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판 '쇼생크 탈출' 마약왕 구스만은 누구?

신유경 2015. 7. 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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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다는 뜻의 '엘 차포'라는 별명을 지닌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연방교도소에서 또 한 번 신출귀몰하게 사라졌다.

2001년 교도소 내 세탁 용역 차량에 숨어들어 탈옥했던 구스만이 이번에 사용한 수법은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킨다.

수도 멕시코시티 서쪽으로 90㎞ 떨어진 알티플라노 교도소에서 구스만이 갇혀 있던 독방 샤워실에는 지하 10m 깊이에 길이 1.5㎞의 땅굴이 발견됐다.

땅굴 내부에는 조명과 환풍구, 레일이 깔려 있는가 하면 토사를 옮기는 장비까지 갖춰져 있었다.

그는 1993년 마약밀매와 살인 등 범죄 혐의로 과테말라에서 검거됐으나, 첫 번째 탈옥으로 13년간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작년 2월 다시 붙잡혀 연방 교도소에 17개월 동안 갇혀 있었다.

멕시코 중부 과달라하라 인근의 삼엄한 교도소인 '푸엔테 그란데'에서 2001년 2월 감행했던 탈옥 당시 감시카메라가 고장 난 사실이 밝혀졌고, 70여 명의 교도관이 공모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이번 탈옥도 내부 또는 외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까지 유통망을 뻗친 마약 조직을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거액의 뇌물로 교도관을 매수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마약범죄 수사당국에 집중 수배를 받아왔고, 수개월간에 걸친 첩보 수집과 행적 추적 끝에 멕시코해병대에 검거돼 양국이 큰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헤수스 무리요 카람 당시 멕시코 연방검찰총장은 "구스만이 다시 탈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조롱당한 셈이 됐다.

멕시코인 평균보다 작은 키를 가진 구스만의 나이는 56세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출생 연도는 파악되지 않는다.

구스만은 2000년도 중반 멕시코 정부가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펼칠 때 미국 멕시코 접경 북부도시에서 마약밀매 이권을 둘러싸고 '로스 세타스'라는 조직과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벌였다.

그가 체포되자 자신의 마약조직 '시날로아'의 근거지인 멕시코 북서부 시날로아 주의 고향에서는 주민과 학생 등이 석방 시위를 벌였다.

지역민들에게 구스만은 부패한 경찰이나 정부 관리보다 생업이나 가계 등 경제적으로 도움을 더 주는 '로빈후드'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의적' 행세를 하면서도 사생활은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도주 행각을 벌이던 2007년 멕시코 미인대회 출신의 엠마 코로넬이라는 18세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코로넬은 2011년 쌍둥이를 출산했으나 구스만은 다른 여성과 수차례 결혼을 했고 관계를 맺어 10명 이상의 자녀를 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멕시코 사법당국이 연방교소도를 두 번이나 탈출한 구스만을 다시 잡아들이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부패한 경찰 조직의 개혁과는 별도로 낙후된 교도 행정의 쇄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유경 기자 vanil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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