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후속작 '파수꾼' 베일 벗어

2015. 7. 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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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0대에 쓴 첫 작품이자 '앵무새 죽이기' 20년 후 이야기 상징적 인물 '애티커스 핀치' 인종차별 인식 드러나 논란

작가 20대에 쓴 첫 작품이자 '앵무새 죽이기' 20년 후 이야기

상징적 인물 '애티커스 핀치' 인종차별 인식 드러나 논란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전 세계에 4천만 부가 팔린 '앵무새 죽이기'(1960)의 작가 하퍼 리(89)가 55년 만에 내놓은 새 장편 '파수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출간 직전까지 내용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이 책은 14일 미국, 영국, 스페인, 독일, 브라질,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한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한국어판 출간을 맡은 열린책들은 초판을 10만 부 찍었다. 미국시각으로 14일이 되는 시간에 맞춰 한국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일부 서점에 풀렸다.

'파수꾼'의 내용은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 격이다. 등장인물이 대부분 같고 똑같이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가공의 도시 메이콤을 배경으로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를, '파수꾼'은 1950년대 중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스카웃'은 '파수꾼'에서 20대가 됐다. 별명인 스카웃 대신 본명 '진 루이즈 핀치'로 등장한다. 스카웃이 순수하면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눈으로 세상을 본 6살 어린이였다면 진 루이즈는 자기 정체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진보적인 26세 여성이다.

소설 전반을 이끌어가는 줄기는 진 루이즈와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사이 갈등이다.

1950년대 앨라배마는 흑인 인권 운동이 가장 활발했으며 그에 대한 백인의 반발도 매우 심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자라고 막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진 루이즈는 세상의 부조리함에 괴로워한다.

진 루이즈에게 아버지 애티커스는 양심의 파수꾼과 같은 존재였다. 아버지는 재판에서 흑인을 변호했고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했다.

하지만, 어느날 딸은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아버지 집에서 흑인 비하 일색인 소책자를 발견한 것이다. 그 순간부터 딸에게 아버지는 증오와 극복의 대상이 된다. 뒤따르는 실망과 분노, 갈등과 대립은 그녀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파수꾼'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애티커스의 성격이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애티커스는 가족이 위협당하면서도 백인 여성 성폭행 누명을 쓴 흑인 청년을 변호한 인물로 그려져 미국인 사이에 정의로운 남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파수꾼'에서 그는 72세 노인이면서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회합에 참석한 적 있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묘사돼 미국 독자들 사이 벌써 논란이 됐다.

하지만 '파수꾼' 번역을 맡은 공진호 번역가는 애티커스가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온정주의자'라고 말한다.

공 번역가는 "애티커스는 인종을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하되 '너희는 너희대로, 나는 나대로 살자'는 생각을 하는, 호의적이면서 온정주의적인 인물"이라면서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화자 스카웃이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이런 애티커스의 성격이 정면에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가 '앵무새 죽이기'에서 화자를 순수한 어린아이로 전환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혔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애티커스의 성격 단면만 부각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작가는 실제로 앨라배마에서 자랐으며 그의 아버지는 변호사이자 주 의회 의원이었다. 리는 '파수꾼'에서 아버지를 모델로 애티커스라는 사람을 만들어내고 작품을 통해 그에게 도전한다. 자신이 살았던 격동의 시대가 작품에 그대로 녹아든 것이다.

리는 1957년 1∼2월, 6주에 걸쳐 저작권사에 '파수꾼'을 넘겼다.

그의 첫 장편인 이 작품을 받아본 편집자 테이 호호프는 "진정한 작가의 자질이 번득인다"며 극찬했지만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작품에 드러난 흑인과 백인의 갈등이 너무 첨예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가 호호프의 권유로 '파수꾼'의 20년 전 이야기를 어린아이 시점으로 쓴 것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다. '파수꾼'이 '앵무새 죽이기'의 모태 격인 셈이다.

공 번역가는 "편집자를 거치지 않은 원본을 봤는데도 '파수꾼'은 작가가 20대 중반에 쓴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며 "'앵무새 죽이기'의 모태가 된 책이지만 습작이 아닌 완성작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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