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② 초아, 유나, 민아의 이야기

아이즈 ize 글 최지은, 황효진 | 사진 이진혁(KoiWorks) | 디자인 정명희 2015. 7. 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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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최지은, 황효진 | 사진 이진혁(KoiWorks) | 디자인 정명희

[편집자주] 반짝이는 메이크업과 타이트한 의상, 무대 위의 AOA는 화려하고 섹시하다. 데뷔 초 치열한 아이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들이었지만 지난해 ‘짧은 치마’-‘단발머리’-‘사뿐사뿐’ 3연타로 AOA는 비교적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심쿵해’로 돌아온 이들은 좀 더 발랄하고 활기찬 얼굴로 첫눈에 반해버린 사랑의 설렘을 노래한다. 지치지 않고 허들을 넘어 여기까지 달려온 AOA를 만났다. 일곱 명의 멤버 각각에게는 너무 열심이어서 조금 놀리고 싶은, 씩씩하면서도 마음이 여린, 가냘파 보이지만 심지가 굳은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있었다.

코르셋 느낌의 밴디지 원피스는 보라킴, 화이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죽 뱅글은 모두 티아도라, 네크리스는 쥬얼카운티, 실버 파이톤 슈즈는 스티브 매든.

굉장히 바쁜 스케줄일 텐데, 피곤한 기색 전혀 없이 스태프들 의견을 듣고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초아
: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저는 타고난 끼가 많은 편이 아니라, 뭐든 모니터한 다음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놓고 시작해야 수월하게 진행되더라고요. 화보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현장에 미리 가서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봐요.

‘심쿵해’ 무대에서 지민에 이어 등장하며 유혹하는 것처럼 관객을 사로잡는 역할을 맡았는데,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초아
: 그동안에는 항상 거울을 보며 제가 생각하는 상과 실제 퍼포먼스가 조금도 어긋나지 않게 연습했거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게 좀 심심한 것 같다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한 동료 아이돌이 칭찬의 의미로 “언니 무대를 모니터해보면 첫 방송부터 마지막까지 달라지는 게 전혀 없어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의상이나 세트의 변화에 따라 좀 더 발랄한 느낌, 화려하고 당당한 느낌을 살리면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눈빛으로 시선을 확 끌어야 하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이번 활동 전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데뷔 전 아르바이트 경험담을 얘기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초아
: 사실 제가 말주변이 좋거나 아주 재밌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녹화 초반에는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다른 분들 얘기 재밌게 듣고 진짜 내 얘기도 조금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방송 보니까 마지막에 한 얘기가 거의 편집 없이 다 나간 거예요. 그동안 주로 섹시 콘셉트로 알려지다 보니 새침해 보인다, 생각 없을 것 같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라디오스타’ 덕분에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감사드려요.

‘입지전적 아이돌’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초아
: 아버지가 가수 하는 걸 반대하셔서 몰래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일단 대학에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르바이트도 하고 MT도 가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친구들이 1학년 때부터 치열하게 학점 관리 하고 취업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방향으로 가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하지 않으면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하니까, 연습생 때도 절실했고 데뷔 후에 성적이 안 좋았어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기서 끝나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특히 ‘흔들려’ 때는 정말 제 모든 걸 다 걸고 했던 것 같아요.

데뷔 후 힘들었던 시기에는 팀의 첫째로서 멤버들을 다독이는 역할도 해야 했을 것 같아요.
초아
: 그런 건 지민이가 잘 해요. 쾌활한 성격이라, 분위기가 좀 어두운 것 같으면 동생들 무릎에 앉아서 격의 없이 장난도 치고 얘기도 많이 하거든요. 저는 너무 연습만 하느라 멤버들을 그렇게 잘 돌봐주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동생들이 그런 모습을 좋게 생각하고 ‘언니 대단해요’라고 말해주면서 같이 열심히 해주는 게 고마워요. 만약 AOA가 처음부터 잘됐다면 지금만큼 사이가 좋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으로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게 있다면 어떤 건가요?
초아
: 일단, 한국어를 잘 못 한다는 걸 알았어요. (웃음) 영업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말로 상품을 판 거라, 저는 나름대로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네 시간 동안 대본 없이 오프닝부터 끝까지 진행도 하고 리액션도 하면서 인터넷 생방송을 해보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말실수라도 할까 봐 피곤해도 정신 바짝 차리고 했어요. 기타줄 끊어졌을 때는 눈물이 날 뻔했는데 꾹 참았어요. 그런데 PD님이 그 울컥하는 모습을 클로즈업하셨더라고요. 그렇게 부족한 모습을 귀엽게 포장해주셔서 제가 사랑받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나는 항상 꾸며야 한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메이크업과 하이힐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초아
: 메이크업. 앉아서 할 수 있는 활동도 있고, 사람은 다리보다 눈을 보면서 얘기하는 거니까 메이크업은 포기할 수 없어요.

스물여섯 살은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워낙 어린 아이돌이 많다 보니 나이로 놀림받기도 하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어때요?
초아
: 예능에 나갔을 때 인스타그램도 할 줄 모르고 유행어도 모른다고 ‘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나이가 많은 건 아니니까 오히려 귀엽게 캐릭터를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여자는 어려야지’ 같은 말들도 하지만, 저는 어린 친구들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더 해본 만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더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연세가 많으시거나 아이돌에 대해 잘 모르시는 선배님들과 말이 잘 통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제가 패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초아
: AOA 밴드에 대해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언젠가 솔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에이브릴 라빈이나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보컬은 좀 록 스타일인데, AOA는 지금 섹시하고 유혹적인 느낌의 댄스곡으로 활동하고 있으니까 녹음할 때 그걸 숨기는 게 제일 힘들거든요. 기회가 있으면 신나는 록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아이돌이 데뷔해서 살아남는 건 정말 힘든 일인데, 지금 막막해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초아
: 제 얘기를 하기엔 쑥스럽고, 얼마 전에 이국주 언니가 해주신 얘기가 있어요. 언니가 10년 동안 무명으로 지내셨는데 동기들 중에 아직도 많이 안 알려진 분들이 계시대요. 그런데 시기나 질투가 아니라 “네가 우리의 희망이고, 내가 그 희망을 보며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으셨대요. 제가 아직까지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라고 할 수 없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타고난 게 많지 않아도 꿈이 있으면 노력해서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그러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죠. 
보디슈트와 스타킹, 뱅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구조적인 힐은 슈즈원, 이어링은 쥬얼카운티, 반지는 모두 드라마홀릭, 캣츠아이 선글라스는 린다페로우 컬렉션 by 한독.
작년부터 점점 AOA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는데, 어떤 때 그게 느껴지나요?
유나
: 행사에 가면 실감이 나요. 데뷔 초에는 어디에 갔을 때 ‘AOA가 누구지?’ 하는 반응이었는데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이 잘되면서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스케줄도 늘고, 갈 때마다 함성소리가 커지는 걸 보면 행복해요. 잠을 좀 못 자긴 하는데 그래도 일이 있고 바쁜 게 좋아요.

멤버가 여러 명이다 보니 그 안에서 나를 어떻게 알려야 할까 고민도 했을 것 같아요.
유나
: 그래도 무대에서 튀려고 하지는 않았고, 그냥 제 리듬으로 갔어요. 계속 모니터하면서 연습하고 새 콘셉트가 나올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웹 드라마 [프린스의 왕자]에 출연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앞머리를 잘랐는데, 헤어스타일에 따라 느낌이 많이 바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아직 뭐가 제일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요.

[프린스의 왕자]의 ‘박유나’ 역으로 연기에 도전했는데, 어떻게 준비했어요?
유나
: 막내 찬미가 웹툰을 좋아해서 [프린스의 왕자]를 쭉 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유나는 이런 캐릭터니까 이렇게 해야 해”라는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제가 맡은 역할이 게임 오타쿠인데,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저도 노래하고 피아노 치는 일에는 푹 빠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촬영 기간이 너무 짧았던 게 좀 아쉬워요.

열아홉 살에 부산에서 올라와 데뷔를 준비했는데, 연습생 생활은 어땠어요?
유나
: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 걱정은 됐어요. 워낙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계속 연습생이니까 우리는 언제 데뷔하나 막연하게 생각했죠. 그런데 그때는 데뷔 하나만 보고 멤버들끼리 똘똘 뭉쳐 밤새 연습하고 야식 먹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휴가도 없이 설날이나 추석 때만 쉬었는데, 친구가 없으니까 쉴 때도 결국 멤버들 만나서 놀며 스트레스 풀었어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갑자기 모여 산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여럿이 잘 지내기 위해 필요한 건 뭔가요?
유나
: 어찌 됐든 단체 생활은 어려운 것 같은데 우리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아무도 안 믿겠지만. (웃음)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멤버들이 대부분 언니나 여동생이 있어서 자매끼리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익숙한 것 같아요. 가끔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지만, 예를 들어 댄스 대열 맞출 때는 좀 대화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심각한 게 아니라 ‘이렇게 가면 좋겠어’ 정도로 얘기하면 되고, ‘숙소에서 나갈 때 TV나 에어컨 좀 끄고 다니자’ 하면 다들 잘 지켜요.

인스타그램에 종종 사진을 올리는 강아지는 집에서 키우는 건가요?
유나
: 네,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와 지내시는데, 바쁘지 않을 때 가끔 가 봐요. 흰 강아지가 데려온 지 5년 된 쫑이고, 갈색 강아지가 2개월 된 크림이에요. 둘 다 토이푸들인데 나중에 돈 벌어서 마당 있는 집을 사게 되면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고 싶어요. 가족도 꼭 있어야 하지만 강아지 여러 마리랑 같이 살고 싶어요.

여동생 서율도 걸 그룹 베리굿의 멤버인데, 선배이자 언니로서 어떤 얘기를 해줘요?
유나
: 사실 동생이 Mnet [보이스 키즈]에 출연했을 때 노래하는 걸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다섯 살 차이라 저를 많이 따라요. 제 사진이나 영상 보내주면서 “언니 너무 예뻐!” 할 때도 있고, 인터뷰 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도 해요. 요즘 많은 팀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제 시작이고, 연습은 항상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무 급하게 마음먹지 말라고 얘기해줘요.

앞으로 사람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어떤 거예요?
유나
: 제 얼굴이 좀 고양이 상인 데다 섹시한 콘셉트로 활동해서 그런지 차갑고 도도해 보인다, 싸가지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팬 사인회 오신 분들이 의외로 밝은 성격이라고 놀라시더라고요. 절대 차갑지 않고, 애교도 많아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저희의 모습을 더 보여드릴 수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싶어요.

MBC MUSIC [어느 멋진 날]에서는 중국 하이난에 다녀왔는데, 또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어디에 가 보고 싶어요?
유나
: 미국,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이 달 말에 KCON 2015 USA 공연을 하러 가거든요. 잠깐이라도 거리를 걷고 카페에 앉아 있는 외국인들이 나오게 기념사진 찍고 싶어요. 아무래도 말은 못 걸겠지만. (웃음) 그리고 라스베가스에 특히 가보고 싶어요.

만약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면 얼마까지 걸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나
: 지금요? 안 돼요. 아직 걸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새틴 소재의 톱과 쇼츠는 서울 시크 바자, 웨지힐은 게스 슈즈, 이어링은 쥬얼카운티, 실 팔찌는 모리, 엔젤 바지는 피버리쉬 앤 너티.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거죠? ‘사뿐사뿐’ 때는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활동을 거의 못했잖아요.
민아
: 무대에 서는 게 연기나 화보촬영보다 어려운 일이긴 한데, 저는 활동기가 가장 재미있거든요. ‘사뿐사뿐’ 끝나고 저도 감정을 추스르고 출연했던 드라마도 마무리가 되니까 갑자기 확 공허해지는 거예요. 멤버들은 각자 개인활동을 하느라 바쁘고요. 혜정이랑 저는 맨날 활동을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이번 앨범이 정말 간절했던 거죠. 게다가 오랜만에 멤버도 일곱 명 다 있고, 이전과는 약간 다른 스타일의 곡을 받았고, 공도 많이 들였으니 너무 긴장되고 들떠서 컴백 무대 전날 밤에는 잠이 안 오더라고요. 거의 밤을 새웠어요. 엄청 후회돼요. 그때 자둘걸! 

‘사뿐사뿐’ 때도 그랬지만, ‘심쿵해’에서도 민아 씨 파트는 길진 않지만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민아
: 팬분들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사실 제 파트에 안무가 제일 없거든요? 쉬운 동작만 하면 돼요. 안무 운이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편하게 하는데도 예뻐해주시니까 참 좋아요. 딱히 목소리 톤 덕분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처음에는 제가 메인보컬도 아니고, 비염이 심해서 콧소리도 많이 나다 보니 저 스스로 제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한 번씩 팬분들이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목소리라고 말씀해주셔서 자신감이 좀 생기고 있어요.

하지만 유명한 건 무대 실수 모음 영상이죠. (웃음)
민아
: 하… 저는 왜 그럴까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유독 잘 넘어지는 멤버들만 늘 넘어져요. 저랑 혜정이요. 정신이 좀 없나 봐요. 그러다 보니 제가 팬분들한테 바보 같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 편인데, 처음에는 창피하고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삐지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그게 재미인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실수도 가끔 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팬분들이 그걸 인간적으로, 귀엽게 봐주시니까 어느 순간 매력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늘! 도도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웃음) 팬미팅이나 사인회에서 조용히 있으면 다들 ‘너 왜 시크한 척하냐’, ‘피곤하냐’ 그렇게 물어보시길래 ‘이것도 아닌가? 난 도도한 건 포기해야 하나?’ 싶어요. 그냥 제 이미지대로 살려고요.

부산 출신이라 표준어를 익히는 것도 어렵지 않았나요?
민아
: 진짜 어려웠어요.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들은 얘기가 사투리를 빨리 고치라는 거였어요. 이런 게 너무 발음하기 어려운 거예요. 월요일, 금요일. 글자가 ‘금.요.일’인데 왜 ‘그묘일’로 읽어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FT아일랜드 선배님들도’라고 발음해야 할 걸 ‘FT아일랜드 선배님들또~’ 이러고. 그런 작은 부분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책을 소리 내서 읽는 방법으로 사투리를 고쳤어요. 그런데 요즘에도 긴장이 약간 풀어지면 나와요. 엄마나 십몇 년 지기 단짝 친구를 만나고 나면 엄청 쓰게 되더라고요. 

언제부터 서울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건가요?
민아
: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올라갈 때 바로 서울로 왔어요. 가족 말고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 보니 걱정되고 답답하고,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서울 지리도 익힐 겸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밖에 나가서 걷기 시작했어요. 아무 생각을 안 하게 되니까 기분이 너무 좋은 거예요. 아, 생각이 많을 때는 산책을 해야겠구나, 싶었어요. 하다 보니 운동도 되고요. 지금도 산책을 자주 하는데 좋아하는 코스가 딱히 있는 건 아니에요. 무조건 평지면 돼요. 시간상으로는 비만 오지 않는다면 새벽이 제일 좋고요. 어둡고, 바람도 적당히 시원하니까 요즘 같은 계절에는 더 좋죠.

누군가 알아보진 않아요?
민아
: 산책할 때보다는 대중교통을 탈 때 알아보더라고요. 예전에는 메이크업을 지우고 밖에 혼자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저는 특히 머리색이 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어린 꼬맹이들이 “어, 민아 누나!”, “민아 언니 맞죠?” 이래서 당황스러워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 거잖아요. 제 이름을 알고, 제 얼굴을 알아봐주고…. 그래도 대중교통은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것 같아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힐링이 돼요. 맨 뒷자리에서 음악을 듣고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학창시절 같은 느낌도 들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그러기가 힘들지 않나요?
민아
: 가끔 너무 힘들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생각이 많을 때는, 새벽에 조용히 연습실로 가서 음악을 틀어놓고 가사나 글을 썼어요. 그게 좋은 글이 됐든 우울한 글이 됐든 상관하지 않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요. 이게 외로움을 타는 건가요? 잘 모르겠는데, 혼자 있는 게 조금 무서워졌어요. 문득 외로워지거나 괜히 우울해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멤버들을 붙잡고 TV도 보고 산책도 하고, 연습실에도 같이 손잡고 가서 수다 떨고 그렇게 지냈어요. 어느 순간부터 노래방도 굉장히 많이 가고요. 신나는 곡은 많이 안 부르고 랩이나 발라드를 엄청 불러요. 속이 뻥 뚫려요. ‘우리 언니 잘돼라’ 싶어서 첫 곡이랑 끝곡은 거의 지민 언니 걸로 해요. (웃음)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일 거침없는 멤버라 이렇게 차분한 성격인 줄은 몰랐어요. 안성댁 성대모사나 전갈춤 흉내 같은 건 따로 연습하는 건가요?
민아
: 연습생 때는 개인기도 공부였어요. 개인기를 준비하라고 하시니까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하고 그랬는데, 뭐 ‘축구 개인기’ 이런 것만 나오고 스트레스도 심하더라고요. 그렇게 준비해봤자 재미도 없고 보시는 분들이 생각하기에는 ‘저게 뭐지?’ 이런 느낌인 거죠. 이제는 TV를 보다가 특이한 사람이 나오면 그냥 따라 해보고, 멤버들이 웃으면 ‘다음에 개인기로 이걸 해봐야겠다’ 하는 식으로 발전을 시켜요. 더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요즘에 조금 욕심을 내고 있는 건 영화 [차이나타운]에 나오는 홍주라는 캐릭터예요. 약간 정신이 이상한 역할인데 배우분이 너무 연기를 잘하셔서 “어, 짱이다!” 하면서 계속 다시 보고 있어요.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겠죠.

약간 망가지는 것도 개의치 않나 봐요.
민아
: 전혀요. 늘 예쁜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지만, 이미 헤어 스타일링이랑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외모보다 더 업그레이드가 되는 거잖아요. 이미 플러스가 많이 돼 있는 상태인데 거기서 이미지 관리를 더 하겠다고 쭈뼛쭈뼛 하고 있으면 저 스스로 더 피곤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평소에 제가 아주 장난기 많은 성격도 아니지만, 딱히 걱정은 안 해요. 저는 망가지는 데 원래 거리낌이 없으니까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면 또 이런 부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잖아요. 나중에, 정말 나중에 제가 우주 대 특급 스타가 된다 해도 (웃음) 변하지 않을 부분인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걸까요?
민아
: 많은 건 바라지 않고, 오해 없이 깨끗한 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시크하고 도도하다거나 밝다거나 하는, 겉으로 보이는 고정된 이미지 말고요. 어떤 표현이 정확할까요? 그냥 저 자신을 알아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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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황효진
아트디렉터. 정명희
사진. 이진혁(KoiWorks)
스타일리스트. 황정희
헤어. 선애, 서영(순수)
메이크업. 강미, 모란(순수)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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