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 둘러싸인 칼리닌그라드에서 온 손님

공영희 소설가 2015. 10. 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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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77> 손님 율리아 체르냐프스카야가 들려준 고향 이야기

[머니투데이 공영희 소설가] [[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77> 손님 율리아 체르냐프스카야가 들려준 고향 이야기]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손님 율리야 체르냐프스카야의 고향인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풍경. /사진제공=율리야 체르냐프스카야

10월 중순이 훌쩍 넘어섰는데 한 낮의 날씨는 흡사 여름 날씨 같다. 어찌 된 조화인지 알 수 없다. 마른하늘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으니 온 땅이 가뭄에 시달리고 농사짓는 농수는 물론이고 급기야 사람이 먹는 식수까지도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지역이 생겨나고 있다. 무엇이든지 도가 지나치면 좋을 게 없다는 옛말이 옳은 말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외부 활동하기가 좋아서 요즈음 같이 단풍구경을 떠나기는 좋아도 인생사 구경만 하고 살지는 않을 것이니 비가 오지 않아 물 부족이 오래 지속 된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며칠 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손님이 날아왔다. 지금 러시아 날씨는 영하로 떨어졌으니 당연히 두꺼운 코트와 옷을 가지고 왔다. 물론 한국 날씨를 검색해보고 가볍고 짧은 윗도리를 가지고 와서 잘 입고 돌아다니고 있다.

손님은 필자의 작은 딸 친구로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같이 공부했고 현재는 그곳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손님은 “율리야 체르냐프스카야“인데 그냥 “율랴“라고 부른다.

율랴는 이번 주 일요일, 필자의 큰 딸 바이올린 독주회에서 반주를 하는, 말하자면 사명감을 띠고 온 전사다. 그녀는 한국이 초행길이어서 한국에 대해 무척 흥미로워하고 있는데 연습 때문에 관광은 제대로 못 하고 연습이 끝난 후 자투리 시간에 덕수궁과 경복궁, 그리고 창경궁까지 고궁만 둘러보고 다니는데 아주 만족해 한다.

필자와 딸들은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여준다며 우리 나름대로 흡족(?)해 하고 율랴는 인사동에서 한국 고유의 멋이 담긴 선물을 사고 특히 한국화가 예쁘다고 2점이나 샀다. 집에서 불고기와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무슨 음식을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길래 인사동의 한식 뷔페를 갔으나 집밥을 이기지 못했다. 그녀는 야무지게 다음에는 신랑이랑 같이 한국에 와서 잠은 호텔에서 자고 저녁은 꼭 필자의 집에서 먹는 걸로 결정을 내렸다.

율랴는 현재 모스크바에 살고 있지만 고향은 ‘칼리닌그라드‘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다. 마치 러시아에서 하듯이 부엌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자기 고향과 고향에 살고 있는 친지들과 칼리닌그라드의 사진을 보여주며 고향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데 은근히 자신의 고향이 러시아와는 다른 특색이 있다고 내세웠다. 비록 고향을 떠나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살지만 마음속엔 영원히 고향뿐이라는 걸 내비친다. 학창 시절부터 모스크바에 살기 위해 그녀는 피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모스크바에서 결혼도 하고 직장도 반듯하게 잡고 있으니 고향이 더 애처롭게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율라의 고향인 '칼리닌그라드‘는 발트 해에 있는 러시아의 중요한 부동항으로 산업, 어업, 상업의 도시며 특히 백호박의 산지로 이름나 있다. 우리가 아는 호박은 말 그대로 갈색 호박만 알지만 사실 옅은 미색의 백호박이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도 필자에게 고향의 백호박으로 만든 귀엽고 앙증맞은 장식품을 가지고 왔다.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손님 율리야 체르냐프스카야가 보여준 조카 사진. /사진제공=율리야 체르냐프스카야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에게 있어 조금 특별하다. 도시들은 대개 도시들로 경계를 이루고 있지만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 연안에 고립되어 있으며 북쪽은 리투아니아 남쪽은 폴란드 서쪽은 발트 해가 있는 특이한 도시다. 1256년에 도시가 건설되었으며 프로이센 공국의 수도였고 동프로이센에서는 쾨니히스베르크 라고 불렸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독일 동북 변경의 중요 도시였지만 대전 이후 동프로이센의 북부 지역이 소비에트 연방의 영토가 되면서 1946년에 소련의 지도자 미하일 칼리닌 이름을 따서 현재 칼리닌그라드로 불리고 있다. 러시아에 다른 나라의 도시가 들어와 있는 형태라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필자의 생각인데 칼리닌그라드의 대부분 사람은 자기들은 러시아 사람하고 다른 독일의 후예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칼리닌그라드‘ 에서는 자동차로 2시간이면 폴란드를 갈 수 있으며 독일은 7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휴가를 모스크바로 간다면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율라가 보여준 조카의 사진을 보고 그 말을 실감했다. 아이들 의상이 러시아보다 유럽을 닮아 있었고 인상들도 러시아 사람들하고 달랐다. 필자가 모스크바에 살 때도 칼리닌그라드를 가려면 꼭 비행기를 이용하라고 했는데 이유는 기차는 다른 나라의 비자를 받아야 통과하기 때문에 번거롭다고 했다. 이렇게 특이한 점이 있는 도시가 바로 ’칼리닌그라드‘다.

율라는 필자의 집에서도 학교 이야기 아니면 고향 이야기를 들려준다. 러시아에는 바다가 없는데 자기네 고향은 바다가 있고 파도에 백호박이 휩쓸려 오며 건물들도 독일식 건물이라 멋진데 러시아 건물이 미관을 해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고 고개를 흔들어댄다.

그녀의 고향 사랑은 고향을 떠난 자의 마음앓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공영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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