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四川) 국제문화관광 축제서 만난 차 - 눈과 코를 마비시키는 치명적 유혹 '이빈자오차(宜賓早茶)'

서영수 차칼럼니스트·영화감독 2015. 10. 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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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가 알려주는 茶와 동아시아 ⑤]

2015년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사천성 이빈(宜賓)에서 '산수이빈(山水宜賓)'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5 쓰촨국제문화관광 축제에 팸 투어를 다녀왔다. 만리장강제일성(萬裏長江第一城)으로 불리는 이빈은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서남방향으로 352㎞ 떨어져 있다. 인구 76만명의 소도시지만 8개현이 속한 450만명의 행정중심도시다. 이빈은 양쯔장(揚子江)이라 불리기도 하는 창장(長江) 6300㎞가 시작되는 첫 항구도시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칭짱(藏)고원에서 발원한 진사장(金沙江)과 민장(岷江)이 이빈에서 만나 비로소 중국에서 제일 긴 창장이 돼 상하이(上海)까지 흘러간다. 산세가 수려하고 물이 풍부한 이빈은 예로부터 차와 술이 유명하다.

- 이빈자오차에 물을 부으면 찻잎이 춤을 추듯 수면 위로 떠오른다.

술과 차의 도시, 이빈이빈의 남쪽 강변에는 3000년 전 춘추전국시대부터 형성된 리장구쩐(李莊古鎭)이 있다. 미로처럼 뻗은 골목상점마다 세월에 농익은 독특한 술을 빚어 팔고 있다. 돼지수육을 백지장처럼 얇게 저며 새우젓 대신 매운 양념을 얹어 술안주로 내놓는 바이로(白肉)는 리장구쩐의 '잇 아이템(it item)'이다. 강이 보이는 경치가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찻집이 있었다.

다음 날 첫 일정은 쯔궁(自貢) 세계지질공원 안에 있는 공룡박물관 방문이었다. 1915년 공룡 화석이 처음 발견된 후 40여 곳에서 대규모 발굴이 이뤄졌다. 1972년 쯔궁 외곽 7㎞ 지점에서 100마리 이상의 공룡화석이 반경 0.5㎞ 안에서 대거 발굴됐다. 그 위에 세워진 공룡박물관은 발굴 당시의 공룡화석을 그대로 전시해 관람객이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촉수엄금(觸手嚴禁)'이 상식이 된 박물관 전시관행에 비춰 신선한 충격이었다.

2만4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빈 우량예(五粮液) 공장에 도착하니 정문에서 브라스밴드가 흥겨운 연주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상설공연장에서는 이빈의 술 역사와 우량예 제조과정에 대한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다. 가내수공업 형태로 발달한 이빈의 다양한 향토 술 가운데 우량예는 600여 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959년 중국 정부로부터 '쓰촨이빈우량예'라는 브랜드로 공식인정을 받을 때만 해도 조그만 향토기업에 불과했다. 1979년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쓰촨성 광안(廣安)시 출신의 덩샤오핑(鄧小平)이 환영만찬장에서 우량예를 선보인 후 국빈전용주(國賓專用酒)로 위상을 높였다.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우량예 공장을 방문해 격려했다. 십리주성(十里酒城)이라는 애칭답게 공장의 규모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셋째 날, 먀오(苗)족이 모여 사는 싱원(興文)에 도착했다. 커다란 광장 가운데 먀오족이 선조로 모시는 치우제(蚩尤帝) 동상이 서있었다. 동상을 중심으로 먀오족 200여명이 집단가무로 반기며 성대한 환영의식을 베풀었다. 먀오족민속촌에서 이빈의 자랑거리인 이빈자오차(宜賓早茶)를 만났다. 3000년의 역사를 가진 이빈자오차(宜賓早茶)는 이름처럼 매년 제일 먼저 차를 생산한다. 녹차의 주생산지인 장쑤성(江蘇省)과 저장(浙江)성보다 20~30일 정도 빠르다. 2010년 3월 10일부터 베이징에 있는 댜오위타이(釣魚臺·영빈관)에서 국빈전용차로 사용하고 있다. 차를 만들 시기는 아니지만 신선한 찻잎으로 차를 만드는 과정을 거리에서 시연하고 있었다. 이른 봄 찻잎으로 펼쳐지기 전의 어린 싹 상태에서 채취한 자오차에 더운 물을 더하면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찻잎이 하나 둘 춤을 추듯 공중부양을 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녹색의 안무를 눈으로 즐기는 사이에 봄의 체취가 코를 마비시켰다. 먀오족 차예사(茶藝師)가 따라주는 향긋한 찻물은 치명적 유혹이었다.

자오차를 텀블러에 가득 채우고 다음 행선지인 싱원스하이(興文石海)로 향했다. 약 5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생긴 아시아 최대의 카르스트(Karst) 지형은 윈난(雲南)성의 스린(石林)과는 또 다른 풍광이다. 스린이 돌기둥의 향연이라면 스하이는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의 잔치다. 기암괴석 사이를 누비다보니 출출하던 차에 식당으로 이동했다.

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천연동굴을 빠져나오니 뻥 뚫린 하늘과 축구장만한 광장이 나타났다. 10.5㎞에 달하는 텐취앤동(天泉洞)의 입구였다. 동굴입구에 가설된 무대에서는 먀오족과 보족의 민속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식탁을 길게 연이어 놓은 70m에 달하는 창제옌(長街宴) 위에 토속요리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대기 중이던 복무원이 모든 테이블로 와서 웰컴드링크로 찹쌀로 담근 토속주를 권했다.

(좌) 먀오족 200여명이 집단 가무로 반기며 성대한 환영의식을 베풀었다.

(우) 이빈의 대표적인 고량주인 우량예를 만드는 공장.

대나무의 첫 잎으로 만든 주신차 발견항일전쟁 당시에 국민당 군대가 무기고와 화약고로 썼다는 천연의 요새는 배로 이동하는 구간이 있었다. 인공분수터널과 길이 200m의 3단 미끄럼틀구간도 있어 재미를 더했다. 동굴탐사를 끝내고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보족 마을로 갔다.

보족은 사람이 죽으면 절벽에 관을 매달아 풍화시키는 현관(懸棺)풍속을 지키는 소수민족이다. 명(明) 태조(太祖) 홍무제(洪武帝) 때부터 공차(貢茶)로 진상돼 온 루밍차(鹿鳴茶)가 보족이 만드는 녹차다. 루밍차는 지금도 중국차산업박람회에서 여러 차례 금상을 받으며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팸투어 마지막 날을 축하하듯 가랑비가 흩뿌렸다. 중국에서 가장 크다는 대나무의 바다, 쑤난쭈하이(蜀南竹海)를 보러 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날씨였다. 축구장 3만개 넓이의 대나무 숲 가운데 1만8000개 넓이를 개방해 도보와 케이블카로 관람이 가능하다. 무협영화의 신세계를 연 '와호장룡'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쑤난쭈하이에는 하이중하이(海中海)로 불리는 커다란 호수가 있어 대나무뗏목을 타고 유람을 할 수 있다. 우중산책 중에 뗏목선착장 옆에 있는 찻집에서 재미난 대용차(代用茶)를 발견했다. 아주 어린 대나무에서 처음 돋는 잎을 봄에 채취해 만든 주신차(竹心茶)의 향과 맛은 비릿한 날씨를 한방에 날려줬다. 새로운 차의 발견은 오늘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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