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일본의 70대 전기오타쿠

양봉식 2015. 9. 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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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대에 앉아 있는 우로시다니 마사요시
일본에서 70살의 전직 전기 기술자가 개발한  ‘멧돼지 퇴치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6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농촌에 살고 있는 우로시다니 마사요시(漆谷正義)는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위해 스피커를 활용한 격퇴기를 개발했다.

우로시다니의 멧돼지 격퇴기는 야생 멧돼지가 사로 잡혔을 때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와 멧돼지가 싫어하는 개짖는 소리 등을 30초마다 스피커로 자동재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무게가 3kg에 불과하고 태양전지판으로 동력을 얻기 때문에 별도의 전원도 필요 없어 설치가 간편하다.
우로시다니가 개발한 멧돼지 퇴치기
우로시다니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희망자에게 1대당 1만800엔(약10만7000원)을 받고 제공했다. 이전까지 마을 주민들은 전류가 흐르는 선으로 논밭에 울타리를 만드는 등의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로시다니의 퇴치기를 시험 설치한 3개월간 멧돼지 피해가 깨끗이 사라졌다고 한다. 논밭이나 과수원 등에 설치하면 스피커 소리가 닿은 범위인 20∼30m내에서는 멧돼지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막는다. 입소문을 타고 일본  각지에서 400건 이상의 문의와 200건 이상의 주문이 쇄도했다. 일반 농가 뿐 아니라 멧돼지때문에 잔디가 파괴돼 울상인 골프장들도 관심을 보였다. 우로시다니는 얼마전부터 지인의 협력을 얻어 본격적인 제조에 착수했다. 

우로시다니는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를 만들기를 좋아했던 자칭 ‘전기 오타쿠’ 출신이다.  젊었을 때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산요전기에 취업해 대기오염 측정 장치 등의 개발에 종사하다가 퇴직 후에 고향으로 U턴했다. 그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자신의 재능을 살려 주변 농민들이 다양한 발명품을 선보였다. 논 수위 감시장치와 물부족에 시달리는 산간지역용 양수기, 재난발생시 전기가 없을 때 손으로 돌려서 작동시키는 수동식 라디오와 회중전등 등으로 고향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줬다. 

그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납땜 용접기를)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개발한 기기가) 잘 움직이면 성취감이 있다”며 “앞으로도 생활에 유용한 물건을 만들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전자메일 urushida@skyblue.ocn.ne.jp로 멧돼지 퇴치기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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