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대책 1주일.."수천만원 뛴 전세도 못구한다"

오경묵 기자 2015. 9. 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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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강남·강북 안 가리고 나오자마자 물량 품귀..84㎡ 최고 6천만원 올라
서울 시내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2015.8.28/뉴스1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정부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방안(9·2 대책)을 발표한지 9일로 일주일째다. 하지만 서울 전세시장은 강남·강북을 가리지 않고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다.

9월 첫째 주(1~7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6% 상승했다. 전 주(0.25%) 대비 오름폭이 커졌다. 지난 봄과 대비하면 수천만원이 오른 단지가 수두룩하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 2차(1330가구 규모) 84㎡ 주택형은 지난 봄 3억2000만~3억5000만원 수준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3억6000만~3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물건 없는 게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정부 대책이 단기간에 효과를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발표 이후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SK북한산시티는 총 3830가구 규모의 대단지지만 역시 전세 물건은 찾기가 쉽지 않다. 이따금씩 나온 전세 물건은 이전에 비해 수천만원씩 오른 상태지만 금방 소진된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의 전언이다.

이 단지 84㎡ 주택형은 지난 7월 2억7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는데 최근 들어서는 3억1000만원에 새 세입자를 찾았다.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3억1000만원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물건이 소진되더라"며 "이를 본 집주인들이 호가를 점점 올리고 있어 3억3000만원짜리 전세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전세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물건도 많지 않아 선택권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를 찾으러 온 이들과 상담을 해보면 오른 가격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한다"며 "짧게는 2년간, 길게는 몇 년간 살 집인데 선택권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하거나 반전세나 월세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역시 전셋값이 상당히 오른 상황이다.

지난 5월 7억5000만~7억9000만원 선에 세입자를 찾았던 잠실 리센츠 84㎡ 주택형은 최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호가는 최고 8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T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잠실역 주변은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전세 물건을 그나마 찾아볼 수 있는 형편"이라면서도 "그마저도 가격이 크게 뛰어 세입자들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W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로열층·로열동에 살다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단지내 다른 집으로 이사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재건축 이주수요의 출발점인 강남구 개포동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서울시가 10일 주택정책심의회를 열고 개포주공3단지(1160가구)와 개포시영(1970가구),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2580가구) 등에 대한 이주시기 연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서다.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주가 결정되면 강남에서는 이 정도 전세금으로 얻을 수 있는 아파트가 없다"며 "강북의 전세난이 더욱 심해지고 수도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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