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15년 장수 일드 '파트너'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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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팬 중에는 일드 시청률 순위를 매길 때 ‘파트너’는 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웬만하면 ‘파트너’가 1위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3대 파트너인 가이, 주인공 스기시타, 감식반의 요네자와 마모루. 롯카쿠 세이지가 연기하는 요네자와는 주인공만큼 오래 출연해 그가 주인공인 스핀오프도 만들어졌다. 일본 아사히TV 홈페이지 |
그런 점에서 일본 드라마 ‘파트너’(相棒·아이보)는 한국, 미국, 일본을 통틀어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형사 2명이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형사 드라마로 매회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 에피소드식 구성이다. 올해 시즌 13까지 방영됐는데 정식 시즌 시작 전 방영된 특별드라마까지 포함하면 15년째 방영 중이다.
‘파트너’가 진짜 독보적인 이유는 그동안 시청률이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10% 초반을 기록했던 시청률은 오히려 점점 올라 최근에도 웬만하면 10% 후반, 높을 때는 20%를 넘기도 한다. 그 사이 일드 전체 시청률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꽤 높은 수치다.
장수 비결은 뭘까. 우선 고전을 참고해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주인공 스기시타 우쿄(미즈타니 유타카)는 셜록 홈스와 닮은 구석이 많다. 도쿄대 출신의 엘리트인 그는 천재적인 추리 실력과 관찰력을 갖고 있지만 타인과의 친화력은 0에 수렴한다. 당연히 윗선의 눈치를 볼 줄도 몰라 있으나마나 한 부서인 경시청 특명계에 좌천된 상태다. 홍차를 사랑하고 꽃과 식물을 즐기며,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인 등 취미가 다양한 것도 홈스와 닮았다. 다만 사건에만 집중하는 홈스와 달리 경찰을 위한 충언을 아끼지 않으며, 정신 못 차리는 범인에게는 버럭 화를 내며 훈계할 때도 있다. 이성과 논리 중심의 서양형 엘리트에 동양의 지사(志士)형 엘리트를 배합해 ‘현지화’한 셈이다.
추리에서 오는 재미를 극대화하되 시대상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를 첨가해 15년 세월을 극복하는 것도 비결이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세대갈등으로 인한 범죄나 인터넷을 이용한 신종 범죄가 늘어나 사건 내용이나 수사 방법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작은 범죄에서 시작해 고위 관료가 실각하는 스캔들이 벌어진다거나 ‘가족’의 일이라면 덮어주고 보는 경찰 조직을 비판하는 에피소드도 자주 등장한다. 작가나 감독 1, 2명이 작품을 좌지우지하지 않고 매회 다른 작가와 감독이 붙어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언제든 드라마를 쇄신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남겨뒀다. 형식과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상대역인 파트너 형사를 교체해 드라마에 새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지금까지 파트너로 스기시타와 정반대 매력의 가메야마 가오루(데라와키 야스후미), 닮은 듯 다른 간베 다케루(오이카와 미쓰히로), 부자지간 같았던 가이 도루(나리미야 히로키)까지 3명이 활약했다. 10월부터 방영을 시작할 시즌 14에서는 새 파트너가 나선다. 매 회가 기록인 ‘전설의 레전드’ 드라마 ‘파트너’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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