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전지현 냉장고' 기술, 하이얼에 넘어갈 뻔
‘전지현 냉장고’ 핵심 제작기술을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에 넘기려 한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이 구속됐다. 수원지검 형사4부(김종범 부장검사)는 삼성전자가 만든 프리미엄 냉장고 ‘T9000’ 제작기술을 중국 하이얼사에 빼돌리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ㄱ사 김모 대표(45)와 이 회사에 다니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 임모 부장(54)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재계와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대표와 임 부장은 2014년 1월 T9000 냉장고 철판인쇄공법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하이얼에 전달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올해 4월에도 이 냉장고 에지벤딩(Edge Bending) 도면이 포함된 문서를 만들어 바깥으로 빼돌리려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T9000 냉장고는 900ℓ에 달하는 세계 최대 용량의 냉장고다. 초고효율 단열재를 사용하고 내부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기존 대용량 제품보다 냉장실(551ℓ)과 냉동실(349ℓ)이 각각 20ℓ 이상 크다고 한다. 기존 냉장고와 달리 상하·좌우 4개 문이 있으며, ‘T타입(T-Type)’의 내부구조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타입의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의미로 시리즈 넘버 ‘9000’을 달아 T9000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냉장고는 국내에서 배우 전지현씨가 TV와 온라인 광고에 나서면서 ‘전지현 냉장고’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지난 5월부터 중국 전역에 판매가 시작됐고, 삼성전자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전씨를 냉장고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
검찰은 김 대표와 임 부장이 2014년 9월 김모 전 삼성전자 부장으로부터 회사 냉장고 공장의 투자비 현황이 담긴 문서 파일을 e메일로 받은 혐의도 포착하고 김 전 부장 역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중국으로 T9000 냉장고의 핵심 기술을 빼돌리는 데 협조한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2011년 4월에도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소음방지 기술과 경영전략 등 기밀사항을 빼돌려 하이얼에 넘기려 한 혐의로 중국인 연구원을 적발해 사법처리한 바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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