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69돌③]'말쑥함' 넘치는 '재미진' 한글

배현진 2015. 10. 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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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는 한글을 이용한 유머 넘치는 생활소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달의민족에서 개발한 주아체.

【서울=뉴시스】배현진 기자 = 무분별한 신조어·외계어 등의 난립으로 한글 파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반면 한글을 새롭게 톺아보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생활소품·공공디자인·폰트 마케팅 등 디자인의 활용 영역이 넓어지면서 세련되고 재치있어졌다는 평가다.

시중에서는 한글을 이용한 유머 넘치는 생활소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가하면 한글 자음을 활용한 목걸이가 여자 연예인의 '잇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 거리에서는 깔끔하고 반듯한 서체로 디자인된 한글 간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딘지 모르게 딱딱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한글은 이제 한껏 홀가분해진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복고 트렌드 만나 유쾌한 변모

영화·TV·노래 등 문화 전반에 걸쳐 톡톡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 복고유행과 맞물리면서 한글 역시 재기발랄해졌다.

1970~90년대 교과서에 등장했던 영희·철수가 캐릭터로 등장, 당시 교과서명을 딴 이른바 '바른생활시리즈'가 생활소품,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에 선보이면서 오래된 한글 서체 역시 익살맞게 재현되고 있는 것.

예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딱딱하고 각진 헤드라인이나 궁서체는 자간이 조정되고 끝이 다듬어지면서 예전과 비슷하되 어딘가 세련된 서체로 재탄생하고 있다.

가방·티셔츠·모자 등에는 '꽃미녀' '곧미남' 등의 재미난 문구가 진지한 궁서체 형식으로 프린트되는가 하면, '나가라 일터로 나에겐 빚이 있다' '개 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살아보자'는 촌철살인의 해학적 문구가 담긴 문구용품 등도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문화소비주체인 20~30세대 코드와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 인터넷에는 이미 한글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이 생겼을 정도다.

한글과 유머의 조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글 캘리그라피는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며 한글을 조형적 측면에서 새롭게 보도록 유도한다. 번짐과 유연한 선, 여백미가 함께 어우러진 손맛 나는 글씨는 책 표지·포스터·TV 프로그램 로고 등에 활용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캘리그라피 배우기 유행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폰트 마케팅·한글 디자인 채택으로 브랜드 인지도 높여

한글 서체의 다양한 변주는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업 전용 글씨체가 회사 이미지와 정체성 확립에 이용되면서 폰트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70~80년대 간판 글씨를 본 따 만든 서체가 폰트 마케팅의 성공적 사례로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미 2012년부터 자체개발한 한나체, 주아체, 도현체 등의 폰트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농심 등 대기업 생산 과자 포장지와 대형마트 전단지, TV 프로그램 자막에 활용, 회사 홍보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네이버는 2008년부터 '한글한글 아름답게'라는 캠페인 일환으로 글꼴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가 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 돋움, 인터파크의 인터파크 고딕체, 다음의 다음글꼴 등 기업마다 폰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패션브랜드 크리틱은 한글을 그래픽화해 만든 제품들로 인지도를 높였는가하면 미스코리아 대회 왕관을 디자인해오고 있는 주얼리브랜드 뮈샤는 한글 자음과 진주 등을 이용해 목걸이를 선보여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 엠블럼부터 지자체 전용서체까지…"문화적 자신감 찾는 과정"

'한글 재발견'의 중심에는 공공디자인도 한 몫했다.

지난 2008년부터 한강체와 남산체를 개발, 고궁, 홍보물, 지하철, 표지판 등에 활용하고 있는 서울시는 통인동, 효자동 등 세종마을 일대를 한글특화지구로 지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성균관로 혜화로 일대를 전못대 디자인 개선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전봇대에 우리말로 디자인 된 패턴을 새로 입히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역시 '평창'의 초성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ㅍ'은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는 열린 광장의 의미를 담았고, 'ㅊ'은 얼음 결정 모양으로 동계스포츠 선수들의 축제를 표현했다.

이외에도 부산, 광주, 전북, 제주도 역시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전용서체를 만들었으며 전남, 인천 역시 전용 서체 개발을 준비중이다.

지자체마다 한글간판 개선사업도 실시돼 여주시는 지난 8월 노후 간판 184개를 새롭게 디자인된 한글 간판으로 설치해 깔끔한 거리로 거듭났다.

이처럼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이준희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글은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동시에 두 가지 요소를 합리적으로 조합시킨 문자"라며 " ㅡ, ㅣ, ㅇ 등의 최소 형태로 여러 응용이 가능해 단순한 형태를 선호하는 최근 디자인 사례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한글을 재주목하고 있는 것도 국력이 향상되고 문화적 자신감을 내부에서 되찾기 시작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며 "그동안 홀대했던 우리것에 대한 재미와 의미를 재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bh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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