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원 삵 방사 1년반, 시화호 암컷 야생화 '성공'

장우성 기자 2015. 9. 17.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리 사냥도 해요"..건강한 모습으로 목격 5마리 중 3마리 폐사, 수컷 1마리는 미확인
8월6일 오후 8시30분쯤 경기도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 주변에서 촬영된 삵. 지난해 3월 서울대공원이 방사한 암컷이다.(최종인 주무관 제공)© News1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아주 건강합니다. 이제 완전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안산갈대습지공원 관리사무소 최종인 주무관은 지난 14일에도 삵과 마주쳤다. 불과 10미터 거리였다. 최 주무관은 안산 시화호 상류 습지에서 한달에 3~4번은 마주치게 되는 이 삵이 오리 사냥을 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야생의 삵 본연의 모습이다.

서울대공원은 지난해 3월 종복원을 위해 야생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삵 5마리를 방사했다. 이달로 1년6개월이 된 현재 생존이 확인되는 개체는 만 3살짜리 이 암컷이다. 움직임이나 건강상태로 봐 야생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산 시화호 습지 주변에는 토종 야생 삵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방사된 삵을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다. 목에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닳은 상태지만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최근 추적장치가 떨어졌지만 자국은 남아있다. 장치를 달고 있을 때는 불편한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더 자연스러운 야생의 풍모를 보인다.

최 주무관은 "배설물도 정상적이고 눈 주변도 눈꼽 하나 없이 깨끗해 건강해보인다"며 "예전에는 사람이 다가가도 잘 도망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뚜렷하게 경계하는 빛을 보인다. 야생에 적응했다는 또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서울대공원이 방사한 삵 5마리 중 3마리는 직후 한달 간격으로 사체가 발견됐다. 시화호 삵 외에 또 한 마리는 수컷이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건 지난해 화성 자동차안전시험장 부근. 방사된 곳에서 8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 수컷 삵은 현재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사체 역시 발견되지 않아 폐사했다고 보기도 이르다.

시화호에 정착한 암컷은 새끼의 증식도 기대되고 있다. 주변에 야생에서 태어난 삵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삵은 보통 겨울이 끝날 즈음부터 교미를 한다. 아직 임신한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동물원이 문을 연 이래 처음으로 야생방사 프로젝트를 시도했던 서울동물원은 시화호 삵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동물원 종복원센터에서 12마리의 삵을 관리하고 있다.

지금 국내에 남아있는 고양이과 야생동물은 사실상 삵이 유일하다. 호랑이와 표범은 멸종된지 오래고 시라소니는 남한 지역에 산 기록 자체가 없다.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상태에서 멧돼지, 고라니가 무한 증식되고 있다. 삵의 보전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삵이 살아갈 환경은 험하기만 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로드킬'. 서식지를 단절시키는 도로가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좀더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보전활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까닭이다.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은 "동물원이 동물을 가둬놓고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야생 보전활동을 위한 실질적인 일을 해야할 때"라며 "삵을 포함해 야생동물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우리 동물원은 물론 정부와 시 차원에서도 계속해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nevermind@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