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뮤직' 200번째 기적..현실이 된 '라디오 스타'

2015. 10. 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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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춘천 KBS에서 제작, 전국 송출
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 수용
지역뮤지션 홍대 진출 돕기도
황국찬 PD “소외된 음악도 가치”

“우리 과외 선생님은요, 공부 시켜놓고 드럼 스틱을 두드렸어요. 영어였나, 수학이었나. 원 플러스 원인 것 같아요. 홍대에서 공연도 했어요. ‘개나소나심지어기린’인가 이름 듣고 안 될 줄 알았어요. 아니, ‘개나소나심지어말’인가. 이것 봐요. 안 될 게 확실하잖아요.”

실패한 뮤지션은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과외를 받던 학생들은 뮤지션이 되었다. 과외생은 크라잉넛의 이상면과 이상혁이고 과외 선생님은 <올댓뮤직>의 황국찬 PD다. 팀 이름은 정확하게는 ‘개나소나’란다.

<올댓뮤직>은 전국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힙합, 록, 재즈, 국악, 레게 등 공중파에서 듣기 어려운 장르의 콘서트를 열고 그걸 녹화방송한다(한국방송1, 목요일 밤 12시30분 방송). 2010년 12월 시작될 때만 해도 춘천방송총국의 지역 방송이었다가 2012년 9월 전국방송이 되었다. 녹화는 여전히 춘천 그리고 정선·강릉 등 강원도 일대에서 이루어진다. 지역에서 제작한 방송이 전국 방송으로 정규편성되는 경우는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는 아주 드문 편. <국악한마당>(토요일 낮 12시10분)이 한국방송 대전총국에서 제작돼 전국방송된다.

이 희소한 음의 향연이 험난한 길을 건너와 200회를 맞았다. 크라잉넛과 황 PD의 비밀스런 관계가 폭로된 200회 녹화방송은 서울에서 이루어졌다(20일 홍대 레진코믹스 V홀, 방송일은 강원권 11월10일·17일, 전국은 11월19일·26). 녹화방송 앞 기자회견에서 황국찬 PD는 “200회란 건 처음 시작할 때 꿈도 못 꿨다. 개편 시기마다 폐지 이야기가 나왔다. 현업 피디로서 100회, 200회를 맞이하는 것보다 시간대를 옮겨가며 유지하는 게 발등의 불이었다”고 돌이켰다.

춘천은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다. 젊은이도 적다. 이런 도시에서 한 첫 공개방송에서 ‘포텐’(가능성)이 터졌다. “만석은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왔다.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이 많은데도 스탠딩이 이루어졌다. 여기가 톱스타가 콘서트 예매를 해도 표가 안 팔려 망신을 당하는 곳이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뮤지션 앞에서 스탠딩을 하더라.”(황국찬 PD)

<올댓뮤직>은 춘천을 물 밑에서 흔들었다. 춘천에 자리한 대학교에서 인지도가 시작할 때와 확 달라졌다. 젊은 층만이 아니라 중년들도 공연장에 적극적으로 찾아온다. 교복 입고 오던 학생이 졸업하고서도 꾸준히 친구들과 공개홀을 찾는다. “200회 맞아 히스토리 영상을 만들며 옛날 자료를 돌려보는데, 한 여학생이 낯이 익더라. 최근에도 카메라에 잡혔던 사람인데, 그때는 교복을 입고 있더라.”(황국찬 PD) 200회 특집의 오프닝을 맡은 록밴드 ‘모던다락방’은 춘천에서 활동하다가 <올댓뮤직>에 초대된 뒤 인지도를 높이고 홍대로 진출했다.

녹화방송에는 <올댓뮤직>과 인연이 깊은 뮤지션들이 초청받았다. 데이브레이크는 10회 출연으로 최다 출연 기록을 보유했다. 십센치는 전철 안에서 공연을 가진 2011년 ‘경춘선 음악여행’의 첫 주인공이다. ‘경춘선 음악여행’은 전철(기차가 아니라) 안에서 1차로 공연을 한 뒤 춘천에 도착해 본공연을 하는 식의 이벤트로 2013년까지 간간이 이어졌다.

춘천에서 황 PD는 변방의 음악을 생각했다. “춘천에서 일하지만 덜 열심히 일하거나 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다. 소외된 음악도 가치가 있다.” 200회 특집의 제목은 ‘200+20’이다. 뒤의 20은 인디음악의 20년을 축하하는 의미다. 특집 2부에는 인디음악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처음 본 얼굴, 많이 본 얼굴, 오랜 만에 보는 얼굴이 ‘인디’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다. 글랜베리 페스티벌에 2년 연속 참가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과 3인조 ‘시스터즈’ 버버렛츠, 신예 록그룹 잔나비, 록그룹 크라잉넛, 그리고 김수철이 나왔다.

크라잉넛은 김수철과 마지막 곡 <젊은 그대>를 같이 불렀다. 김수철은 “연주인이 많아야 음악이 발전하는데 요즘 음악을 다 찍지(녹음한 것을 튼다는 은어) 않습니까. 그러면 오래 못 가요. 보는 음악에 치중하는 환경에서 밴드 음악은 소중합니다.” <올댓뮤직>의 모든 엔딩은 똑같다. “앵콜.” 올댓뮤직에 앵콜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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