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퍼 침대서 영화관람..세계최초 '침대 극장' 가보니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영화가 끝나도 일어나기 싫게 만드는 '마약침대'라고 할까요"
22일 CGV 씨네드쉐프 암구정점에 문을 연 침대 상영관 '템퍼시네마'를 두고 템퍼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씨네드쉐프 압구정점은 프리미엄 콘셉트의 상영관과 80여석의 레스토랑, 소규모 모임 장소 등으로 나누어진 문화 공간이다.
상영관 두 곳 가운데 고급 의자에 기대 영화를 볼 수 있었던 한 곳이 침대 극장으로 변신해 이날 저녁부터 일반 고객에게 공개됐다.
CGV와 템퍼코리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해외 영화관에서 침대 극장을 시도한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나무 평상에 침구를 얹어 침실 '분위기'만 연출했기 때문에 편하다는 평가를 얻지 못했다.
이에 비해 템퍼시네마는 템퍼 제품을 들여놓고 극장 전체를 침실처럼 리모델링했다.
압구정동 CGV 신관 지하5층에 있는 180㎡ 규모의 상영관에 들어서니 두대씩 15쌍, 모두 30개의 침대가 다섯 줄로 놓여 있었다.
템퍼 오리지널 매트리스가 얹어진 전동 리클라이너다.
리클라이너는 본래 머리와 다리 부분을 움직일 수 있는 1인용 소파를 뜻하는데 좌석 옆에 놓인 리모컨 버튼을 움직여 다리와 머리 부분을 펴면 침대같은 형태로 탈바꿈한다.
신발을 벗고 미리 준비된 슬리퍼를 신은 뒤 침대에 드러누워 담요를 덮으면 영화 볼 준비가 끝난다.
슬리퍼와 담요, 베갯잇은 영화 한 편이 끝날 때마다 깨끗한 것으로 교체되고, 침대 시트는 하루에 한 번 교체된다.
침대 양쪽에는 작은 협탁이 놓여 있어 함께 제공되는 음료수를 마시거나 따로 구입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평일 낮에 2시간짜리 영화 보기는 어려운 취재기자의 처지라 배우 박휘순·공효진이 주연한 20여분 분량의 단편영화만 직접 관람해봤다.
누워보니 말 그대로 아늑했다.
템퍼는 우주선 출발시 우주 비행사들이 받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신소재를 매트리스와 베개 제조에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몸의 무게로 인한 압력이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도록 해 누워있는 사람이 최대한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준다는 게 템퍼의 설명이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어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에서는 고가 제품임에도 최근 신혼부부 혼수 '잇템'(It-item·갖고 싶은 물건 또는 인기있는 물건)으로 꼽히고 있다.
매트리스 덕분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 자세를 고쳐 누워야 하는 불편함 대신 어딘가에 두둥실 떠있는 느낌을 받았다.
극장에 가시면 항상 졸음때문에 결말을 못 보고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생각해보니 이런 편안함이 오히려 영화에 집중하는데는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템퍼 관계자는 "(추첨을 통해 프리오픈 행사에 참석했던) 고객 가운데 '마약침대'라고 하는 분까지 계셨다"며 "누워서 쉬면서 영화를 보니 확실히 피로가 풀리고 발도 붓지 않아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채은진 템퍼코리아 마케팅팀 차장은 "템퍼 매트리스는 눕는 순간 몸에 꼭 맞게 몰딩되고 압력을 매트리스 전체로 분산시켜 '무중력의 편안함'을 제공한다"며 "영화보는 동안 몸무게가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인 1인당 4만원의 관람료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선 그리 만만치는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주말을 쪼개 영화를 보러가는 것마저 피곤해진 일상이다. 말 그대로 '휴식'하며 호젓하고 특별하게 영화 보기를 원하는 이들의 발길은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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