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터 같았던 병동, 환자 살린다는 생각 뿐"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편집자주] 정부는 28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지난 5월20일 메르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69일만이다. 예상치 못했던 공습에 한 때 '의료 선진국'이라는 평을 받았던 대한민국에 메르스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전국민은 공포에 빠져들었다.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부실한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것은 자명하다.
다만 메르스 확산 중반 이후의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병원 간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지만, 지역사회 감염이나 광범위한 확산은 막아냈다. 메르스 최전선에는 환자를 돌본 의료진, 메르스 의심 환자를 관리한 보건소 등 지방자치단체 직원 그리고 방역당국 직원들이 있었다. 사태를 키운 부실한 시스템을 보완한 것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고'였다. 메르스의 광풍의 한 복판에 섰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전선에서 메르스 맞선 영웅들]삼성서울병원 12년차 간호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겁니다…'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속출하던 지난달 10일. 삼성서울병원 식당 게시판에 한 의료진의 쓴 이 글은 병원 동료들과 환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당시는 메르스의 공포가 극에 달했던 시기다. 학교들은 휴교령을 내렸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삼성서울병원은 6월13일 병원 부분폐쇄에 들어갔지만 암과 이식, 중환자 등에 대한 진료는 유지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은 게시판에 적었던 약속을 지켰다. 그들은 메르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묵묵히 환자 곁을 지켰다. 올해로 12년차인 김민지(가명) 간호사도 그 중 한 명이다. 암병동에서 일하던 김 간호사는 지난달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모여 있는 격리병동으로 지원을 나갔다. 메르스에 감염된 암 환자를 돌보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방호복을 입고, 장갑을 2개씩 끼고 환자들을 돌보다 보면 어느새 땀범벅이 됩니다. 보호용 고글에 습기가차서 환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모니터를 보는 것도, 주사를 놓을 혈관을 잡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환자분들도 많이 안타까워하시죠. 평상시보다 몇 배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환자들 덕분에 힘이 나더라고요."
메르스 환자들은 보호자들과도 완전히 격리된 상태였다. 그래서 의료진들이 환자들의 배설물을 직접 받아냈고, 식사를 하는 것도 도왔다. 김 간호사는 "환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환자를 돌봤다"며 "메르스와 싸우는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루 8시간씩을 일하면서 탈진 증세를 겪기도 했다.
김 간호사는 두 아이의 엄마다. 혹여나 아이들이 나쁜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가족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메르스를 옮길까봐 걱정도 됐고요. 하지만 암환자들을 돌보다보면 간호사의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요. 그런 생각은 저 뿐 만 아니라 다른 의료진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사명감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폐쇄 조치 38일 만인 지난 20일 폐쇄가 해제됐고, 재개원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규모 '2차 메르스 유행'의 중심병원으로 알려졌고, '일류병원'이라는 자존심에도 상처가 났다.
김 간호사는 "의도치 않게 메르스 환자가 확산됐지만 이를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의료진이 환자들을 치료하고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치열하게 일했지만 병원이 신뢰를 잃어가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부서를 돌아가며 간담회를 열고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되돌아보고 있다"며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룡 기자 drag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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