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전집 무료체험단 신청하지 않는 이유

칼럼니스트 김진미 2015. 7. 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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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차이가 아니라 능력부족이었나봐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나는 체험단에 관심이 없다. 있는 것 먹이고 물려 받은 것 입히면 그만이라고 믿기 때문에 유모차, 아기띠, 각종 유아 먹거리 체험단 모집 광고를 봐도 시큰둥하다. 그런데 '전집체험단' 모집 광고 앞에선 마음이 흔들린다. 입는 것, 먹는 것보다 책이 우선이니까. 게다가 좋은 출판사의 양질 전집이 공짜라는 데!

전집체험단을 두고 엄마들의 의견이 갈린다.

"내 돈 주고 읽히고 돈 없으면 말지. 일일이 리뷰 쓰고 스트레스 받긴 싫어."

"그래? 엄마가 조금만 부지런 떨면 전집이 공짜로 생기는데 기회를 왜 놓쳐. 아이를 위해 이 정도는 해야지."

나는 전자에 속하는 엄마다. 책을 좋아하고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을 즐기는 건 맞지만 굳이 아쉬운 두 손을 벌리기 싫다. 책 읽는 과정을 블로그에 올린다면 우리만의 즐거운 독서시간이 노출되는데다 원해서 업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숙제처럼 공개해야한다면 아이도 나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전집체험단 신청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김진미

하지만 여자의 마음의 갈대라고,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전집체험단 광고가 일주일에 몇 번씩 눈에 들어온다. 참다참다 전집체험단 광고를 클릭하고 들어갔더니 완전 딴 세상이다.

'어머. 이런 책도 있어? 신기하네. 상세 클릭해볼까. 와. 나도 우리 아들 읽히고 싶다...'

신청댓글은 900개를 넘어선 상황. 클릭하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을. 좋은 책이 눈에 밟혀 인터넷 창을 쉽게 닫을 수 없었다.

결국 전집체험단에 신청하기로 마음 먹었다. 웬걸. 다시 소심해진다. 주 몇 회 전집 리뷰는 둘째치고 위젯달기. 출판사 SNS 가입하기. 소식받기. 사전 설문에 응답하기. 스크랩해가기. 관련카페에 리뷰 링크하기. 미션 불이행시 책 회수해간다는 경고까지.

전집체험단이 이 정도로 까다로운 줄 몰랐다. 위젯달기를 하려는데 시키는 데로 해도 안된다. 관련카페에 퍼나르라는데 가입한 육아카페나 독서카페도 활동이 미비해 등급이 낮다. 한참을 동동거리다 인터넷창을 닫고 말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전집체험단이 되어 전집을 공짜로 받는 것도, 돈을 지출해 직접 사는 것도 엄마 가치관에 따른 선택 문제다. 그런데 말이지, 체험단이 되기로 마음먹고 컴퓨터를 잘 못 다뤄 포기해야하는 심정은 어디 하소연 해야 할까. 엄마가 능력 없어 미안해.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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