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선진 의료기술, '글로벌 역할' 감당하자

2015. 9. 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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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온 조교수 한 분이 최근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분은 한국연구재단 외국인과학기술자 국내초청연수사업의 지원으로 1년 전 우리 실험실에 오게 됐다.

처음 고속 터미널에 마중 나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작년 가을에는 부인과 어린 자녀들이 합류해서 생활이 조금은 안정이 되었겠지만, 이억 만리 타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다행인 것은 자기 나라에서 월급이 우리 돈으로 약 80만 원 정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연구재단에서 200만원, 제 연구비에서 50만 원 등 매월 250만원을 지원받았으니 경제적으로는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귀국 선물 보따리에는 세계 제일의 대한민국산 휴대폰, 노트북 등이 들어있었다. 1년 전에는 같은 일로린 국립대학의 생리학 부교수가 1년간 연수를 했는데, 이 분은 그 후임으로 연수를 온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학교에서 두 교수가 차례로 저희 학교에서 연수를 했으니, 나름대로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생존의 지혜가 전수되었으리라.

나이지리아는 인구 1억7000만 명의 대국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언어만 해도 525개에 달한다. 작년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제치고 아프리카에서 국내총생산 1위 국가로 부상했다. 앞으로 아프리카의 대표 국가로 성장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원유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전반적인 삶의 수준은 우리나라의 1980년대 후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 당시 우리나라가 산아 제한을 했듯이, 이 나라도 지금은 가정당 4명 이하의 자녀를 권장하는 산아제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분들의 연구주제도 '경구피임제 복용에 의한 고혈압 발생 분자 기전 규명'이다. 자기 나라의 실험실 여건은 아주 낙후되어 있어서, 분자생물학 실험의 가장 기본이 되는 'DNA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 실험도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 해보았다고 했다. 앞으로 자기 나라에 가면 선진국에서 배워온 기술 덕분에 당분간은 뽐내면서 살 것이다.

필자 역시 18년 전 강사 시절 한국연구재단(학술진흥재단) 해외포스닥연수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 미국 하버드 대학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그 때 하버드대학에 연수를 가고자 지원서를 보냈을 때 국제 기준에 미달한다고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들이 저희 실험실에 연수를 오고자 했을 때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었다. 이들도 20여 년 후에는 또 다른 개도국 과학자들을 도와줄 것이라 믿으며.

혹자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왜 외국인 과학기술자를 지원해주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일견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국내 연구자들에게도 충분한 지원을 못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바탕에는 선진국의 원조도 한몫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또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체면치레도 해야 할 때가 됐다. 이왕 체면치레를 할 거라면 후진국의 사회지도층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우리가 도와준 외국인과학자들은 머지않아 자기 나라에서 사회지도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들이 여론 주도층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상품을 지지한다면 이보다 더 큰 천군만마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잘 사고, 과학 기술이 발전되어 있어서, 개도국 과학자를 초청해서 연수한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더 많은 개도국 과학자를 연수시켜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존경 받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

김인겸 경북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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