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우리땅'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5. 7. 24.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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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강화 평화전망대

강화도는 한강·임진강·예성강이 모여 바닷물과 섞이는 곳이다. 물은 대화합을 이루는데 우리민족은 선을 긋고 왕래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가 풀어야 할 통일의 숙제를 생각하며 강화도·교동도로 통일 안보여행을 떠난다.

강화평화전망대.

건너 보이는 것은 북한땅이다. 이렇게 훤히 보이니 고성능 망원경의 필요를 못 느끼겠다. 앞마을에 사람들이 왕래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앞에 놓인 0.7~2.3㎞ 물길은 한강다리에서 반대편을 바라볼 때 느끼는 거리감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주변에 건물이 없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북한땅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11개 있다. 그 중 강화평화전망대는 북한땅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곳이다. 좌측으로 황해도 연안군에서 백천군으로 펼쳐진 연백평야가 보이고, 우측은 개풍군의 선전용 위장마을, 개성공단 탑 등이 보인다. 저쪽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한 땅이 다른 곳보다 더 가까이 보일 것이다. 해설사의 말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3년마다 한번씩 사상이 확실한 사람들을 선발해 앞에 보이는 위장마을로 이주시킨다고 한다. 그러니까 앞 마을에서는 3년 이상을 살지 못한다. 그들이 우리 땅을 보며 생활하다 보면 '사상'이라는 것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숨기고 가리지 못하는 것은 정신력을 동원해서라도, 서로 모른 척하고 살기를 바란다. 북한에서 그런 노력을 하는 동안 우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잊어가고 있다. 씁쓸한 현실…. 손에 잡힐 듯 코앞에 보이니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든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송악산이 보인다. 멀리서 보아도 소나무와 기암괴석이 만드는 호기로운 산세가 느껴진다. 높이는 489m, 산 전체가 주로 화강암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한국사 시간에 한번쯤 들어봤을 '송악'이다. 고려의 도읍이었던 곳이니 흥미로운 유적도 많을 것이다. 고려의 왕궁터와 삼문, 궁전, 누각 등의 터가 있고 자하동, 광명사정 등의 명승지가 있지만 이제는 오르는 사람, 아니 오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개성관광이 허락되던 시절에도 이곳은 관광지로 개방하지 않았다. 6.25 때 치열했던 전투로 유명한 '송악산전투'가 있었던 이곳에 지금은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이 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사료가 귀한 고려와 고구려의 흔적을 찾아 떠날 수 있는 날이 올까. 여행자에게 북한은 미지의 땅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궁금하고 안타까운 곳이다.

평화전망대 1층에는 통일염원소가 있다. 이곳에는 이산가족의 한을 달래고 통일을 염원하고자 디지털나무를 설치했다. 앞서 다녀간 여행자들은 나무에 통일을 소망하는 마음을 남겼다. 2층에는 전시관과 전망실이 있고 3층 전망실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전망대는 '공산당을 제압한다'는 의미를 가진 제적봉(制赤峰)에 있다. 야외전시실로 나가면 김종필 전 총재가 썼다는 제적봉비와 함께 임진왜란 승전비인 '연성대첩비', 구한말 일제에 항거하다 순직한 '애사 편강열의사 추모비', '망배단', 해병대 장갑차, 그리고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있다.

강화평화전망대 2층 전시실.
그리운금강산 노래비.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멜로디만으로도 장엄하고 아름다운데, 노랫말 하나하나에 그리움이 맺혀 있다. 노래 '그리운 금강산'은 어느 해인가 한국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가곡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염원의 상징적인 가곡이 됐지만 북한에서는 금지곡으로 지정돼 있다.

노래는 1962년에 6.25전쟁 12주년 기념식을 위하여 만든 것으로 작사·작곡가 모두 이곳 인천 강화 출신이다. 故 한상억 작사가는 강화 양도면 도장리 출신이고, 최영섭 작곡가는 화도면 사기리 출신으로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밴드 '들국화' 최성원씨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강화평화전망대 야외전시실에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있다. 노래비 앞에는 버튼이 있어서 조수미, 박인수 등 성악가의 목소리 중 원하는 대로 골라 들을 수 있다. 여행자들은 최신판이라 할 수 있는 조수미 버전을 많이 듣는다. 노래비의 배경은 북쪽하늘이다. 파란 하늘 아래 날렵한 곡선의 노래비와 아름다운 노래 속에 담긴 그리움이 애잔한 조화를 이룬다.

유격군충혼전적비.
타이거여단 기념물.

유격군충혼전적비를 찾아가는 데 길을 몇번 놓쳤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찾아가기 힘들고, 눈이 즐거운 볼거리도 없다. 하지만 의미를 되새기면 마음이 숙연해 지는 곳이다. 이 전적비는 청춘들을 기린다. 그들은 직책도 직위도 없었다. 군번도 계급도 없이 나라를 위해 싸웠고, 젊은 목숨을 바친 민간인 전사자들이다. 그들은 1.4후퇴 때 북한지역과 38도선 접경지대에 거주하면서 치안대, 청년대, 학도호국대 등으로 반공결사대를 조직해 공비소탕과 치안사업에 헌신했다. 북한 연안 일대와 적지 내륙에서 첩보전을 수행하며 도서지역 및 해상 방어 작전에서 유격전을 펼쳤다. 지금은 '타이거여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그때에는 이름도 없었다. 전쟁 후에 UN8240부대에 예편되었고 '타이거여단'은 그 이후의 일이다. 2001년에 와서야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전적비를 건립했다.

바다를 향한 전적비 양 옆으로 호랑이 두마리가 포효하고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곳은 북한땅 미수복 산이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누군가는 저기 물 건너편에서 꽃다운 청춘을 마감했을 것이다. 어느 바닷가, 어느 야산에서 산화한 채 잊혀진 사람이 됐을 것이다. 전망대에선 가깝게만 느껴졌던 북한 땅이 이곳에선 멀고 먼 타향으로 느껴진다. 습한 날씨에 길을 잃어가며 유적을 찾아온 경험은 바로 이런 날씨에, 또는 혹한의 추위에 전투와 부상, 심지어 죽음을 맞았을 그들에 대한 진한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함께 온 사람들과 전적비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나는 얼마나 용기있는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설핏 마음을 스친다.

올림픽대로 - 나래지하차도 진입 후 김포한강로를 따라 이동 - '양곡, 대곶, 강화, 풍진' 방면으로 우회전 - 356번 지방도 - '강화읍, 통진, 김포CC' 방면으로 우측방향 - 김포대로 - 마송지하차도 - 송해삼거리에서 우측 1시 방향 - 전망대로

[대중교통]강화터미널 - 1번 버스 승차 후 평화전망대 정류장에서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강화평화전망대: 검색어 '강화평화전망대' /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산6-1유격군충혼전적비: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고구리 8-2

강화평화전망대문의: 032-930-7062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연중무휴) / 관람시 신분증 제시관람료: 어른 2500원 / 청소년·군인 1700원 / 어린이 1000원해설시간: 오전 10시,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2시, 오후 3시, 오후 4시

유격군충혼전적비문의: 032-930-3311유격군충혼전적비는 강화도의 부속섬인 교동도에 있다. 강화도와 교동도 사이로 작년 7월에 연륙교를 개통하며 차로 한번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교동도는 군사지역으로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강화교동나들길 여행DMZ관광이 올해 7월에 출시한 여행상품이다. 승용차 없이 여행이 다소 불편했거나 개별적으로는 가게 되지 않던 안보 관광지를 하룻동안 둘러볼 수 있어 편리하다.참가비: (1인) 3만3000원 / 문의: 02-706-4851 / http://www.dmztourkorea.com

교동에 특별히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은 없지만 대룡시장에 여행자가 많아지면서 길거리 음식도 생기고 음식점들이 활성화 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모던한 인테리어로 단장한 치킨집과 피자집, 커피집도 들어섰다. 식사는 대룡시장에 가서 적당한 곳에 도전해 보자.교동대룡시장: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교동섬쌀: 청정지역 교동도는 각종 농산물이 깨끗하고 맛있기로 유명한데, 그 중 교동쌀은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맛이 좋다. 요즘은 어디서나 택배로 주문해 받아볼 수 있다.교동정미소: 032-932-1887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교동북로 183

강화유스호스텔: 운동장, 수영장, 씨름장, 민속놀이장 등 시설이 있어 기업연수, 수련회와 가족 여행에 좋고 강화도 구석구석을 여행하기 좋다. 캠핑구역도 마련해 오토캠핑과 백패킹(잔디캠핑) 모두 가능하도록 구획을 정해 놓았다.문의: 010-8860-3833 / http://www.gh-y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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