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스콤 북한서 5억달러 벌고 송금 못해 고민..경쟁사 '강성네트망'도 등장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북한 국영 이동통신사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1일 보도했다.
VOA는 “오라스콤이 5억달러가 넘는 현금 잔고의 본국 송금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북한에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OTMT)은 새 회계감사 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지난 3월31일 현재 오라스콤의 재무재표를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스콤이 대주주로 있는 북한 휴대전화 회사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는 증가 추세가 꺾인 상태다. 잔고는 북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외화로 환전하지 못하고 북한 원화로 계속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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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리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
보고서는 현금 잔고를 이집트 파운드화로 표시하고 있는데, 현재 환율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 말 5억4800만달러까지 늘었지만, 지난 3월 말에는 5억3900만달러로 줄었다. 이는 북한의 공식 환율을 적용한 추산치로 이 액수 그대로 환전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100원 대의 공식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8000원 대의 암시장 환율을 적용한다면 현금 잔고의 외화 가치가 떨어져 오라스콤으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
회계감사 보고서도 북한에는 자유로운 외환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사업상의 주요 장애물로 꼽았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면서 고려링크의 수익금을 이집트 본사로 보내기가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고려링크와 경쟁하면서 영업상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같은 재무, 영업상의 장애물들을 없애기 위해 오라스콤은 북한 당국과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고려링크와 북한의 국영 이동통신사의 합병도 포함돼 있다.
북한 당국은 일단 합병 추진에 동의했으며 오라스콤 경영진은 합병이 성사될 경우 북한 사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2011년에 고려링크와는 별도로 ‘강성네트망’이라는 제2 이동통신사를 설립했다며 오라스콤이 강성네트망과의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분석했다.
오라스콤은 이미 지난해 9월 말 회계감사 보고서에서 현금 수익을 외화로 바꿔 본국으로 송금하는 문제를 북한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회계감사 보고서는 이 같은 이유로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를 ‘비유동성 금융자산’으로 처리하면서 별도의 특기사항으로 계속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말 북한 내 서비스를 시작한 고려링크는 지난 2013년 5월 가입자 수가 200만을 돌파할 정도로 사업이 급신장했지만 그 뒤 더 이상 가입자 수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 ‘노스 코리아 테크’(North Korea Tech)가 오라스콤 측으로부터 받은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가입자 수가 2백40만명을 넘어섰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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