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특집2 알탕산행 | 십자봉] 십자봉 넘어 청정 계곡 찾아가는 길

글·김기환 기자 2015. 7. 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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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동계곡~천은사계곡을 잇는 물길 산행

↑ [월간산]

십자봉(984.8m)은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 경계에 위치했다. 이 산은 원주시 남쪽을 에워싸고 있는 백운산(1,087m)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굵은 능선 상에 솟아 있다. 백운산 서쪽으로 뻗은 능선은 오두치(烏頭峙)를 지나 약 1.5km 지점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북동쪽으로 뻗은 줄기는 큰양안치를 지나 덕가산(700.5m) 방향으로 이어지고, 십자봉은 남쪽으로 갈라지는 능선 상에 있다.

이 백운산과 십자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남동쪽에 덕동계곡이라는 수려한 골짜기가 자리하고 있다. 깊고 긴 계곡으로 수량이 풍부하고 아름다워 오래전부터 피서지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상류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민가와 펜션이 들어선 하류 일대는 물놀이장으로 인기다.

이 덕동계곡 하류에서 더위를 식히다가 십자봉을 넘어 천은사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는 피서를 겸한 산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천은사계곡으로 하산하다 반석 위를 흐르는 차가운 계류에 몸을 담그고 땀을 식히면 신선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덕동계곡의 풍부한 수량도 좋지만, 천은사계곡의 맑고 깨끗함 또한 신선하게 다가온다.

십자봉 산행은 수도권에서 접근이 편리한 큰양안치(일명 대양아치) 고개나 천은사계곡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큰양안치 기점이 인기가 있는 것은 코스 시작지점인 고개 높이가 해발 400m로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깊은 골짜기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서는 덕동리 방면의 산길을 추천한다. 원시림 가득한 청정계곡을 둘러보고 산에 오르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월간산]차가운 계곡물이 흐르는 천은사계곡을 조심스럽게 건너고 있는 등산객.

"올해는 가뭄이 너무 심해서 골짜기 물이 다 말라붙었어요."

덕동리 버스종점에서 만난 주민의 볼멘소리가 과장은 아니었다. 언제 찾아도 시원스런 물줄기가 꿈틀대던 골짜기에 적막감이 맴돌았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던 작은 폭포도 생기를 잃었다.

지난겨울부터 이어지던 유례 없는 가뭄 때문이었다. 그래도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라 맑고 깨끗한 물은 변함없었다.

십자봉이라는 산 이름은 일제가 붙인 것이라 한다. 산 아래 덕동리 주민들은 옛날부터 '촉새봉'이라 불렀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지도를 만들면서 그들이 좋아하는 십자매로 산 이름을 바꾼 것으로 추측된다. 촉새와 십자매는 크기와 생김새가 비슷한 참새과 조류다. 그러나 촉새는 우리나라와 만주, 시베리아에 분포하는 순수한 토종이지만, 십자매는 인도, 말레이반도 등 동남아시아가 원종인 새를 일본에서 개량한 것이다.

백운면 덕동리 원덕동에서 보면 백운천 건너로 하늘금을 이루는 십자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십자봉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마을인 것이다.

↑ [월간산]1 덕동계곡에서 십자봉으로 오르는 초입의 콘크리트 포장도로. 산 중턱의 비닐하우스까지 이어져 있었다. 2 죽은 나무가 넘어져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취재팀이 덕동계곡을 찾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차창에 하나 둘 떨어지며 번지는 빗방울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가뭄에 비를 만나니 기쁘긴 한데, 산에 올라갈 생각을 하니 갑갑하네요."

잠시 고민 끝에 '오후에 흐림'이라는 일기예보를 믿어보기로 하고 배낭을 둘러멨다. 혹 산정에서 비가 그쳐 멋진 운해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니 기대를 안고 산으로 들었다. 원덕동 버스종점에서 서쪽 상리계곡을 건너 오두재치 방면의 좁은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백운사 입구를 지나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작은 공터가 나타났다.

정면에 보이는 임도는 높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오두치로 이어지는 골짜기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 [월간산]1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2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며 숲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십자봉으로 이어진 산길은 공터에서 물을 건너 왼쪽 숲으로 파고들었다. 하늘을 가리는 나뭇가지 밑으로 난 넓은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비닐하우스 몇 동이 눈에 들어왔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길은 여기서 끝나고 지능선을 타고 산길이 이어졌다.

은근히 가파른 산자락을 치고 오르다 보니 구름이 주변을 감싸며 안개비를 뿌렸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단비를 맞으며 천천히 고도를 높이다 보니 넓은 임도가 나타났다.

산악자전거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백운산 임도다. 임도 옆 벤치에 배낭을 벗어두고 잠시 굳은 어깨를 풀었다. 잠시 숨을 돌린 다음 건너편의 숲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임도를 지나면 산길은 한껏 고개를 치켜들고 거칠어졌다.

가파른 비탈길에서 숨을 헐떡이며 걷다 보니 서서히 주변이 밝아졌다. 흐린 날이지만 정상이 가까워지며 시야도 조금씩 좋아졌다. 두 개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십자봉 꼭대기에 올라서니 빗방울도 그쳤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주변 산자락에 하얗게 구름이 피어나기도 했다.

↑ [월간산]1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걷다 보면 더위를 까맣게 잊게 된다. 2 십자봉 정상에 도착한 원주치악산산악구조대 대원들. 3 천은사계곡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봉우리의 돌탑.

"비도 그쳤으니 여기서 점심 먹고 내려가겠습니다."

십자봉 꼭대기의 삼각점을 테이블 삼아 음식을 펼쳐놓고 요기를 하는 사이 날씨는 한층 좋아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맑은 하늘은 끝내 볼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친 뒤 아쉬움을 삼키며 큰양안치 방면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천은사계곡으로 가려면 주능선을 타고 양안치 쪽으로 가다가 지능선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산길이 갈리는 삼거리의 봉우리에는 돌탑과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산촌마을 방향으로 진행해야 천은사계곡으로 하산이 가능하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튼 산줄기를 따라 곧게 뻗은 내리막길을 20분쯤 걸어가면 작은 안부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천은사계곡으로 갈라지는 뚜렷한 길이 나 있다.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는 코스다.

천은사계곡은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울창한 숲 바닥에 두텁게 쌓여 있는 초록색 이끼가 분위기를 한층 신비롭게 만들었다. 가뭄이 워낙 심해 수량은 적지만 천은사계곡 상류부터 물줄기를 볼 수 있었다. 능선에서 흘린 땀을 식히기에는 부족하지만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이었다.

↑ [월간산]맑고 깨끗한 물이 넘쳐 흐르는 천은사계곡.

안부에서 1km 정도 하류로 내려서자 계곡이 제법 굵어졌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귓전을 두드릴 정도였다. 하지만 발을 담그고 놀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량이었다. 산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 천은사 근처에 닿을 즈음 넓은 반석 위를 흐르는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배낭을 풀고 앉아서 더위를 식힐 만한 멋진 장소였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땀을 씻은 뒤 넓은 돌길을 따라 내려서니 천은사 바로 뒤로 산길이 이어졌다.

산행은 이곳에서 끝난다.

십자봉은 정상 헬기장을 제외하면 시원하다고 할 만한 전망대는 드물다. 조용하고 깨끗한 자연생태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비된 깔끔한 등산로나 화려한 암릉을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능선은 산세가 뚜렷하고 흙이 많은 육산이라 주의할 만한 암릉은 없다. 산길은 뚜렷한 편이다. 하지만 일부 구간은 이정표가 확실하지 않아 초보자나 독도에 자신 없는 이들은 헷갈릴 수 있다.

특히 날이 좋지 않을 때는 방향을 혼동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도를 휴대하고 항상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

↑ [월간산]

제천·원주 십자봉984.8m제천시 백운면 덕동리• 교통 •

덕동계곡으로 가려면 백운면을 거쳐야 한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5회(06:49~18:50) 운행하는 용포 경유 제천행 버스를 이용해 백운에서 하차한다. 백운에서 원덕동까지 1일 3회 버스가 운행한다. 하지만 백운에서 덕동리 방면은 버스 이용이 불편하다. 백운면의 개인택시(043-652-3133, 652-4888, 652-6028)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천은사(원주시 귀래면 귀래리)로 가려면 원주에서 31번 버스(05:25~20:50)를 타야 한다. 원주버스터미널과 원주KBS 등을 경유해 귀래면까지 간다. 천은사까지는 귀래택시(010-6381-4046)를 이용해야 한다. • 숙박(지역번호 043) •

휴양지로 유명한 덕동계곡에 펜션과 민박집이 밀집해 있다. 덕동 버스종점 부근에 위치한 토담 식당을 겸한 덕동펜션(652-0666), 원덕동식당 겸 슈퍼민박(651-8047), 민박(651-8047), 백운산 민박(010-9629-0616), 두계곡민박(653-6885), 시골민박(010-8422-7651), 종점에서 5분 더 들어간 원덕동에 위치한 십자봉슈퍼 민박(010-2767-6886), 언덕집민박(010-2044-3645), 생태숲펜션(010-5374-8353) 등이 있다. 천은사 근처와 화당리 근처엔 숙소가 없다. 원주시내로 나가는 것이 편하다. • 먹을거리(지역번호 033)•

원주시 귀래면에는 각종 찌개와 닭도리탕 전문 미소진식당(763-5268), 귀래통닭(762-0999), 소문난 손짜장(763-4118), 함지박식당(763-790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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