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출, 부동산임대업에 몰렸다
↑출처-한국은행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부동산 임대업처럼 담보 잡기 좋은 업종에만 대출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부동산 임대업, 도소매, 숙박·음식업 대출액이 제조업 전체 대출액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기보다는 여전히 떼이지 않을 곳에만 가고 있는 셈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 2분기 대출증가액의 53.3%가 부동산임대업에 나갔다. 상반기 전체를 보더라도 대출금 증가액의 40%가 부동산 임대업으로 나갔다.
부동산 쪽으로 시중 자금이 쏠리는 것은 금융기관은 담보를 잡아 떼일 가능성이 적은 데다 개인의 입장에선 상가나 아파트,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이 대출 금리보다 높아 관련 사업을 늘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이나 법인 임대사업자 대출 증가분 16조6000억원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11조 4000억원이 부동산 임대업에 쏠렸다. 이 부문보다는 적지만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대출액도 5조3231억원이나 늘었다. 올 상반기 제조업 전체 대출액은 10조4055억원 증가에 그쳤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과 도매숙박 등 두 부문 대출잔액이 제조업 전체 대출잔액을 바짝 뒤쫓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말 기준 제조업 대출은 318조원인데 반해 두 부문을 합친 대출은 293조원에 달했다. 예금은행의 제조업 대출액(298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규 창업자들이 부동산 임대처럼 손쉬운 일거리만 찾는 것도 시중자금 쏠림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관련 법인은 전년 대비 36.3% 늘어 1219개가 신설됐다. 1~7월 20~40대 창업자의 3분의 1이 부동산 임대업체를 설립했다. 50대는 무려 4분의 3이 부동산 임대업체를 차렸다.
신설 건설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 상반기 신설법인 중 건설업체 비중은 11.1%다. 제조업과 도소매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 부문 대출금은 1조3000억원 늘었다.
통신이나 전기 등 전문공사업이 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상반기 동안 이부문 대출은 1조 2000억원 늘었다. 아파트나 토목 공사를 담당하는 종합 건설업체 대출은 상반기에 오히려 1000억원이 줄었다. 시설보수 중심의 하도급 업체가 크게 늘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조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연구개발(R&D) 부문 대출 감소는 줄었다. 전자부품, 통신장비 대출 잔액은 제조 부문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과학·기술과 사업시설관리, 출판·영상·정보·통신, 금융·보험업 등 서비스업의 대출잔액도 상반기 2조원 감소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기술금융을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최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해 벤처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대출은 성장 산업보다는 부동산을 비롯한 전통 서비스업에 풀리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액만을 보고 "시설자금이 운전자금보다 많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가 늘어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성장산업으로 자금이 흐르지 않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류혜진 기자 / ryoo@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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