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르포 | 이탈리아 알프스 (하)] 유럽의 역사 품은 그림 같은 산과 계곡

글 사진 김기환 차장 2015. 11. 5. 18: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오스타(Aosta)와 몬테비앙코, 몬테체르비노 지역

발레다오스타(Valle d' Aosta)의 면적은 3,266km²로 이탈리아의 20개 주 가운데 가장 작다. 동서로 이어진 고속도로가 이 지역을 관통하고 있는데, 그 거리가 100km가 안 될 정도로 짧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올 경우 1시간 사이 스쳐 지나치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 지방은 4,000m급 연봉으로 이어진 알프스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형의 기복의 매우 심하다. 그 거친 환경 덕분에 풍광이 수려하고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

[월간산]체르비노 지역의 케이블카 중간 정류장 부근에 초원이 형성되어 있다. 산자락의 오솔길을 따라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발레다오스타는 북으로 스위스, 서쪽으로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산줄기와 높은 봉우리들이 다른 나라와 경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봉우리가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 알프스 최고봉으로, 프랑스에서는 ‘몽블랑’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몬테비앙코’로 부른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봉우리로 알려진 ‘마터호른’ 역시 국경에 솟아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부르는 이름은 ‘체르비노’다. 그밖에 많은 국경지대의 봉우리들이 나라마다 이름을 달리 부르고 있다.

발레다오스타에서는 알프스를 대표하는 봉우리들이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에 언급한 몬테비앙코와 체르비노 등을 구경하기 위해 프랑스와 스위스를 넘나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발레다오스타의 중심인 아오스타에서 출발하면 몬테비앙코 아래 쿠르마이어까지 30분, 체르비노 밑의 체르비니아까지 1시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짧은 일정으로도 알프스의 유명 산악관광지를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가 장점이다.

[월간산]체르비노 하이킹 도중 본 산 속의 거대한 인공호수

체르비니아(Cervinia) 마터호른의 또 다른 이름 ‘체르비노’

[월간산](위)체르비니아 케이블카 정류장 모습. 뒤로 체르비노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 플랜 메이슨(Plan Maison) 정류장 부근의 식당에서 본 체르비노.
몬테로사 자락의 샴플룩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브뢰이 체르비니아’(Breuil-Cervinia)를 향해 출발했다. 체르비니아는 몬테로사산군의 아이아스계곡 서쪽 능선을 넘으면 나타나는 거대한 골짜기 발토르넨치(Valtournenche) 상류에 위치했다. ‘마터호른’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체르비노’(Cervino) 바로 아래 위치한 해발 2,000m가 넘는 높은 고도의 마을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차를 몰며 체르비니아로 향하다 보니 곳곳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7월 열린 체르비노(마터호른) 초등정 150주년 기념행사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인 1865년 첨탑 같은 체르비노는 처음으로 인간의 발길을 허락했다. 그것도 3일의 차이를 두고 두 팀이 정상에 오른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극적인 일이 그곳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월간산]아오스타 구도심의 오래된 석문.
1865년 7월 14일, 스위스 쪽에서 등반한 에드워드 윔퍼 일행이 초등에 성공한다. 그로부터 3일 뒤인 7월 17일 이탈리아 리온(Lion) 리지를 통해 이탈리아의 유명 산악가이드 장 앙트안느 카렐(Capanna  Jean Antoine Carrel) 팀이 정상에 도착했다. 조국 이탈리아에 초등의 영광을 돌리기 위해 고집을 꺾지 않았던 카렐 팀은 결국 ‘재등’이라는 초라한 성적표 받아들게 된다. 지금도 마터호른 초등 경쟁은 알피니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큰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고풍스런 거리가 인상적인 상빈셍(Saint-Vincent)에서 시작된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40분 정도 오르니 체르비노가 한눈에 드는 마을에 도착했다. 150년 전 이탈리아 산악인 카렐이 체르비노 등반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이용했던 곳, 바로 체르비니아다.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손꼽는 스키리조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여름에도 빙하의 설원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후 4시면 케이블카 운행 끝나니, 서둘러서 돌아보시고 돌아오세요.”

[월간산]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아오스타 원형 경기장.
매표소에서 만난 직원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시계를 쳐다봤다. 샴플룩에서 산을 넘어오며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을 허비한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산악지대의 날씨는 오후가 되면 불안해진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본 체르비노는 반쯤 구름에 잠겨 있었고 가랑비까지 오락가락했다. 점심도 생략하고 곧바로 케이블카에 올랐다.

첫 번째 정류장인 플랜 메이슨(Plan Maison)에 도착하니 체르비노가 한층 가깝게 다가왔다.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 있었지만 피라미드처럼 솟구친 거친 산봉을 감상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해발 2,555m 고지에 올라오니 피부에 닿는 바람이 서늘했다. 정류장 주변의 넓은 초원에는 노란색과 보라색 야생화가 가득했다. 알프스의 전형적인 목가적 풍경이 펼쳐지는 고원을 바라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초원지대 위의 오솔길을 걸으며 주변을 잠시 돌아본 뒤 곤돌라를 타고 다음 정류장인 라기(Laghi·2,814m)로 이동했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변했다. 차츰 초원은 사라지고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벌판이 나타났다. 정류장 문 밖으로 나서니 매서운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재킷을 꺼내 입고 모자를 눌러쓴 뒤 천천히 주변을 돌아봤다. 계단을 내려서나 바로 옆 사면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다. 고도가 높아지며 그만큼 기온이 떨어졌다.

[월간산]12세기의 모자이크 장식 바닥으로 유명한 아오스타 성당.
플랜 메이슨과 라기 정류장 일대는 여름이면 MTB를 즐기는 이들로 붐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다 보면 자전거를 타고 광활한 벌판을 질주하는 이들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라기’보다 높은 산꼭대기에 위치한 플라토 로사(Plateau Rosa) 정류장 일대는 여름철 스키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 3,480m 높이에 만년설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름이 짙게 덮여 있고 시간도 늦어 설원 구경은 포기했다. 날씨만 좋다면 체르비노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인데 정말 아쉬웠다.
[월간산]구름 속에 몸을 숨긴 체르비노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사람들.
아오스타와 몬테비앙코 로마제국의 유적과 유럽 최고봉
[월간산](위)전망대 정상에서 본 몬테비앙코 일대의 만년설. 빙하를 가로질러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 푼타 엘브로네전망대에서 몬테비앙코를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아오스타(Aosta)는 발레다오스타 주의 중심 도시다. 거대한 아오스타 계곡 한가운데 자리잡은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BC 25년에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갈리아 지방을 정벌하기 위해 군사기지 아우구스타프라이토리아를 건설한 것이 이 도시의 시초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진격하기 위해 이 계곡을 통과하기도 했다. 유럽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아직도 중심가에 많은 로마 유적이 남아 있다.

상빈셍마을에서 아름다운 산골 풍광을 바라보며 하룻밤을 머문 뒤, 아침 일찍 아오스타로 향했다. 20여 분 만에 도착한 그곳에서 발레다오스타 관광협회 직원과 만나 시가지를 돌아봤다. 알프스의 로마라 불리는 아오스타는 산속의 작은 도시지만 속이 꽉 찬 관광지였다.  아우구스투스를 기념하여 세운 개선문과 성벽, 2개의 성문, 원형극장 등 고대 로마제국 시대의 유적 외에도 12세기의 모자이크 장식 바닥으로 유명한 성당, 수도원, 궁전 등 볼거리가 가득했다.

[월간산]상빈센의 ‘그랜드 호텔 빌리아’의 식당에서 창밖으로조망하는 이탈리아 알프스 풍광
아오스타 구경을 마치고 곧바로 쿠르마이어(Courmayeur)로 이동했다. 그곳은 유럽 알프스 최고봉인 몬테비앙코(Monte Bianco·4,807m) 아래 위치한 산골 마을로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산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이 마을을 찾은 것은 지난 5월 말 새 단장을 마치고 운행을 시작한 ‘몬테비앙코 스카이웨이’(Skyway Monte Bianco)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였다.

몽블랑터널 입구에서 시작하는 이 케이블카는 몬테비앙코가 정면으로 보이는 해발 3,468m의 푼타 엘브로네(Punta Helbronner)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신형 케이블카는 80명 정원으로 올라가는 동안 자동으로 360도 회전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속 9m 속도로 빠르게 이동하지만 안전성이 뛰어나 편안하게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월간산]

마지막 정류장에서 계단을 타고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면 서쪽으로 눈을 뒤집어 쓴 거대한 봉우리가 솟아 있다. 바로 ‘흰 산’이라는 뜻을 가진 몬테비앙코다. 전망대 주변에 솟은 첨탑 같은 수많은 봉우리들 또한 멋진 볼거리였다. 알프스산맥에 걸린 구름이 수시로 시야를 가렸지만 오히려 그런 변화무쌍함이 더욱 신비로웠다. 40유로가 넘는 부담스러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몬테비앙코 스카이웨이’ 케이블카는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유럽 최고봉 곁에서 즐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오스타나 쿠르마이어 지역으로 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밀라노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가 이 지역들을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 속에 있는 체르비니아로 가려면 중간에 지역 버스를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밀라노 지하철역 람푸냐노(Lampugnano) 부근 버스터미널에서 운행하는 아오스타 경유 쿠르마이어행 고속버스(Savada)를 이용한다. 평일 하루 기준으로 4회 운행하며 아오스타까지 3시간, 쿠르마이어까지 3시간 45분이 소요된다. 체르비니아로 가려면 아오스타 직전의 샤티용(Chatillon)에서 내려 노선버스(Savada Line 433)로 갈아탄다. 샤티용에서 체르비니아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밀라노에서 아오스타나 쿠르마이어, 체르비니아로 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에서 체르비니아까지 169km, 아오스타까지 166km, 쿠르마이어까지 199km로 그다지 멀지 않다. 대부분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샤티용에서 체르비니아까지 구간은 좁은 산길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유럽 렌터카 여행은 내비게이션이 필수다. 스마트폰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시직(Sygic) 어플이나 구글지도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이탈리아 도로는 좁고 복잡한 곳이 많다. 고속도로 진출입과 톨게이트 이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적응이 필요하다. 일반도로의 교차로마다 나타나는 로터리 역시 통과 시 주의해야 한다.

숙식

조용한 산골과 고풍스런 유럽 분위기가 혼재한 상빈셍 지역에 발레다오스타 주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 있다. 5성급인 그랜드호텔 빌리아(Gramd Hotel Billia)는 알프스산맥의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1908년 세워진 유서 깊은 호텔로 2014년 깨끗하게 단장했다. 넓고 고급스러운 69개 객실과 사우나, 스파, 운동시설, 수영장,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호텔과 함께 카지노도 운영하고 있다. www.saintvincentresortcasino.it

아오스타와 쿠르마이어, 체르비니아는 유명 관광지로 많은 숙박시설과 식당이 시내 일원에 밀집해 있다. 다양한 등급의 호텔과 B&B(Bed and Breakfast) 민박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호텔을 검색해 주는 전문 사이트를 이용하면 쉽게 예약이 가능하다.

▶ 실컷 놀았는데도 저녁… '한나절 행복' 찾아 춘천으로, 파주로

▶ 자동차 타이어에 새겨진 숫자의 비밀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