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꽃 & 구곡동천 명산 속리산국립공원 | 산막이 옛길] 군자산·괴산호 푸른빛에 여름 무더위 녹인다

글·한필석 편집장 2015. 9. 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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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호 호숫길과 산길 이은 명풍경 탐승로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막이옛길은 잊혀진 호숫가 오솔길이 명품 트레일로 변신한 길이다. 댐이 생기면 수몰되거나 호수에 의해 바깥세상과 단절되는 마을이 생겨나듯이 삼성봉(550m) 기슭 산막이마을 역시 1957년 괴산댐이 생기면서 고립되고 주민들이 떠나버린 마을이었다. 괴산댐은 광복 이후 국내 첫 수력댐이자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댐으로 알려져 있다.

[월간산]천장봉 부근 괴산호 전망대에서 바라본 괴산호 변의 산막이마을과 군자산. 오른쪽 골짜기가 갈은계곡이다.

이후 댐 아래쪽 사오랑리마을 주민들이 나무를 하거나 약초 캐러 다니느라 명맥을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발길이 끊겨 버린 산막이마을 가는 옛길은 퇴색한 그림에 덧칠하듯 희미한 오솔길 따라 데크를 깔고 망대를 세우며 스토리텔링 명소가 더해지는 등, 명품 걷기 길로 탈바꿈해 2011년 11월 11일 공개했다.

‘산막이’란 산에 막혀 있다는 의미로 산막이마을로 가는 옛길이란 의미의 산막이옛길은 세 가닥 코스로 이용한다. 노루샘~앉은뱅이약수~ 고공전망대~물레방아~산막이나루(4km) 왕복 코스는 노약자를 위해 적당한 코스다. 산행을 겸하려면 노루샘에서 호수 길을 벗어나 산길 따라 등잔봉(450m)으로 올라선 다음 한반도전망대~ 천장봉(437m)~진달래동산을 거쳐 산막이마을 (2.9km)로 다가선다. 산길을 더 걷고 싶다면 천장봉에서 삼성봉까지 뽑은 다음 산막이마을 (4.4km)로 내려선다.

한 해 160만 명 찾는 명품 트레일

[월간산](위)스릴 만점의 흔들다리 구간. 소나무 숲속에 조성돼 있어 호젓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 산막이마을 초입의 인절미체험관. 탐승객들이 가재연못을 바라보고 있다.

“작년 한 해에 160만 명이나 왔으니 대단히 인기 있는 길 아니겠어요?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라 하는데 그런 좋은 산과 물을 모두 갖추고 있으니 이 길 따라 걸으면 인자도 되고 지자도 되는 거 아니겠어요?”

오랜 가뭄에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린 7월 2일 오후 관광안내센터에서 만난 괴산 문화관광해설사 정태운씨는 산막이옛길의 인기에 대해 자랑하며 관광안내소~노루샘~등잔봉(450m)~한반도전망대~천장봉(437m)~진달래동산~산막이마을~호수길~관광안내소(약 7km)를 잇는 코스가 등산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코스라며 안내했다.

안내센터를 지나자 호숫가 쪽으로 선착장이 바라보인다. 산막이옛길은 도보 탐승뿐만 아니라 유람선을 타고 둘러볼 수도 있다. 산막이마을까지 도보로 접근했다가 돌아올 때 유람선을 이용하는 탐승객도 많이 있다(편도 5,000원).

[월간산]한반도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지형, 괴산호의 명풍경이다.

선착장 입구를 지나자마자 ‘바라보면 사랑이 배가되고 가정이 화목해진다’는 연리지나무가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사과과수원을 끼고 소나무동산으로 올라서는 사이 달천을 막아 만든 코발트빛 괴산호와 그 뒤로 숲 짙푸른 군자산(948.2m)이 빤히 바라보인다. 정 해설사는 “괴산의 괴(槐)자는 느티나무를 뜻한다”며 “그만큼 산 많고 숲 좋은 청정지역”이라고 괴산을 자랑스러워했다. 정 해설사는 “속리산 법주사 들머리 노송이 정1품송으로 불리는데 그렇게 치면 괴산 나무들은 모두 정1품급에 속할 만큼 아름답다”고 치켜세웠다.

소나무숲에 마음이 편안해질 즈음 유격코스, 숲속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땅바닥에서 2~3m 높이에 지나지 않지만 누구나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시설물. 출렁다리를 지나면 노루샘. 아래쪽 망세루(忘世樓)로 이어지는 연못 연화담(蓮花潭)에는 연꽃 몇 송이가 불그스레한 빛의 꽃을 피우고, 그 아래 망세루에서는 괴산호와 군자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맑고 차가운 샘물로 몸을 맑게 하고 연꽃으로 마음을 달래고 망세루에서 세상만사 잊어버리고 마음 편히 가지라는 얘기인가 싶다.

노루샘에서 허리길과 산길이 나뉜다(산막이마을 2.8km, 주차장 1.2km). 허리길은 산막이마을로 곧장 가는 호숫가 길이요, 나뭇가지에 리본이 잔뜩 매달린 산길로 접어들면 등잔봉으로 올라선다. 소나무 우거진 산길 따라 등잔봉으로 오르는 사이 등 뒤로 괴산호와 군자산은 물론 군자산과 옥녀봉(599m) 사이의 갈론계곡(渴論溪谷)도 눈에 들어온다.

[월간산]고공전망대. 투명 아크릴로 바닥을 깔아놔 심장 약한 사람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갈론계곡은 갈은구곡(葛隱九谷)으로도 불려요. 골짜기에는 신선이 내려왔다는 뜻의 장암석실을 비롯해 갈천정, 옥류벽, 금병, 구암, 고송유수재, 칠학동천, 선국암 등 9곡이 있는데, 구곡마다 바위에 시가 새겨 있어요. 물 많을 땐 정말 장관인 계곡이에요.”

정 해설사는 구곡 외에도 마당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개구리바위 등 기암들도 절경을 이루고, 1998년 폐교된 갈론분교를 괴산군에서 리모델링한 숙박시설인 갈론산촌체험관 앞에서 갈은구곡 탐승을 시작한다고 알려 준다. 또한 산막이나루~달구지길~굴바위나루 1코스와 갈론산촌체험관에서 갈론계곡~사기막리~ 운교리목교~선유대~ 출렁다리~갈론체험관을 잇는 2코스 등, 2013년부터 트레일 조성이 시작된 충청도양반길과 산막이옛길을 모두 둘러보려면 사나흘은 잡아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편안하고 완만한 우회로 대신 가파른 직등로를 따라 등잔봉에 올라선다. 이제 오른쪽(북쪽)으로 기운찬 월악산이, 왼쪽으로는 낙영산(684m)~ 가령산(642m) 줄기와 백악산(856m) 너머 속리산 일원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 설레게 한다.

[월간산]고즈넉한 등잔봉 등로. /(아래) 앉은뱅이약수터의 정자. 호숫가에 앉아 망중한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옛날 노부부가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다는 얘기가 전하는 등잔봉을 지나자 숲이 벗겨지고 문광면 일원이 바라보인다. 역시 산 많은 괴산의 명성에 걸맞을 만큼 산봉과 산릉이 겹을 이루고 있다.

쾌적하고 호젓한 소나무 숲길 따라 능선을 오르내리며 한반도전망대에 올라선다. 괴산호를 파고든 한반도지형은 한반도를 위아래로 슬쩍 눌러 찌그러뜨린 형상. 그 옆에 울릉도와 독도까지 만들어져 있으니 한반도지형답다 싶다. 잔잔한 호수를 가르며 산막이마을로 접근하는 유람선은 간간이 “삐익~” 뱃고동을 울리며 분위기를 돋우자 괴산호 일원은 그림처럼 아름다워졌다.

괴산호전망대(진달래동산 0.7km, 산막이마을 2.2km)에 도착 후 지난 봄 산불로 민둥산으로 변해 버린 천장봉에 올라 잠시 사위를 둘러본 뒤 진달래동산으로 내려선다. 진달래능선 따라 호숫가로 내려선 다음 산막이마을로 방향을 틀자마자 스토리텔링 트레일이 이어진다. 가재연못엔 탐승객들이 소원성취를 빌며 던진 동전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연못 위쪽 인절미체험장은 텅 비어 있지만 떡메질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월간산]앉은뱅이약수를 방문한 다람쥐 한 마리. 같이 놀자는 손짓에 휑하니 사라졌다.

산마을 강마을 옛 모습 대신 현대식 펜션식당단지로 변한 산막이마을의 느티나무식당에서 풋풋한 인심 담긴 감자전·도토리묵에 막걸리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래고 더위를 식힌 다음 다시 가재연못을 거쳐 산막이옛길 주차장으로 향한다.

산막이옛길의 여러 고개 중 마지막 된비알이라는 ‘마흔고개’를 넘어서자 다래숲동굴. 제법 긴아치형터널을 빠져나가자 데크길이 이어지고 더운 날씨에도 강바람이 시원스럽게 불어댄다. 이어 40m 높이 절벽 위에 호수 쪽으로 투명판을 깔아 만든 고공전망대와 느티나무에 전망대를 얹은 괴음정이 반긴다.

묏산(山)자 형의 괴산바위를 지나 도착한 호수전망대의 널찍한 데크에는 ‘오래된 사랑’

[월간산]

(이범철), ‘담쟁이’(도종환), ‘행복’(유치환) 등 정감 넘치는 40여 편의 시화(詩畵)들이 콘크리트문화에 절은 도시인들에게도 시심을 돋운다.

“아니 쟤도 물맛 좋은 건 아는가 보지? 사람이 있는데도 담담하게 물을 마시는 걸 보면.”

물 한 모금 마시면 앉은뱅이도 벌떡 일어선다는 앉은뱅이약수에서 물 마시고 강바람 솔솔 불어오는 정자에 드러누워 괴산호와 군자산 풍광을 누리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진다. 다람쥐 한 마리가 앉은뱅이약수를 마시면서 내는 소리였다. 때 묻지 않은 자연에 산짐승까지도 벗하고픈 마음에 같이 놀자 손짓해 보지만 힐끗 쳐다보곤 숲속으로 사라진다.

흰 눈 맞은 듯 아름답게 핀 망초 꽃밭을 지나자 옷벗은 미녀 참나무가 가슴 설레게 한다. 스핑크스 기암에 이어 한여름 소낙비 피하기에 최고라는 여우비바위굴을 지나 뒤돌아서자 매 한마리(매바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봐 걸음을 재촉하자 이번엔 커다란 호랑이가 새끼와 함께 굴에서 나와 으르렁댄다. 1968년까지 호랑이가 살았다 전하는 호랑이굴 앞 호랑이 조형물이다.

이렇게 고인돌쉼터, 연리지, 소나무동산, 소나무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연화담, 망세루를 거쳐 산릉에 올라섰다가, 가재연못, 마흔고개, 호수전망대, 호랑이굴 등 이야기가 담긴 명소와 전망대로 이어지는 산막이옛길은 등잔봉 들머리 노루샘으로 되돌아오고 이어 고인돌쉼터로 다가서면서 끝을 맺는다.

산막이옛길 2코스 | 2.9km |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책로?

산막이옛길 주차장 - 노루샘 - 앉은뱅이약수 - 고공전망대 - 물레방아 - 산막이나루 <4km, 왕복 2시간>

?등산코스?

제1코스 노루샘- 0.9km - 등잔봉 - 1.1km - 한반도전망대 - 0.2km - 천장봉 - 2.2km - 산막이마을 <4.4km, 3시간>

제2코스 노루샘- 0.9km - 등잔봉 - 1.1km - 한반도전망대 - 0.9km - 진달래동산 <2.9km, 2시간>

주차료 승용차 2,000원 유람선 편도 5,000원

찾아가는 길 증평IC·연풍IC→칠성면소재지→산막이옛길 주차장.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546-1

괴산시내버스터미널에서 외사리행 시내버스 이용. 1일 7회(06:30, 07:45, 09:10, 11:10, 12:30, 14:00, 15:10, 17:15)

운행. 25~30분 소요, 요금 1,300원. 산막이옛길 주차장 도착 후 바로 괴산읍내로 돌아간다. 터미널 043-834-3351.

?충청도양반길?

제2코스 갈론체험관 - 2km - 갈은구곡 - 3.5km - 사기막리(곰넘이재) - 3km - 문교리목교 - 0.5km - 선유대 - 2.9km

- 양반길출렁다리 - 1.6km - 갈론체험관 <13.5km, 4~5시간>

갈론체험관 주소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101-5

제3코스 사기막리 - 2.3km - 용추폭포 - 2.1km - 용세골 <4.4km, 1시간>

사기막리 주소 괴산군 청천면 운교리 89-1 찾아가는 길 증평·연풍IC - 25분 - 괴산읍 - 30분 - 사기막마을

?숙식?

산막이마을에는 느티나무집(010-5541-5951), 산막이산장(043-832-5553), 하얀집(043-832-5617) 등 식당 또는 식당과 펜션(민박)을 겸하는 집이 10여 곳 있다. 주차장 부근에도 옛길쉼터(010-3487-5558, 버섯전골 닭 청국장), 짚은목맛집(010-3759-0737, 능이산채비빔밥, 올갱이국), 해바라기식당(010-2526-6383, 보리밥 만둣국) 등의 식당이 있다.

산행 및 숙식 문의 갈은권역비학봉마을영농조합법인 043-832-3527,http://sanmaki.goes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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