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와 [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이즈 ize 글 황효진 2015. 7. 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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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황효진

* [나를 찾아줘], [다크 플레이스], [몸을 긋는 소녀]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는 도무지 쉽게 지지할 수 없는 주인공이다. 허영심에 가득 차 있고, 복수를 위해 남편 닉을 살인범으로 오해받게 만들었으며, 남편의 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옛 남자친구를 살해하기까지 했다. 작가 길리언 플린은 전작의 주인공들에게도 적지 않은 흠결을 새겨놓았다. [다크 플레이스]의 리비는 어릴 적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가족들이 몰살당한 후 시민들이 모아준 성금, 가족사를 책으로 만들어 판 돈으로 생활을 이어왔고, 성인이 된 후에도 스스로 일을 해볼 결심을 품지 않는다. 심지어 추리 탐정 클럽인 ‘킬 클럽’의 제안으로 돈을 받고 가족들의 물건을 넘길 마음까지 먹는다. [몸을 긋는 소녀]의 카밀은 한때 자해하는 성향을 보였던 ‘커터’이자 성적으로 방탕했던 과거가 있으며, 현재는 정확하지도 않은 팩트로 기사를 꾸며내는 그리 정의롭지 않은 기자다. 길리언 플린이 그리는 여성들은 사악하고 때론 찌질하며 때론 무능하다.

당신,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뭘 느끼고 있어? 당신은 누구지? [나를 찾아줘]의 첫 장에서 에이미를 향한 닉의 독백은 에이미와 리비, 킬린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속마음이자, 길리언 플린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를 찾아줘]가 출간되었을 때 폭력적이고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기도 하는 에이미의 캐릭터는 여성혐오적이라는 논란을 불러왔고, 거기에 대해 길리언 플린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 2014년이고, 우리가 여전히 여기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중략) 아무리 좋은 캐릭터라도 어두운 면이 있을 수 있고, 나는 여성이 선천적으로 선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에 깔린 미스터리의 가장 큰 동력이 누군가를 백 퍼센트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인 것처럼, 현실에서도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예측 불가능한 존재다. 

그러나 세상은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전형적인 행동을 기대하고, 강요한다. 아내는 언제 어떤 일이 닥쳐도 남편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바람에 따라 훌륭하고 똑똑하며 애교 있게 자라나야 한다, 여자아이들은 귀엽고 조신하게 굴어야 한다, 남자아이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눈물 흘리는 모습을 들켜서는 안 된다…. 길리언 플린은 그러한 억압들이 각 개인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이 또 다른 트라우마를 어떻게 발아시키는지에 주목한다. 에이미의 부모는 에이미가 말 그대로 ‘슈퍼 걸’이 되기를 기대했고, 거기에 길들여진 에이미는 누군가의 틀에 맞춰 끊임없이 자신을 포장하는 ‘쿨 걸’로 자랐다. ([나를 찾아줘]) 자신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리비의 엄마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감행했으며, 이것은 딸 리비와 아들 벤을 평생 죽은 가족의 그림자 아래서 살아가게 만들었다. ([다크 플레이스])
요컨대 길리언 플린이 다루는 것은 세간의 통념에 몸을 억지로 끼워 넣느라 자신의 삶에 실패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비극이다. 딸에게 다정다감한 엄마가 아니어도, 남편의 비위를 꼬박꼬박 맞추는 아내가 아니어도,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 명의 인간인 그 자체로 존재가치는 있다. 하지만 사회는 여성의 존재에 너무나 무관심하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어떤 여성들은 가족 내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데 집착할 수밖에 없다. [몸을 긋는 소녀]에서 여자아이들이 살해된 사건을 취재하던 카밀은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지만, 이미 결혼해서 자녀들까지 둔 그들은 카밀을 향해 “넌 이 어린 소녀들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눈물을 흘린 적 있니?”, “카밀은 아이가 없잖니. 얘가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상처를 느끼기는 힘들겠지”라고 빈정댄다. 여성의 특징과 가치가 남편 혹은 아이를 통해서만 증명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온 세상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한 에이미가 자신의 뜻대로 닉을 조종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정을 꾸려가게 된 [나를 찾아줘]의 결말은 길리언 플린이 내린 나름 현실적인 타협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성에게 주어진 가족 내부의 위치에서만 나의 존재 의미를 찾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트라우마를 끝내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한 카밀, 살인사건의 진실을 스스로 확인하고 해결함으로써 ‘살인당한 데이네 집안 막내’였던 어두운 어린 시절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리비를 지나 본인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내려가기 시작한 에이미에 이르기까지, 길리언 플린은 세 작품을 거치며 그 대답을 스스로 천천히 찾아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아마도 한 명의 작가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의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크 플레이스]의 집필을 끝내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의 TV 비평 일을 그만두었을 때 나는 울고 또 울었다. (중략) 나는 나 스스로 어둠에 빠졌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책을 읽을 수가 없다고 말했고, 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엄마’여도 여전히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인생에 일어난 어떤 일이 창의력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싫기 때문이다.”([텔레그래프])

글. 황효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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