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역사 '천년의 문' 연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 익산에 가다

강민영 2015. 9. 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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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미륵사지 백제역사유적지구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익산 가는 길 가까워져 당일 여행도 '거뜬'국내 최고 최대 탑 미륵사지 현재 석탑 해체 후 수리·복원공사중옛 궁궐터 왕궁리유적 내 오층석탑 등 곳곳에 문화유산 살아 숨쉬어

〔익산=글·사진 강민영 선임기자〕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관광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충남 공주와 부여, 그리고 전북 익산 등 찬란했던 마한·백제 유적을 품은 세 고도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 22일엔 익산에서 ‘백제 천년의 문을 열다’를 주제로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재 선포식이 열렸다. 인류의 문화자산으로 거듭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역사적 가치를 만 천하에 고한 뜻깊은 행사였다.

공주와 부여는 익히 알려진 관광지이지만, 익산은 다르다. 관광지로서의 명성은 두 지역에 비해 훨씬 못미친 게 사실. 공주와 부여는 세계유산 등재 이후 여행객 수가 두 배 이상 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 역시 두 도시 만큼은 아니지만 문화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더해지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도는 ‘백제역사유적지구 익산 미륵사지·왕궁리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코레일과 연계해 전북도 관광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북도와 코레일 추천으로 세계유산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익산(미륵사지, 왕궁리유적, 익산 쌍릉)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난 4월 호남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익산까지 가는 시간이 훨씬 짧아졌다. 용산역에서 1시간 55분(KTX)이면 익산에 도착한다. 짧은 국토지만 남쪽에 있는 탓에 전라도 가는 길은 언제나 멀게만 느껴진 게 사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엔 서너시간이 걸리던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다. 호남고속철도 탄생으로 세계유산도시 익산 여행이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백제 무왕의 꿈이 서린 땅 익산

이천년 고도 익산은 역사 깊은 문화 유적이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이다. 이들 세계유산은 익산시 금마면과 왕궁면을 중심으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위치해 있다.

익산은 백제 중엽 이래 공주, 부여와 함께 백제 문화의 또 하나의 중심지였음이 근래의 발굴 결과 밝혀졌다. 마한과 후기 백제의 귀족문화가 꽃 피운 지역답게 각종 유물·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익산의 문화유산은 익산의 뿌리인 금마 지역(익산시 금마면·왕궁면)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삼한시대에 기자의 41대손인 기준(箕準)이 마한을 세운 땅이 마로 금마 땅이다. 백제 무왕은 이곳을 중심으로 미륵사를 세우고 왕궁을 지었다. 어사 이몽룡이 호남 암행의 첫 발을 디뎠던 곳도 금마다. 일제강점기 철도부설 이후 익산의 중심은 금마에서 현 익산으로 이동했다. 

◆선화공주 발원으로 미륵사를 세우다

동양 최대의 절터인 미륵사지는 백제 무왕(600∼641년)의 광활한 꿈과 섬세한 예술혼이 느껴지는 사적이다. 미륵산성을 품고 있는 미륵산(430m) 남쪽 자락에 동서로 172m, 남북으로 148m에 걸쳐 대가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서 석탑(미륵사지 석탑)과 동 석탑(1993년 복원), 당간지주 2기, 목탑터, 금당터 3곳, 회랑, 승방, 우물터 등이 그것들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고·최대의 탑인 미륵사지 석탑은 안타깝게도 현장에 가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국보 제11호인 이 탑은 현재 해체 후 한창 수리·복원공사가 진행중이다. 복원 현장 한쪽에선 정과 망치를 두드리는 석공의 손길이 분주하다. 한때 대가람에 울려퍼졌을 목탁소리 대신 석공의 망치질 소리가 고요한 폐사 터를 맴돌며 옛 영광을 재현해 내고 있다. 

미륵사는 무왕의 주도로 국찰로 건립돼 조선 중기 무렵 폐찰됐다. 무왕은 백제의 힘을 결집하기 위해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미륵사를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3탑·3금당이라는 특이한 형태로 지어진 게 특징. 

미륵사지 석탑(9층 석탑 추정)은 목탑을 중심으로 동서에 각각 세워진 탑 중 하나다. 동탑은 1993년 9층 석탑으로 복원되었으나 너무 현대적 모습으로 우뚝 세워진 탓에 장중한 맛을 잃어버렸다. 이로 인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하지만 서동(무왕)과 신라 선화공주 사이에 얽힌 이야기와 선화공주의 발원으로 세워진 미륵사 창건 설화 등이 폐사지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1997년 개관한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들어서면 미륵사에 관련된 모든 궁궁증을 풀 수 있는 역사적 기록과 유물들이 가득차 있다. 미륵사지 내에 있다. 입장료 무료.

◆국보 우수수 쏟아낸 왕궁리 오층석탑

왕궁리 오층석탑은 왕궁면 왕궁리 ‘왕궁리유적’에 자리하고 있다. ‘옛날 궁궐터’로 옛날부터 전해져 오고 있는 곳이다. 축구장 네 배 정도 넓이의 왕궁 유적지(대형건물지, 정원시설, 공방지, 대형 화장실 등)에 오층석탑만 우뚝서 있다. 그런 이유로 관광지로서 자격에 다소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지만 이곳은 엄연히 무왕의 익산(금마)천도의 근거가 되는 유적이다. 급기야 세계유산이라는 황금옷을 입고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지 않은가. ‘익산을 지나다 화장실 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라는 오명을 이제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이 어느 시대 누가 지은 왕궁 터였을까. 딱 떨어지는 역사 기록이 없다보니 설이 분분하다. 마한의 도읍지설, 무왕의 별도설, 안승의 보덕국설, 후백제 견훤의 도읍설 등이 전해진다. 이곳 사람들은 백제 무왕이 왕궁으로 건립했다고 믿고 있다. 사실이건 아니건 한 나라의 도읍지로까지 부상했다는 것은 익산이 예사로운 땅이 아니었음을 방증하고도 남는다. 

왕궁 입구 쪽에 왠 사찰? ‘고려 전기에 이곳 왕궁 터에 오층석탑과 금당, 강당 등이 건립돼 사찰시설로 변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하면 정답이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날렵한 우주선처럼 우뚝 서 있는 오층석탑의 모습을 보자. 장중하고 당당하다. 하긴 미륵사지 석탑처럼 목조탑 형식을 석탑에서 그대로 재현해 탑이니 그럴 수밖에. 전체적인 상승감과 안정감이 돋보인다.

그런데 이 탑이 국보를 우수수 쏟아내 유명해졌다. 1965년 탑을 보수 과정에서 순금금강경판, 유리제 사리병, 금제방합, 청동여래입상, 청동주칠 도금 사리외함(국보 123호로 지정)이 나온 것이다. 졸지에 보물 제44호였던 왕궁리 오층석탑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국보(289호)로 당당히 지정되었다. 모진 세월동안 보물들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덕분에 자신도 국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서동(무왕), 익산 쌍릉에 잠들다

익산 쌍릉은 익산시 석왕동 야산에 있는 두 개의 큰 무덤으로, 대왕묘와 소왕묘로 이루어져 있다. 무왕과 선화공주의 묘로 구전돼 오다 2005년 학술발표회에서 사실임이 확인됐다. 무왕은 익산 마룡지 인근에서 태어나 자신이 도읍지로 삼으려한 고향땅에 묻힌 셈이다. 실제로 마룡지 부근에 서동의 생가터가 존재하고 있고 어린 서동이 물을 길어 마셨다는 용샘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익산은 서동의 설화, 무왕의 꿈과 영광을 간직한 신비의 땅인 것이다.

서동요 설화를 떠올리며 솔밭길을 걸어보자.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이 방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노래를 퍼뜨려 결국 선화공주를 맞이한 서동의 득의만만한 모습을 그려 본다면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익산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익산 알리기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익산문화알림이 시티투어를 개설했고 각종 관광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시티투어는 ▲고도익산 세계유산 둘러보기 ▲역사 위에 피어난 익산의 봄 ▲녹색도시 익산愛 빠지기 등의 코스를 운행중이다. 

한편 여행사들도 익산세계유산을 답사해 발빠르게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기차여행 전문인 해밀여행사는 ‘KTX-백제문화권 2코스 익산 유네스코 군산 기차여행(당일·요금 어른 6만4000원, 어린이 5만8000원) 상품을 선보였다. 여행코스는 왕궁리5층석탑-미륵사지-고스락-군산근대화거리이며, 출발일은 화, 목, 토, 일요일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밀여행사 홈페이지(www.ktx7788.co.kr/detailview.html?tid=42409) 참조. 문의: 1577-7788.

mykang@sportsworldi.com

<사진설명>

미륵사지 전경. 미륵사지 석탑이 복원되고 있는 대형 가건물 모습이 보인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 전 모습. 뒷 면은 일제시대 때 시멘트를 덧발라 무너짐을 방지했다. 익산 미륵사지유물관 제공

미륵사지 석탑 복원 공사 현장. 탑 기단부가 세워지고 있다.

미륵사지 당간지주.

미륵산(옛 용화산) 남쪽 자락에 펼쳐진 미륵사 복원 전경(미륵사지유물전시관 내).

익산 왕궁리유적 전경. 백제 30대 무왕이 백제 중흥을 위해 조성한 왕궁터로 알려져 있다.

국보급 문화재가 우수수 쏟아진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상승감과 안정감이 돋보인다.

해밀여행사 백제문화권 2코스 기차여행 상품 안내문. 해밀여행사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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