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테크 대주주 SBI도 외상 담보대출 피해 책임 있다"

2015. 7. 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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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피해 하청업체들

"SBI 추가투자 믿고

외담대 받아들여"

SBI "추가 투자 말한적 없다"

"에스비아이(SBI) 대주주는 경영부실(을) 외주업체, 납품업체(에) 떠넘기지 마라. 못 살겠다. 돈 내놔라. 소기업 다 죽는다."

지난 5월 말부터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그린테크놀로지 공장 앞에 나붙은 현수막이다.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그린테크가 부도나면서 피해를 본 하청업체들이 내걸었다. 피해업체들이 왜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걸까.(<한겨레> 7월6일치 1·8·9면)

이는 하청업체들의 피해를 키운 '외담대'(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발행이 대주주와 관련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체 피해액 가운데 80%가량이 외담대에 기인한다. 외담대는 어음의 '변종'으로 구매기업(원청)이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면, 이를 담보로 대출받은 판매기업(하청)이 대출금을 대신 상환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그린테크는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현금결제를 외담대로 돌렸다. 회사는 갑작스런 결제 방식 변경에 불안해하는 하청업체를 불러 모아 간담회를 이어갔다. 회사 쪽은 대주주인 에스비아이가 올해 초 200억~300억원대 추가 투자 계획이 있다면서 하청업체의 불안을 달랬다.

삼성 갤럭시 에스(S)와 노트 시리즈에 들어가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생산하는 그린테크의 대주주는 재일동포 출신 손정의(손 마사요시·58)씨의 소프트뱅크가 한국에 세운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다. 에스비아이의 그린테크 지분은 70%가 넘는다. 2013년 그린테크의 경영권을 인수한 에스비아이팬아시아투자전문회사엔 국민연금이 20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했다.

대주주의 이러한 배경과 추가 투자 예정은 실제 하청업체들이 외담대를 받아들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20일 주요 협력사 24곳과 함께 그린테크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ㅇ전자 사장은 "에스비아이의 돈이 들어오면 그린의 재무 사정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뒤를 받치고 있다고 들었다. 물품대금 명목으로 대출해서 쓴 돈을 내가 대신 은행에 갚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와 하청업체들은 외담대로 89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에스비아이 쪽은 <한겨레>에 "실무자 선에서 추가 투자가 거론된 적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이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린테크 쪽이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하청업체에 흘렸다는 얘기다. 한부영 그린테크 전 사장은 "검토를 많이 했으나 매출이 오르지 않아 매각 쪽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대주주와 회사의 책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에스비아이와 회사는 부도가 나 하청업체들이 외담대로 인한 피해를 입을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았으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에스비아이로부터 중요 경영사항을 보고받는 국민연금 또한 움직이지 않았다. 6일 <한겨레>가 입수한 '그린테크놀로지 현황 및 보고 자료'를 보면 "5월26일 도래하는 지급어음에 대한 지급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부도 발생)"임을 적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그린테크가 부도나기 최소 한달 전에 국민연금에 보고됐다.

심지어 그린테크와 대주주는 5월18일 법정관리를 신청해놓고도 하청업체에 이 사실을 숨긴 채 같은 달 26일 부도가 날 때까지 계속 납품을 받아 하청업체들의 피해를 키웠다.

안산/류이근 최현준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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