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크로드 中신장> ③ 서역에 부는 한류열풍 "런닝맨 보고, 한국과자 먹고"

2015. 7. 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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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열기에 한국 과자 공장도

한국 드라마 열기에 한국 과자 공장도

(우루무치·베이툰<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한국 드라마요? '보고 또 보고'랑 '대장금'부터 시작해서 줄잡아 수십편은 봤지요."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도 좋았지만 김수현보다는 이민호 팬이에요. 예능은 '런닝맨'이죠."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등이 이끄는 한류 바람이 거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서역(西域)의 관문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자치구에서도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현지 날씨 못지않은 뜨거운 한류 열풍을 만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중국 정부의 '신장행'(新疆行) 취재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 기자에게 친근함을 표하려고 그동안 접했던 한국 드라마 한두편 정도를 화제 삼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신장에서 마주친 이들마다 남녀노소, 한족과 소수민족을 가리지 않고 한국 드라마나 TV 예능 프로그램을 자세히 거론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서 쉽사리 식지 않는 한류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신장자치구 최북단 아러타이(阿勒泰)에서 만난 아러타이지구정부 신문판공실의 카자흐족 부주임 라하트(熱哈提)씨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소개에 반색하더니 박물관 안에 진열된 카자흐족 전통악기를 집어들고는 대장금 주제가를 연주했다.

특히 젊은층은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의 최근 내용과 이민호와 수지 등 한류 스타 커플의 소식, 불과 수일 전에 불거진 이종석과 박신혜 열애설까지 끄집어내어 질문을 퍼붓곤 했다.

신장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는 한족 여대생 궈웨(郭越)씨는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도 멋있지만 제일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이민호"라며 얼굴을 붉혔다.

서북쪽 끝 카자흐스탄과의 접경도시인 타청(塔城)에서 만난 위구르족 여성 마리야(馬利亞·53)씨도 "한국 드라마를 보면 가족 사이의 끈끈한 정과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을 느낄 수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어머니(70)도 10여년 전에 접한 '보고 또 보고'와 '인어아가씨'가 제일 좋았다며 옆에서 거들었다.

최근 한국과 중국 간의 우호적인 분위기는 대중문화 한류뿐만 아니라 의외의 만남에서도 피부로 느껴졌다.

우루무치(烏魯木齊)시 동북부 수이모거우구(水磨溝區)의 노인문화센터를 찾았을 때 만난 저명 서예가 타오옌(陶然·75)씨는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2013년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 작품을 선물했다"며 해당 작품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등 난생처음 보는 한국 기자를 열렬하게 환대했다.

이처럼 한국과 가장 멀리 떨어진 중국땅 신장까지 한류 바람이 불어왔지만 한국 기업들에 이곳은 여전히 미개척지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외국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들에도 신장은 아직 쉽게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은 곳이다.

최근 '일대일로' 등 경제구상으로 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동부 연해지역과 비교하면 인프라나 교통 등 여건이 전반적으로 여전히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멀리 신장에 첫 걸음을 내디딘 한국 기업과 예기치 않게 마주쳤다.

지난달 29일 찾아간 신장자치구 북부 소도시 베이툰(北屯)시. 시가 2010년부터 개발중인 베이툰공업단지 안에 유일한 외국기업으로 제과회사인 오리온이 입주해 있었다.

애초 참관일정에는 오리온 공장 건설현장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베이툰시 관계자들이 '신장행' 취재단에 한국 기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원래 일정을 부랴부랴 바꿔 포함시켰다고 했다.

하오리여우(好麗友·좋은 친구)라는 현지 브랜드로 이미 중국 과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베이툰에 총 5천만달러(568억원)를 투자해 감자로 만든 과자원료인 '감자 플레이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9월 시험가동에 들어가는 1차 공장과 2018년 완공 예정인 2차 공장을 합치면 연간 2만t(톤)의 감자 플레이크가 이곳에서 생산돼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과 선양(瀋陽),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에 있는 오리온 공장 다섯 곳에 공급된다.

오리온의 투자에 중국 언론과 신장자치구 정부 관계자 등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차이나데일리의 쉬웨이 기자는 "초코파이와 당완파이(카스타드)로 친숙한 하오리여우가 이렇게 멀리 신장에까지 진출해 있는 줄 몰랐다. 이 지역 외자기업 유치에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총괄인 박현수 상무는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베이툰시와의 협력관계 덕에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중국에서 하오리여우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좋은데다 이 지역에 드문 글로벌기업 진출 사례다 보니 시에서 세금 감면이나 각종 인센티브 등 다양한 혜택은 물론 소소한 민원까지 자기들 일처럼 챙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만 8년째 근무 중인 양승국 차장은 신장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러시아에 있는 자사 공장과 연계, 중앙아시아 지역 진출 계기로 삼겠다는 장기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차장은 다만 "우리 공장은 원료 제조설비라는 점, 이곳의 감자 품질이 중국 최고수준인 점 등을 고려해 신장 진출을 결정했지만 완제품 시장 규모나 인프라 등 여러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것 같다"며 "한국 기업들이 신장 진출을 고려할 때 이런 점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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