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김의성 "그래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2015. 7. 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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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수의견'의 김의성 인터뷰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영화 '소수의견'의 배우 김의성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김의성(50)은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하나다. 올해만 이미 '스물'. '살인의뢰'에 이어 '소수의견'이 개봉했고, '암살', '오피스', '저널리스트', '부산행'이 줄줄이 개봉을 앞뒀다. 스크린에선 좀체 시원히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 성격파 배우는 분량과 상관없이 작품마다 인장을 꾹 눌러 찍은 듯 분명한 존재감을 남겨 왔다. '소수의견'에도 함께 나온 '다작배우' 대명사 이경영에 못지않다 했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그 분은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이고 나는 적당히 하는 것"이라며 김의성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더 많은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 더 많이 작품 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어떤 역이든 주어지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물론 선택은 하지만, 정말 안해야 할 역 말고는 다 하고싶은 욕심이 커요. 돌아오기 전까지 연기를 안 한 게 10년이 넘어요. 현장이 좋고, 모니터 앞에 천으로 된 의자를 두고 앉아있는 시간이 좋아요. 새 감독, 젊은 배우를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행복해요. 계속 더 하고 싶어요."

많은 이들이 2013년 9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관상'의 신스틸러 한명회로 김의성을 알아봤지만 그의 첫 주연작은 1996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다. 1997년 황금촬영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로 브라운관에서도 활약했으나, 돌연 연기를 그만두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사업에 매진한 적도 있었다. 그를 다시 영화로 부른 이 역시 홍상수 감독이었다.

"그땐 절대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베트남에서 일을 하다가 아버지가 아프셔서 한국에 와 간호를 하고 있는데, 홍상수 감독님이 '가만히 있지 말고 연기하라'고 하셨어요. 한 이틀이면 된다 해서 찍은 게 '북촌방향'(2011)이에요. 왜 내가 이걸 안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할 자신감은 당연히 없었는데 홍상수 감독님이 굉장히 용기를 주셨죠. '네가 하는데 남이 못하는 게 있다'면서요. 이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그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결심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닌데 운 좋게 연기자로 영화를 하게 됐죠."

영화 '소수의견'의 김의성 / 사진=스틸컷

2년을 기다려 개봉한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은 특히 마음에 남는 작품이다. "이러다가 딱 열었는데 되게 재미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영화가 단단했다"는 김의성은 "안쓰러운 자식 같다. 착하고 잘 생겼는데 애가 안 나가니까 그냥 안쓰러운 게 아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소수의견'에서 검사 홍재덕 역을 맡았다. 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진압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을 상대로 한 재판을 담은 법정드라마에서 그의 역할은 악역이나 다름없다. 핵심 증인을 구슬려 거짓을 이야기하게 하는 악덕 검사다. 그가 경력이 일천한 후배 변호사에게 "그런데 이길 수 있겠어"라고 이죽거리는 모습은 얄밉지만 몸서리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따로 배역 없이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던 김의성은 제작사를 찾아가 "왜 나를 안 시키는 지 알 수가 없다"며 욕심을 부려 역할을 따냈다.

"배우가 작품을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죠. 돈을 얼마나 많이 주느냐, 그리고 얼마나 재밌는 캐릭터를 할 수 있느냐. 첫 번째는 매우 부족했고, 두번째가 거의 전부였어요. 그냥 다 좋았어요. 제가 이런 사람을 잘 알아요. 그런 사람이 제 안에도 있어요. 지금의 저와 홍재덕을 가르는 건 아주 작은 차이에요. 제가 만약 고시를 봐야겠다고 생각해 고시를 패스하고, 검사를 할까 말까 하다가 검사를 하고, 공안통 선배가 있어서 그 밑으로 가면 홍재덕처럼 살 수도 있는 거죠. 그 사람이 '나는 어마어마한 나쁜 놈이 되겠어'라고 생각해서 그리 된 게 아니거든요."

영화의 끝부분, 증거 조작 등이 낱낱이 까발려져 검사복을 벗게 된 홍재덕은 상대편 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을 붙들고 말한다. '국가라는 건 말이다, 누군가는 희생을 하고, 누군가는 봉사를 하고, 결국엔 그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거야.'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고백으로 영화를 마무리한 김의성은 "그래서 '나는 믿으면서 그 대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영화 '소수의견'의 배우 김의성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SNS를 통해 야당 당대표에게도 거친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쌍용자동차 해고자를 위해 시위에까지 동참한 소셜테이너 김의성이 하필이면 몹쓸 구악(舊惡)들을 즐겨(?) 연기하게 된 건 참 아이러니하다. 심지어 그는 너무나 실감나게 몸서리치는 구태들을 그려내 보인다. 뜸을 들인 김의성은 "그건 사는 이야기를 좀 해야 한다"며 답을 시작했다. 잠시 숨소리를 죽이며 들었다.

"저희 세대가 교육받고 자라면서 경험한 건 되게 안 좋은 게 많아요. 그냥 살면 되게 못된 사람이 돼 있어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살면 저희들 90% 이상이 성희롱 하고 성추행 하고 그럴 지도 몰라요. 우리 세대가 보기엔 평범한 일인데, 젊은 세대나 여성들, 약자가 보기엔 굉장히 이상한 일인 거죠. 더 애쓰고 조심하고 노력하고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해요. 안 그러면 '꼰대', '개저씨'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어요. 영화에 나오는 그런 모습들은 내가 그냥 나를 드러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습일 수 있어요."

김의성은 "잘, 올바르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세대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희 세대에게 늘 새로운 게 뭔지 보고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더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안 그러면 미움 받는다는 게 지론"이라면서.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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