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인데 집행유예? 신상공개도 안해?"

시사자키 제작진 2015. 10.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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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실형선고 비율 계속 낮아져

- ‘음주·후회·초범’ 감형이유? 국민 법감정과 괴리
- ‘주취감경 폐지’ 법안, 국회 통과 안돼
- 음주에 관대한 사회, 판사 선고에도 영향 미친 듯
- 성범죄 대법원 양형기준 재검토 필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5년 10월 30일 (금)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경진 변호사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정관용> 얼마 전에 애인의 딸을 10시간 동안이나 감금하고 성폭행까지 한 남성에게 법원이 죄질이 나쁘다, 이걸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요. 또 신상공개도 하지 않았고요. 음주상태였다, 깊이 후회하고 있어서이다 이런 등등의 이유를 법원이 댔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 일반 시민의 법감정과 상당히 괴리가 있죠. 이뿐만 아니라 ‘강력성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지나치게 미온적이다’ 이런 지적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문가 연결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바 있는 김경진 변호사의 도움말씀 듣겠습니다. 김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김경진>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이게 많이 보도가 됐습니다마는 사건개요를 다시 한 번 짧게 간추려주시겠어요?

◆ 김경진> 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40대 남성 A씨인데요. 애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평소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서 이걸 좀 따져야겠다 해서 들이닥쳤는데 집안에 애인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집 앞에서 기다리는데 몇 시간 있다가 애인의 딸, 그러니까 스무 살 갓 넘은 딸이 집에 들어왔고요. 화가 안 풀리니까 애인의 딸을 손과 발을 묶고 입에는 수건을 물린 상태에서 한 10시간 정도 감금을 하다가 결국은 옷을 가위로 자르고 성폭행까지 했었는데요. 문제는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징역 5년 정도는 선고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안인데 이례적으로 1심 재판부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석방을 했습니다.

◇ 정관용> 1심에서.

◆ 김경진> 네. 그래서 판결이유를 보니까 어쨌든 피해자에 대해서 굉장히 잘못한 것은 맞는데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그다음에 구속된 이후에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까 석방한다, 이런 이유로 풀어줬는데요. 도대체 그 판결이 납득이 되느냐, 이런 것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2심에서도 또 똑같이 나왔나요?

◆ 김경진> 2심에서도 결국은 집행유예 판결을 유지했었는데요. 2심 재판단계에서는 피해자에게 금전적으로 공탁을 좀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점까지 추가로 감안해서 그대로 집행유예를 유지한다, 이렇게 판결했습니다.

◇ 정관용> 앞에 개요를 소개해 주신 10시간 동안 감금 그 다음에 결박 그리고 수건으로 입을 막고 옷을 찢고 성폭행하고 이런 모든 사실관계는 법원이 다 인정했나요?

◆ 김경진>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건 다 인정을 했는데 집행유예 나온 것은 1심에서는 딱 술 그다음에 뉘우침 이 두 가지예요?

◆ 김경진> 하나가 더 있는데요. 초범이라는 겁니다.

◇ 정관용> 초범.

◆ 김경진> 그 이전에 범죄로 재판을 받거나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적이 전혀 없다.

◇ 정관용> 김 변호사님도 부장검사까지 지내셨으니까 이런 사건 많이 해 보셨잖아요.

◆ 김경진> 네.

◇ 정관용> 초범이면 이런 경우에 집행유예 나와요?

◆ 김경진> 글쎄 그게 과거에 한 5년 전, 10년 전에는 이런 식의 판결이 가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대체적인 추세는 어쨌든 성폭행 사범에 대해서 엄단하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추세하고는 약간 좀 맞지 않는 판결이어서 좀 의아하게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술, 흔히 말하는 주취감경 이런 게 있다면서요.

◆ 김경진> 네.

◇ 정관용> 술에 취해서 이른바 심신미약 상태, 본인이 제정신이 아니라서 이런 걸 감안해서 형을 줄여준다 이런 건데. 하지만 성폭력범죄특례법 이런 데는 주취감경을 못하도록 규정해놓고 있지 않습니까?

◆ 김경진> 그런데 그게 성폭력특별법을 보면 주취감경을 배제할 수 있다.

◇ 정관용> 배제할 수 있다.

◆ 김경진> 네, 반드시 배제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고 임의적인 배제조항이어서요. 그래서 원래의 형법에 배제 가능한 조항을 그대로 적용을 했고요. 또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성폭력에 대해서는 주취감경을 없애도록 하는 기준이 있지만 아시다시피 이 대법원 양형기준이라는 게 임의적인 어떤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경진> 그러다 보니까 주취감경을 적용을 했는데 재판부 입장은 이런 것 같아요. 이 남자가 술에 워낙 취해서 아무런 범행과정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주장을 했던 것 같고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는 조금 믿지 않았나 싶어요, 보면.

◇ 정관용> 또 본인이 뉘우치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범죄 저지르고서 안 뉘우치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특히 구속된 상태에서.

◆ 김경진> 그렇죠. 재판을 받는 그 순간에는 다 뉘우치죠. 판사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나오면서 뉘우치는데. 문제는 그 뉘우침의 시간이 얼마나 갈 것인가. 어쨌든 재판을 하는 판사들은 그 순간에 뉘우치는 피고인을 접하다 보니까 그 뉘우침의 느낌이 커 보이지 않나 싶긴 합니다.

◇ 정관용> 몇 년 전 8살 초등학생을 무참히 성폭행 했던 조두순 사건. 지금도 많은 네티즌들이 몇 년 있으면 조두순 석방된다. 이런 걸 분개하고 그러거든요. 그때도 검찰에서는 원래 무기징역 구형했었죠?

◆ 김경진> 네, 그랬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바로 그 주취감경, 술에 취했다라고 하는 것 때문에 형량이 낮아졌던 것 아니겠습니까?

◆ 김경진> 이게 음주감경이 참, 우리 대한민국 사법에서 유독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데요. 실은 이게 한국 사회 전체가 음주에 대해서는 실은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이 술공화국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그러니까 미국이나 가령 중국 같은 데도 보면 절강성 이남지역에 보면 양주나 포도주 한 잔 가지고 한 시간, 두 시간씩 홀짝홀짝 거의 미량을 마시잖아요, 보면. 그런데 한국 사회 같은 경우는 통계를 보면 성인 한 명당 연간 소주 70병, 맥주 200병을 마신다는 통계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술을 마시는 절대량에 있어서는 아마 대한민국이 거의 세계 최고가 아닌가 싶어요.

◇ 정관용> 법상 이른바 주취감경이라고 하는 게 미국이나 이런 선진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있어요?

◆ 김경진> 없습니다.

◇ 정관용> 없죠?

◆ 김경진> 네. 그래서 문제가 그것 같아요. 판사나 검사들 역시 외국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판검사들 역시 알코올중독자 수준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술을 마시다 보니까 이게 음주, 술을 먹고 범행과정이 일체 기억이 안 난다고 범죄자가 주장을 하면 판검사의 입장에서는 그걸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사법 재판하는 과정에서 우리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이런 중한 사건에 대해서 40대 이상의 남성 부장판사들이 재판을 주도해 가는데요. 이 사람들이 이런 행태에 대해서 심정적으로 아마 그냥 이해를 하는 패턴들이 있지 않을까.
‘ 먹고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어쨌든 아무리 술을 먹었어도 엄하게 처벌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인데. 본인들의 어떤 음주경험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사건에 투영이 되고 거기에 덧붙여서, 사실은 돈이 있다든지 어떻게 보면 아주 친한 동기 변호사라든지 이런 사람이 와서 이런 실제적인 상황을 가지고 변론을 하면 그런 것들이 양형에 알게 모르게 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아닌가. 그래서 사실은 이게 지금 국회에서도 음주 감형 자체를 제도적으로 없애야 된다. 그러면서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가 됐는데 이게 법안 통과가 안 되고 매번 폐기되고 폐기되고 그런 상황이거든요.

◇ 정관용> 국회의원들도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요?

◆ 김경진> (웃음) 네. 그런데 이게 우리 사회가 일정하게 사회 전체의 어떤 교육적, 뭔가 한쪽 방향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실은 법을 엄격하게 개정해서 앞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음주감형은 절대 없다, 이렇게 분명하게 못을 박아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 정관용> 아무튼 미국이나 선진국에는 그런 것 아예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김경진>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제가 좀 잘못 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나라는 술 취한 상태의 범죄는 더 가중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 김경진>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보면 형법 10조 상황에 보면 범죄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 술을 먹고 범죄를 범했을 경우에는 음주 감형이 안 되도록 이렇게 법이 규정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음주 감형 자체가 과연 철학적으로 타당하느냐는 그 점에 대해서도 법조계 내부에서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있어서 결국은 대법원 양형기준도 ‘음주 감형 하지 마라’라고 지금 기준이 나와 있는 상태거든요.

◇ 정관용> 그렇게 바꾼 것들도 다 최근이죠, 사실은?

◆ 김경진>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도 법원에서는 그런 말 안 듣고 이런 판결이 내려진다. 그런 얘기죠.

◆ 김경진> 그렇죠. 그게 입법적으로 딱 떨어지게 못이 안 박히니까 이런 상황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국회에서 빨리 법 개정까지 해 버려야 될 것 같고 이번에는 신상정보 공개도 빠졌다면서요?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 김경진> 그것도 잘 납득이 안 되는데요. 법원 입장에서 굳이 생각을 해 보면, 초범이고 두 번 다시 재범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을 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긴 한데 문제는 과연 이렇게 중대한 그러니까 가위로 사람 옷을 찢고 10시간 감금을 하고 성폭행까지 했던 사람이 과연 두 번 다시 그런 범행을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겠는지. 결국은 이 판결이 나오는 데는 뭐랄까, 조금 가까운 변호인이라든지 이런 사람의 로비라든지 이런 것은 없었는지 그런 부분을 좀 유심히 봐야 될 것 같고요.

◇ 정관용> 혹시 유심히 좀 보셨나요?

◆ 김경진> 그건 아직 못 봤습니다. 어쨌건 이 사건의 신상공개를 안 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5년 동안 성범죄에 대해서 유죄 판결 내려진 것을 보니까 실형 선고 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데 맞습니까?

◆ 김경진> 네, 그렇다고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까 그런 추세선이 읽히고 있다고 하는 건데요.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이나 서울남부지방법원 같은 경우가 실형 선고율이 굉장히 낮다고 하고요. 반면에 청주라든가 제주 같은 곳은 실형선고율이 51%, 57% 비교적 높은 지역으로 나타나서 지역적 편차가 상당히 크게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 정관용> 전체 평균으로 봐서는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평균 실형선고가 27.1%. 맞습니까?

◆ 김경진> 네, 그렇다고 합니다.

◇ 정관용> 그럼 기소돼서 재판까지 받는데 10명 중에 7명 이상은 실형이 아니다. 이거 아닙니까?

◆ 김경진> 그렇죠.

◇ 정관용> 왜 이럴까요? 계속해서 우리 사회는 성범죄 가중 처벌하자는 분위기가 있는데 왜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이렇습니까? 짧게 한 말씀만 주시면?

◆ 김경진> 그러니까 대법원 양형기준이 있는데 그게 엄격하게 적용이 안 되는 것 같고요. 두번째는 우리나라에 어떤 양형기준이 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세번째는 이게 법조인들의 의식의 문제인데 일반 사람들은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법조인들 같은 경우는 하도 매일같이 범죄자를 범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범죄가 중한 범죄인지에 대해서 일반 국민과 법조인 사이의 의식의 괴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마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양형기준을 조금 국민들의 의식 기준에 맞춰서 엄하게 가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이런 생각입니다.

◇ 정관용> 대법원의 양형기준은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정하죠? 이건 법으로 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 김경진> 네, 그렇습니다. 대법원의,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고요. 내부적인 회의를 통해서 만드는데 이게 기속력은 없거든요.

◇ 정관용>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사법부가 따라가려면 바로 이 양형기준을 빨리빨리 손대야 하는 게 제1과제 아니겠습니까?

◆ 김경진>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강하게 법원 쪽에 촉구를 해 두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경진>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광주지검 부장검사까지 지내신 바 있는 검찰 출신의 변호사 김경진 변호사의 도움말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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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자키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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