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최고 - 울진고등학교

한국일보 2015. 10. 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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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고 재학생과 학교 전경./2015-10-16(한국일보)우리학교최고 - 울진고등학교

2014년 교육과정 우수학교 선정 경북에서 1위

울진고등학교는 전형적인 시골학교다. 90년대 이후 교육열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초ㆍ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포항 등 시내에 있는 학교로 빠져나갔다. 자연히 학교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울진고도 전형적인 시골 고등학교의 전철을 밟았다.

울진고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공모제를 통해 학교에 온 서정우(56)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점에서 학부모와 교사, 교장이 의기투합해 학교 분위기를 쇄신하기 시작했다.

우선 환경부터 바꾸었다. 본관 외벽을 개선하고 학교 입구에 차로와 인도를 구분하고 화단도 정리했다. 학생들과 함께 벽에 예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 결과 학교의 ‘인상’이 달라졌다. 활기가 도는 교정에서 학생들도 공부에 의욕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음은 교육 시스템 변화였다. 교실수업개선프로젝트를 통해 인성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작업에 들어갔다. 인성을 강조하는 한편 수업의 내실을 다졌다. 우선 교사들이 중심이되어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수업을 학생 참여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그와 함께 다양한 융합 교육을 실시했다. 인문과 과학, 사회와 수학, 영어와 NIE 등 다른 과목들끼리 짝을 맞추어 지식의 폭과 규모를 키웠다. 같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도 이전보다 서너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와 함께 진로 특성화 프로그램인 ‘진로 동아리’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체험과 봉사, 진로 모색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땀 흘려 뿌린 씨앗은 학생들의 호응 덕에 실한 열매로 돌아왔다. 지난해 열린 ‘2014년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공모전’에서 전국 100대 우수학교로 뽑혔다. 경북도에서는 최우수학교였다. 또한 경북 과학교육 우수학교로 지정돼 25명의 학생이 발명 특허를 출원하고 전국과학전람회 우수상, 경북학생발명경진대회 은상 등의 수상 실적을 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영어A’ 영역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응시학생의 47 %가 1ㆍ2등급을 기록했다. 또한 ‘국어A'는 전국 17위를 기록해 당당히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고로 입지를 굳혔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서정우 교장은 올해 5월 옥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인터뷰 - 서정우 교장

운이 좋았습니다. 교장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교사들이 외면하면 그만이거든요. 저는 훌륭한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만나서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언론 운’도 좋은 것 같습니다. 조그마한 성과라도 나면 시골학교에서 정적을 내니까 기특해서 그러는지 신문과 방송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학생들도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언론에 나오니까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되구요.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손발을 맞춘 덕에 단시간에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앞으로도 학생과 교사가 행복한 학교, 인성과 성적 모두 우수한 학교로 전통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학교가 최고예요!

◆ 김정희(2학년 어머니회 회장)

울진고에서는 초청 강연을 자주 한다. 유명인을 비롯해 우리 학교 출신으로 큰일을 하고 있는 분들을 초청해서 강연을 듣는다. 얼마 전에는 UN사무국에서 일하는 울진고 선배가 강연을 했다. 아이가 많은 감명을 받았다. 부모가 해주지 못하는 말을 훌륭한 분들의 강연을 통해 듣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강연을 들을 때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부쩍 자라는 느낌이 든다.

◆ 강다연(3학년 어머니회 회장)

교사가 부지런해야 학생들이 발전한다. 아이를 울진고에 보내면서 얻게 된 확신이다. 전국 단위의 각종 경시대회나 체험학습 기회가 많다. 학교와 교사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주지 않으면 대부분 모르고 지나간다. 울진고는 정말 부지런히 정보를 제공하고 참여 방법을 고민한다. 그 덕에 시골에 있지만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라는 느낌이 없다.

◆ 황미영(1학년 어머니회 회장)

학교가 이만큼 발전한 데는 교장선생님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교장선생님이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늘 감동받는다. 체육대회 때는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일일이 카메라로 찍고 아이들이 단체 촬영할 하면 스스럼없이 다가가 촬영에 동참했다. 교장선생님 덕에 교사들도 학생들과 훨씬 친해진 느낌이다.

◆ 김봉선(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학교가 시골에 있어서 자소서를 쓰는 것이 힘들다. 대도시와 달리 도움을 구할 데가 마땅치 않다. 이런 고충을 알고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교사들뿐 아니라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을 데려와 자소서 쓰기 멘토 역할을 맡겼다. 그 덕에 자소서를 훌륭하게 완성했다. 학교의 세심한 배려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리더십 짱 3학년 권준일

“나를 성숙하게 한 지난 1년”

울진고등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3학년 권준일군. 수능이 얼마남지 않은 가운데 매일 밤늦게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자신을 믿고 함께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처음 학생회장을 시작할 때는 조금 막연했어요. 대충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보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스트레스까지 받기도 했어요.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실장을 자주 맡아본 경험이 있었고 특히 학생회장을 하면서 내면적으로 좀 더 성숙할 수 있었어요.”

학생회장은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야하고 타인의 주목을 한 눈에 받는 자리다. 그와 더불어 함께하는 친구들을 격려하고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회 회의를 하면 의견은 주로 고학년들 위주로 나와요. 그러다보면 원활한 회의 진행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모두가 편안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있도록 하려고 늘 신경을 썼죠.”

지난 1년 동안 학생회장을 하면서 권 군의 생활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이를 통해 책임감에 대해 배우고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또 사람들을 아우르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은 덤.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은 시간동안 학교생활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싶어요. 또 그 동안 따라 와준 친구, 후배들과 잘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께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성적향상 짱 2학년 김보림

팀 짜서 공부하면 집중력이 2~3배 좋아져요

“고등학교 올라올 때까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한 경험이 거의 없었어요. 족집게 학원을 다녔거든요. 첫 시험에서 수학이 5등급까지 내려갔어요.”

충격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줄곧 전교 1등이었지만 고등학교 와서는 성적에 균열이 발생했다. 수학이 결정적이었다. 성적이 너무 떨어져 우울증이 올 지경이었다. 정신적 충격 때문에 공부를 하더라도 수학책은 거의 펼치지 않았다. 수학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였다. 그때 선생님이 ‘팀을 짜서 공부해보라’고 충고했다.

“4명이 팀을 만들었어요. 분량을 정해 일주일 동안 문제를 예습하고 나중에 같이 모여 풀이를 놓고 토론하는 방식이었어요.”

친구들과 약속한 분량이 있다 보니 혼자서 할 때보다 열심히 파고들게 되고 모임 시간에는 친구들의 다양한 풀이 법을 보면서 수학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다. 1학년 1학기에 시작한 이 모임 덕에 지금은 2등급까지 성적이 올랐다.

얼마 전에는 전과목 학습 동아리도 만들었다. 각자 한 과목씩 맡이서 ‘선생님’ 역할을 하기로 했다. 보림 양은 국어와 한국사를 맡았다.

“같이 공부하면 경쟁도 되고 서로에게 격려도 돼요. 여럿이 같이 공부하면 흥미나 집중력이 높아져 훨씬 효율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팀 학습이 최고입니다!”

◆재능 짱 2학년 민하진 양

‘음악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결정했어요’

교내 현악부 오케스르라 단장을 맡은 민하진(문과 2) 양의 꿈은 ‘음악치료사’다.

그가 음악치료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운 플롯을 다시 잡으면서부터다. 음악동아리에 가입했는데 마침 플롯을 전공한 선생님이 있어 플롯과 함께 음악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동아리에서 플롯 1기생으로 시작해 다양한 각종 대회는 물론 여수박람회에 오프닝까지 연주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그가 음악치료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봉사활동을 하면서다.

심리적으로 불편한 아이들에게 심리치료를 하는 것을 본 후부터 취미를 직업과 연관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 티브이 프로에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누가 봐도 말썽꾸러기지만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모든 게 음악치료와 관련이 있는 것을 알고 난 후 더 음악과 관련된 심리치료에 매진하게 되었어요.”

선생님의 조언도 컸다. 음악활동을 하면서 심리치료에 관심을 두고 있자 음악치료사를 권유했고 그는 서울권 심리학과를 목표로 하고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 짱 1학년 박정은

성적은 ‘열심히’ 한다고 오르는 게 아닙니다

박정은 양이 ‘자기주도적학습’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부터였다. 학기 초에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무조건 열심히 해서는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을 내기 힘들다”는 조언을 들은 뒤였다.

“저만의 학습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어요. 저의 강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제 몸에 꼭 맞는 공부법을 개발하면 효율이 훨씬 높아질 것 같았어요.”

상담을 한 다음 날부터 계획표를 짜기 시작했다. 계획표를 짜서 공부해보니 예전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통계치로 명백하게 드러났다. 어떤 과목은 생각보다 학습량이 빈약했고, 어떤 과목은 충분히 성적이 잘 나오는데도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또 시간만 많이 투자했지 충실도는 현격하게 떨어지는 과목도 있었다. 이 모든 ‘허점’을 계획표를 짜면서 발견해냈다.

등수는 늘 같았다. 입학할 때도 1등, 지금도 1등이다. 하지만 계획표를 짠 뒤로 2등과의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공부의 내실을 다진 결과였다.

계획표로 학습법을 업그레이드했지만 중학교 때 터득한 기본기도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은 양은 수업 시간에 충실한 것이 공부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독불장군은 공부를 못 해요. 선생님의 말씀을 집중해서 들어야 돼요.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수업 시간을 놓치기 때문이에요.”

◆동아리활동 짱 3학년 엄준용 군

‘4개의 과학동아리를 이끄는 고교 과학자’

엄준용(이과 3)군은 과학 동아리 활동을 4개나 하고 있다. 한 개 활동도 버거운 마당에 4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유를 묻자 간단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재미있어서’

동아리 활동하느라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 그가 맡은 모든 동아리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동해의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오징어자원변화’라는 주제로 논문을 내 전국 300여 명이 참가하는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중학교 때 과학 심화 수업에 심취해 ‘화학교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뭐든 해보려는 성격이 저를 과학에 빠지게 한 것 같아요.”

과학행사 토론, 학교 내 실험, 각종 대회 발표토론에서 그가 빠지는 곳은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자 “대학을 가려고 대회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친구가 많았다. 그의 대답은 언제나 “대학은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내신 성적이 주춤했다. 성적향상의 중요성을 알지만, 동아리 활동을 소홀히 하는 것을 내키지 않을 것을 안 선생님으로부터 ‘대학에서 더 많은 실험과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최근 수능 인터넷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교원대 화학교육과를 목표로 하는 그는 모교에서 화학교사로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다. 대학에 가서 더 많은 실험과 폭넓은 공부를 할 계획이다.

공부 짱 2학년 최찬미 양

“국어를 통해 삶의 스승이 되고 싶어요”

문과 최찬미 양은 국어의 달인이다. 수능 모의고사 1등급 중에서도 1개만 틀리는 최상위 1등급이다. 찬미양은 어릴 적부터 국어 실력에 타고난 감각이 있었다. 남들이 힘들어 하는 속독이야 말로 자신만의 강점이라 하였다. 속독이 가능한 이유는 다독에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1주일에 2~3권씩 책을 읽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학, 수필, 에세이 등 닥치는 대로 읽었다. 특히 에세이를 가장 많이 읽었다. 다독을 통해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어 문제를 풀 때 시간 구애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국어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정리해준 주요 개념, 용어들을 모두 노트에 필기해 꼼꼼하게 외웠다. 한자가 많이 나오는 고전 문학 역시 따로 노트를 만들어 정리했다.

“속독이 가능하더라도 문학적 의미와 단어의 뜻을 알아야 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문학의 경우 용어와 문장을 꼼꼼히 분석하였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서 뜻을 확실히 알고 넘어갔다.

찬미 양의 꿈은 사범대학에 입학하여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다. ‘미즈타니 오사무’ 작가의 책을 읽고 단지 직업으로써의 교사가 아닌 스승으로써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하였다.

“국어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는데 좋은 과목입니다. 국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광원. 김민규 기자,

구본선. 김재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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