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ghbor] 경영난에 힘든 서점.. 인형극·도예 체험으로 생기 불어넣어요

글/박혜진 행복플러스 리포터 2015. 10. 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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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예술노리단

분당구 수내동의 그림책 서점 '노리'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당탕탕 예술노리단(이하 노리단)' 단원들이다. 경영난 등으로 서점이 문을 닫을까봐 '노리 지킴이'를 자청하며 팔을 걷어붙인 이들은 음악회, 그림책 낭독회, 인형극 등은 물론이고 사진·도예 체험 수업을 열거나 그림책 모임, 작가와의 만남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림책 서점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해

분당구 수내동 불곡산 아래 전원 주택이 모여있는 한 골목길. 가로등마다 걸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그림책이 속삭이는 우리 동네 골목길'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눈에 띈다. 현수막을 따라가니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그림책 서점 노리가 나왔다. 그림책 서가로 꾸민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자 노리단에서 인형극 수업과 인형극단을 이끌고 있는 주부 이유성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10월 24일에 있을 '작은 손길 인형극-거미 아난시'를 인형극을 위한 소품을 만들고 있었다"는 이씨는 손님의 등장에 손길이 더욱 분주해진다. 한쪽에는 도예 체험 수업을 위한 준비물들이 정리돼 있었다. "서점 노리를 찾는 주민과 어린이들을 위해 인형극·도예 체험·사진놀이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어요. 노리단은 이곳에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죠." 그림책 서점 노리의 주인이자 노리단의 단장으로 '덩더쿵'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은씨의 말이다.

이씨는 "노리단은 특별한 형태가 없는 단체로 어른, 아이 누구나 의견을 제시하며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단원은 10~12명 정도입니다." 이들은 서로 이름을 부르는 대신 '덩더쿵' '빨간양말' '숲길' '돌고래' 등 닉네임을 부른다. 아이들도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 친근감이 느껴지는 닉네임을 더 좋아한다고.

◇인형극·도예·사진 등 각자 전공 살려 프로그램 기획부터 진행까지

노리단은 2010년 11월 서점 개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 이지은씨가 경영난 등으로 고민하자 이곳을 즐겨찾던 이들이 함께 고민하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하면서 결성됐다.

지금의 '우당탕탕 예술노리단'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노리단원들이 기획한 '우당탕탕 예술노리단 프로젝트'가 지난 3월에 2015년 성남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이하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활동에 탄력받은 노리는 이후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의 참여도 활발해졌다. "저는 우연히 들렀다가 노리단 활동을 하게 된 경우예요. 주민들과 동네 꼬마들의 사랑방 같은 이곳이 오래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학 때 인형극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형극 수업을 하고 있어요." 기획부터 연기까지 '멀티플레이'하고 있는 이유성씨는 아이를 낳고 8년 간 경력단절 여성으로 지내다가 이곳에서 인형극 수업과 인형극단을 이끌면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고.

도예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지영씨는 어느덧 노리단에서 활동한 지 3년 차가 됐다. 도예를 전공한 김씨는 문화예술지원사업을 통해 재료비 등을 지원받아 7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두 번씩 도예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우리 집 이름표·캔들 홀더 만들기 등 책과 관련된 작품을 만든다.

김씨는 "수업에 참여했던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가 만든 캔들 홀더에 밤마다 초를 켜고 기도하자고 해서 고생 아닌 고생을 한 적이 있다'는 후기를 전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말한다. 사진놀이 수업도 이색적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안성일씨는 "사진놀이 수업은 사진 촬영 과정을 놀이와 함께하는 수업으로 단순히 촬영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찍어 언어와 몸으로 풀어내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노리단 단장 이지은씨의 딸 이다빈양도 열혈 단원이다. 노리가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노리단원으로 활동해 어느덧 5년 차, 다른 단원들에겐 베테랑으로 통한다. 이씨는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제법 그럴듯한 기획, 진행도 해 노리단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단원으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라며 "다른 아이들도 이런 활동을 통해 스스로 행복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문화예술 프로젝트 이어나갈 것

이들에게 노리는 동네 사랑방 같은 문화 공간이다. 단원들이 십시일반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이곳에서는 음악회, 인형극, 인문학 강좌, 그림책 모임 등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현직 그림책 작가를 초대하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샌드아트 공연 등도 열린다. 이지은씨는 "혼자였다면 불가능한 일들이 노리단 덕분에 가능하게 됐다"며 "주민들의 참여로 이런 동네 책방이 없어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24일 오후 5시에는 이곳에서 우당탕탕 예술노리단 프로젝트의 마지막 행사인 '거미 아난시' 공연이 열린다. 이씨는 "4개월 간의 프로젝트는 끝나지만 노리단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리와 노리단 활동이 궁금하다면 이씨가 운영하는 블로그(www.blog.naver.com/urirevo)를 방문하거나 전화(010-4283-8440)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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