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공간..개, 고양이와의 특별한 시간

2015. 9. 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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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또는 부글부글, 이런 애견 카페가 아니다. 주인장과 반려견, 반려묘가 함께 있을 뿐. 손님들도 조용히 함께하는 개와 고양이의 시간, 멀어도 찾아가게 되는 전국의 특별한 애견, 애묘 카페 일곱 군데를 소개한다.

▶오월이가 있는 한옥 풍경 희섬정

주인이 희섬정을 준비할 때 이웃이 구조한 고양이가 있었다. 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입술이 빨간 아기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위해 다 함께 ‘임보처’(임시보관처)를 찾아 보았는데, 결국엔 함께 살게 됐다. 실은 아기 고양이를 보는 순간 이미 정해진 것도 같았지만, 온종일 함께 있으면서 볕이 잘 들고 마당이 있는 공간이 고양이에게도 좋겠다 싶은 것이 이유였다. 당시 태어난 지 2주차였던 오월이는 그때가 5월이었기 때문에 이름이 ‘오월이’다. 희섬정을 시작하면서 늘 함께 있는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 거리란 건 가끔 좁아지긴 해도 더 멀어지지는 않는 거리랄까. 주인장에게는 슬플 때 무릎 위에 살포시 올라와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고양이이고 찾아와 주는 손님들에게는 애교 있는 카페 고양이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서로의 언어를 이해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희섬정을 운영한 것도 일년, 한옥과 고양이는 그림처럼 잘 어울린다. 깨끗이 새로 발라 놓은 창호에 구멍을 뚫는 것도 늘 오월이다. 마당에 나와 있는 반려인을 보겠다고 작은 구멍을 뚫어 발을 내밀고, 귀여워 내버려두면 점점 구멍을 키워 결국 얼굴을 들이밀고야 만다. 이런 식으로 점점 많아지는 오월이의 창문으로 창호가 엉망이 되는 것은 금방이다. 하지만 고양이 특유의 귀여움은 모든 걸 용서하도록 만든다. 희섬정은 카페이지만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음식도 먹는 문화 이벤트가 있는 곳이다. 이제 슬슬 찬바람이 불 텐데, 네팔식 밀크티 짜이를 마시러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희섬정>

위치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4가 257

온라인 www.heesumjung.com, 인스타그램 @heesumjung

문의 010-8856-6692

▶카페부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큼지막한 건물과 너른 마당이다. 2층 주택을 개조한 멋스러운 외관의 <카페부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부부가 화려한 결혼식 대신 차려낸 공간이다. 이름이 부부카페인 이유는 노부부가 30여 년 살던 집이기도 하고, 평생 가는 부부처럼 많은 이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하는 장소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다. 이름부터 따뜻한 카페부부는 널찍한 잔디 마당도 그렇지만 디자이너였던 부부가 꾸민 실내 공간과 패키지 하나하나가 다 근사하다. 카페를 준비하던 작년에는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출산 직전까지 함께하던 산책 매니저가 ‘동이’다. 동이는 고모의 반려견이 낳은 새끼로, 데리고 와 기르기 시작한 지 올해로 8년이다. 요즘엔 유모차의 아기를 동이가 호위하며 함께 산책하곤 한다. 이제 10개월이 된 아기가 조금씩 동이에게 반응을 보이는데, 머지않아 함께 뛰어 노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얌전한 동이는 아이를 살뜰히 보살피지 않을까. 시추 견종이 본래 다정하고 원만한 성격에 혼자서도 잘 논다고 한다. 동이도 손님들과 원만하게 잘 어울리는 고마운 반려견이다. 평소 카페 한편에서 광합성을 하는 것을 좋아해 SNS에서 볼 수 있는 동이의 모습이 대개 차분한 창가 사진들이다. 마스코트인 만큼 동이 때문에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부부는 동이를 아끼는 반려인의 마음으로 메뉴 가운데 우유거품이 풍성한 ‘동이 카푸치노’를 만들었다. 조만간 ‘동이 쿠키’도 만든다고 한다.

<카페부부>

위치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15길 27

온라인 http://blog.naver.com/cafebubu5, 인스타그램(@cafebubu.sy)

문의 070-4257-8080

▶과수원 옆 카페 오차드

이름처럼 복숭아 과수원을 끼고 있다. 과수원이라니 짐작하겠지만,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 정도로 도심을 벗어나 있다. 그래도 한옥마을에서 느긋하게 15분이면 가는 거리다. 오차드의 전신은 한옥마을 ‘이름없는 카페’다. 2008년에 시작한 이름없는 카페는 9월부터 이곳 효자동으로 이전해 오차드로 운영된다. 이전 한옥마을에서부터 차우차우가 한 마리 있었다. 오픈할 때 함께 하던 차우차우는 ‘순진이’였다. 이름만큼 순진했는데, 방송에서 취재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이후 상심해 있던 차에 삼촌으로부터 지금의 ‘뭉치’를 데리고 있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때부터 지금껏 쭉 같이하고 있는 뭉치는 애교스러웠던 순진이와 달리 사람들에게 살갑게 다가서지는 않지만, 역시 조용하고 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본디 차우차우는 귀족적이라 할 정도로 조심스럽고 침착하며 독립심이 강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낯선 사람에게는 배타적이고 때로 공격적일 수 있다고 하는데,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에 있던 뭉치는 귀찮게 만지려 하지만 않으면 온순할 따름이다. 오차드에는 너른 마당이 있어 뭉치에게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평화로운 곳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는 전시 공간 ‘시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과수원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고, 차우차우와 온화한 시간을 나누고, 전시를 볼 수 있는 곳. 한옥마을이 아쉽지 않을 것이다.

<과수원 옆 카페 오차드>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2가 753-34

온라인 공간 시은(www.facebook.com/spacesieon)

문의 063-282-1153

▶고양이들의 은신처 산타로사

이곳 주인장이 아르바이트를 하다 아예 인수를 해서 운영 중인 고양이 카페다. 3년 가량 카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을 돌봐 주었다. 당시에는 주인장이 고양이를 싫어해서 몰래 밥을 챙겨주곤 했다. 그러다 카페를 넘겨 받은 것이 2년 전이다. 카페 주인이 되면서부터는 마음 편히 고양이를 돌봐줄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찾아와 지금 카페에 자리를 잡은 것은 ‘훈이’다. 훈이 이후로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고양이 카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식구가 불어났다. 주인장은 집에서도 스무 마리 가량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이나 여타 질병을 치료하는 데 드는 돈이 카페 수익을 넘어 선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궁금한 대목이다. 길고양이들을 돌보게 된 처음은,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다. 비슷한 고양이가 있어 이층에서 창 밑으로 간식을 하나 던져주던 것이 시작이었다. 차츰 1층까지 내려와 밥을 주게 되고, 일부러 찾아 다니게 되고. 그러다가 고양이라면 무조건 챙기게 되었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길고양이들의 밥을 주기에 좋았다. 주는 밥을 먹고 허약했던 고양이가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건강해지면 기분이 좋고, 그런 고양이들이 이런저런 사고로 죽게 되면 슬프고, 그래서 또 다른 애들을 더 열심히 돌봐주고. 그러다가 이렇게까지 많은 고양이를 살피게 되었다고 했다. 카페임에도 고양이들의 집이라고 할 정도로 개체수가 많은 편이라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위주로 찾아온다. 고양이 때문에 테이블도 많이 치워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앉을 자리도 얼마 없고, 고양이가 많으니 때로 털이 날아다녀 미안하다는 말을 꼭 남겨 달라고 여러 번 말하는 주인장이다.

▶춘천을 한눈에 담는 카페 쿠폴라

구봉산은 춘천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쿠폴라(‘돔’이란 의미)에 올라가 풍경을 조망하듯이 카페 쿠폴라도 구봉산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춘천을 내려다보기 좋다. 게다가 마당과 복층으로 구성된 쿠폴라는 밀려든 손님들이 모두 쾌적하게 쉬었다 갈 수 있을 만큼 넓다. 이곳에서 나른하게 춘천 시내를 조망하고 있는 개는 ‘폴라’. ‘지붕 뚫고 하이킥’이나 ‘커피 프린스’에도 등장했던 올드잉글리쉬쉽독이다. 덩치는 크지만 공격성이 없고 느긋해서 외국에서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에 좋은 견종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폴라 역시 느긋한데 두 살배기 치고는 지나치게 점잖은 듯도 하다. 폴라가 움직임이 많지 않은 건 이유가 있다. 잘 걷지 못해 병원에 갔더니 연골이 없이 태어났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지금은 꾸준히 치료 중이며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주말이면 여행을 온 이들이 춘천을 조망할 겸 폴라를 볼 겸 해서 찾아 온다. 춘천에는 갈 곳이 많지만 쿠폴라 역시 여행 코스에 넣어야 할 곳이다. 개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편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엔 복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권한다. 어디에 앉든, 블루베리 잼을 넣은 빵이 인기라고 하니 먹어보길 권한다.

<쿠폴라>

위치 강원 춘천시 동면 장학리 139-78

문의 033-252-1154

▶제주 산천단의 고양이 대가족 바람카페

제를 올리는 산천단은 제주 시내와 가깝지만 시내라고 할 수 없을 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커다란 곰솔(천연기념물)이 여러 그루 있는데 30m 가까운 높이다. 수령 500~600년으로 곰솔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노목이다. 한라산 신제를 올렸던 곳이라 곳곳에 이끼 낀 제단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너른 곳은 바람카페의 마당이기도 하다. 까뮈로부터 시작한 고양이 4대는 집고양이라기도 뭣하고 외출 고양이라고도, 길고양이라고도 하기 뭣한, 이곳 카페 너른 마당에 사는 마당 고양이다. 한도 끝도 없이 너른 마당에 사는 행복한 고양이들은 익숙한 듯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마당에 있다가 산책을 하다가 호기심이 일면 옆에 와 앉고 무릎에 올라와 잠을 자기도 한다. 얼굴 무늬가 반반이라 ‘수라’라고 이름 붙은 고양이는 얼마 전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다. 까뮈도 얼마 지나면 새끼 고양이를 낳을 예정이다. 이렇게 낳은 고양이는 많게는 스무 마리까지도 불어난다. 고양이 세계에 따르면 수컷은 서열에서 밀려나면 떠나야 한다. 그래서 입양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때가 되면 고양이 수컷들은 절로 제 갈 길을 찾아 간다. 이렇게 정리되는 것을 반복하며 산천단 고양이 가족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핸드 드립 커피와 커다란 곰솔, 바다와 더불어 고양이 대가족을 만나고 싶다면 산천단 만한 곳이 없다.

<바람카페>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516로 3041-15

문의 070-7799-1103

▶부천의 너구리 소굴 보니타 디 카페

송내역에 제법 유명해진 곳이 있다. 날씨 좋은 주말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각오해야 할 정도다.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찾아오는 사람들은 정말 동물을 좋아하는 것인데, 특히나 너구리가 궁금해서다. 입구에 들어서면 너구리와 개 프로필을 볼 수 있다. 애교가 많은 너구리 초코, 막내 너구리 코코, 코코와 단짝인 듬직한 개 쿠키 그리고 특이하게도 알비노 너구리인 쿠미와 쿠미의 남편 모카가 있다. 보통은 카페에 두세 마리의 너구리와 개가 상주해 있다. 너구리는 본디 무척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처럼 한쪽 구석에서 잠을 자거나 기껏해야 무릎에 올라오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테이블을 장악하고 가방을 들여다보고, 음료에 손을 넣어 뺏어 마시려고도 한다. 고양이처럼 얌전한 너구리 카페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란 얘기다. 하지만 한눈을 판 사이에 귀여운 너구리가 음료를 마신들 화를 내기는 어렵다. 게다가 개와 함께 서로 장난치고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면 녹을 것 없는 마음도 녹아 내린다. 너구리들과 좀 더 가까이 놀고 싶다면 1층을 권한다. 2층에 앉는다면, 너구리가 테이블 가까이 놀러 올 확률은 없다고 봐도 좋다. 친해지고 싶다면 외부 간식을 피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간식 판매대를 이용하면 좋다.

<보니타 디 카페>

위치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대로 19 문의 032-555-4672

고양이 세계에서는 ‘고양이 서점’이라고 불릴지 모르는 서점 고양이들

▶연남동 길냥이들의 아지트 책방 피노키오

책방을 열고 2년 전부터 고양이가 한 마리 두 마리 놀러 오기 시작했다. 책방이 있는 연남동은 워낙 길냥이가 많다. 그리고 길냥이를 돌봐주는 사람도 많은 곳이다. 다만 지금은 여기저기 공사하는 곳이 많아서인지 전만큼 길고양이들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처음 왔던 고양이의 이름은 ‘충이’다. 식충이, 멍충이 등을 부를 때의 충이다. 대충이지만 사랑을 담아 부르는 이름이다. 충이는 지금까지도 피노키오는 물론 연남동의 터주로 자리잡고 있다. 이곳 사장님은 충이를 필두로 여자친구 소심이 그리고 길고양이까지 해서 제법 많은 고양이들을 챙겨주고 있다. 이제는 책방이 자리잡은 만큼 고양이도 자리를 잡았고, 그 고양이들 때문에 오는 손님도 많다. 고양이가 먼저 손님을 귀찮게 하거나 책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다. 그저 고양이가 때때로 손님을 귀찮아하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그림이 있는 책을 파는 피노키오가 하나의 그림 이야기가 된 듯하다.

<피노키오>

위치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16

온라인 www.pinokiobookshop.com

문의 070-4025-9186

▶고양이 붐이가 있는 책방, 샵메이커즈

2년 전 ‘독립출판의 붐이 온다’라는 북마켓 행사를 이틀간 열었던 적이 있는데, 그날 행사를 마친 밤이었다고 한다. 책방에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더란다. 나가 보니 책방 앞에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다소곳이 앉아 울고 있었다고. 그러더니 열린 문 사이로 변죽도 좋게 마치 제 집이란 듯 들어왔고, 그날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의 행사 때문인가 이름은 ‘붐’이다. 애교가 많지 않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책방 고양이가 된 붐. 애교가 없다 보니 부비부비라도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손님의 기대치에는 못 미칠 지 모르지만, 손님들과 편안히 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곤 한다. 지금도 철렁한 일이지만, 작년 여름엔 왼쪽 귀에 악성종양이 번져 귀 전체를 잘라내고 항암치료를 했다. 지금은 완치되어 많이 나아졌다니 다행이다. 부산에 간다면 샵메이커즈에 들러 책과 소품을 보고 고양이 붐이의 건강을 기원해주길.

<샵메이커즈>

위치 부산시 금전구 부산대학로64번길 120

온라인 http://shopmakers.kr, 인스타그램(@bookcat_boom)

문의 051-512-9906(일, 월 휴무)

[글과 사진 채정선(프리랜서) 사진 각 카페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95호 (15.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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