jpinside)이 대표적이다. 야마가타현 현지 코디네이터인 김용균 대표가 운영한다. 올해는 10월 17일, 시시가하나 습원 힐링 워킹과 초카이산 단풍 트레킹을 엮은 여행상품이 있다. 문의 브라이트스푼 02-755-5888.

• 숙식 •

 

초카이산 등산로 입구 주변에는 산장이 여럿 있다. 초카이산 오다이라(大平山莊)는 호코다테산장 주차장에서 10분 거리다. 온천은 아니지만 샤워시설도 있다. 화장실은 공용이지만 매우 깨끗하다. 4월부터 10월까지만 운영한다. 문의 090-2607-2326. 아키타현의 포레스트 초카이(Forest 鳥海) 호텔은 객실에서 초카이산을 조망할 수 있다. 호텔 내의 온천은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수질을 자랑한다.

문의

0184-58-2888, www.ybnet.jp/~for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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