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파는 출판사, 요리하는 음반사, 술 파는 책방..종횡무진 하는 장르 믹스 앤 매치

박찬은 2015. 7. 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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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팔고 책도 대여해주는 서점, 웬만한 바(bar)보다 많은 술을 보유한 북카페, 전국 유명 빵을 모아서 파는 출판사, 전문 셰프의 요리와 함께 공연을 즐기는 인디 레이블 키친까지. ‘그게 되겠어?’라는 주변의 시선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좋아서’ ‘재미있으니까’ 같은 이유로 장르의 믹스 앤 매치를 시도하는 곳들이 급증했다.

전국 유명빵 소환한 위즈덤하우스의 식품 편집숍 ‘ZADO랭킹샵’

없어서 못 판다는 신촌 만나역 크림빵, 대학로의 기부천사로 불리는 함무바라 고로케, 강남 3대 빵집 중 하나인 노아 베이커리의 ‘오묘해’, 파주 대표 빵집 따순기미의 수제 한우버거. 유명 빵과 고로케부터 강냉이, 잼, 아몬드에 주류까지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들이 모두 모여 있다면? 그리고 그곳을 오픈한 곳이 베스트셀러 <미생>을 펴낸 출판사라면? 2월 신림역에 문을 연 신개념 식품 편집숍, ZADO(자도) 랭킹샵이 그곳이다. 합정동의 대형 카페인 ‘빨간책방’ 카페에 있을 때부터 이미 많은 인기몰이를 해온 50여 종의 빵과 케이크는 그 맛이 검증된 상품들. 특히 만나역 크림빵, 오페뜨의 캐럿쁘티 케익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있다. 한달에 한번 빵&케이크 랭킹 베스트5를 공개한다. 수십 명의 시식단이 1년 이상 전국을 돌며 찾아낸 음식들이 모여 있다니 한번 방문해볼까.

10:00~21:30, 070-4142-1995

Mini Interview

‘왜 출판사는 빵집으로 갔을까?’ | 자도랭킹샵 마케팅팀 임태순

왜 출판사가 식품숍을 냈나요?위즈덤하우스는 최근 출판업계의 불황에 따라 신규 사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컬처카페를 표방한 빨간책방 북카페를 합정동에 오픈하기로 하고, 회의 도중 위즈덤하우스 연준혁 대표가 “전국의 유명한 맛집을 한 곳에 모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시작이었죠.

그럼 빵만 파는 것이 아닌가요?빵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식품 전부를 취급합니다. 위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여 ‘가장 맛있는 것을 모은 식품 편집숍’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 하고 신규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전국의 맛집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맛있는’이라는 기준도 애매한데요.입맛 까다로운 20대부터 40대의 남녀 20명으로 구성된 전문 시식단을 꾸려 1년 6개월여 동안 총 2만여 개의 식품을 하나하나 맛보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만을 모았습니다. 그 중 화학첨가물이 든 식품, 품질이나 생산과정이 미심쩍은 상품은 탈락시키고 걸러진 상품이 약 200여 개의 과자, 음료, 베이커리, 건어물, 견과류, 주류 등이었죠. 나름 알려진 2만개의 상품 중 200여 개를 걸러낸 것입니다.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지난해 6월 오픈한 빨간책방에서 서울시내 유명 베이커리의 제품을 모아 ‘숍인숍’ 개념의 자도랭킹샵을 시작했죠. 그리고 지난 2월 신림동에 본격적인 식품편집숍인 자도랭킹숍을 오픈했습니다. 6월에 오픈할 신촌 3호점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5호점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IT밸리에 레스토랑 연 인디 레이블, 커먼뮤직

라트라페
매주 금요일, 식탁이 있던 자리는 무대가 된다. 그리고 연진(라이너스의 담요), 단편선, 씨없는수박 김대중, 잠비나이, 최고은 등 걸출한 인디 뮤지션들이 홍대 문화가 낯선 IT 회사원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 아시안체어샷, 아톰리턴즈 등이 속해 있는 레이블 커먼뮤직이 지난 3월, 판교테크노밸리에 정체불명의 공간을 오픈했다. 홍대의 문화공간을 판교로 옮기고자 판교에 있는 IT인들이 의기투합해 커먼키친이라는 레스토랑을 만든 것. 높은 임대료와 먼 거리 때문에 처음엔 ‘판교에서 하자’는 IT 지인의 제안을 고사했다는 황규석 대표.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던 음악 서비스 ‘24hz’팀에서 함께 일했던 지인이 투자자까지 구해오고, 판교에 음악 관련 관련한 회사가 많이 몰려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황대표는 판교버전 복합음악문화공간을 떠올린다. IT밸리 판교의 H스퀘어 N동 지하에 위치한 ‘커먼키친’은 특별한 인테리어도 없고, 계단과 입구도 처음엔 찾기 힘들다.
갈치속젓 파스타
점심메뉴로 인기 있는 수제 함박정식, 인기몰이 중인 차돌라면과 갈치속젓파스타 등 전문 셰프가 요리하는 양질의 요리를 선보이는 가운데, 매주 금요일마다 이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린다. 수도원맥주 ‘라트라페’를 독점납품 받으며 먹물 반죽에 튀긴 ‘오징어먹물 칼라마리’, 직화로 구운 ‘반건조 노가리’, 바삭한 껍질이 일품인 ‘크리스피 오겹살’ 등이 인기다. 11:00~02:00(공휴일 휴무), 031-696-7788

신간 빌리고 와인 마시는 서점 ‘명동 북파크’

화이트와 레드 와인은 미국산 스택와인으로 샤도네이 1잔 6000원
여행 책을 쌓아놓고 한 편에서 재잘재잘 배낭여행 계획을 짜는 여대생들, 와인을 마시며 예술 사진 책을 보고 있는 직장인들. 인터파크도서가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신관 지하 1층에 새로 오픈한 ‘명동 북파크’가 다른 서점과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좌석’과 비싼 예술서적마저도 선뜻 빌릴 수 있는 ‘대여 시스템’이다. ‘북파크’라는 이름에 걸맞는 ‘책 테마파크’이랄까. 게다가 계산하지 않은 책은 들고 앉을 수 없는 카페에 버젓이 들고 들어가 무려 ‘와인’까지 시켜 마시며 책을 구경할 수 있다. “훼손 가능성이 많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정효선 매니저는 “대부분 깨끗하게 잘 보셔서, 생각보다 훼손 가능성이 적다”며 답한다.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매달 500~600여 명 정도가 방문한다는 북파크는 130여 평의 공간에 여행전문서적, 문학, 경제경영, 자기계발, 종교, 어린이 책 등 2만권 이상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명동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서점인 영풍문고가 사라진 후 들어선 인터파크가 내놓은 회심의 대책은 ‘독자들을 위한 편의의 모든 것’인 듯 싶다. 미술을 전공한 점장답게 회전 책장을 이용한 동선, 들어오는 입구부터 아기자기한 패브릭 소품과 아이디얼한 리빙 제품으로 화사한 느낌을 선사한다. 곳곳에 원목의자, 롱테이블까지, 앉을 공간이 풍부해 바닥에 철퍼덕 앉아 책을 보지 않아도 된다. 인터파크도서에서 구입한 도서를 직접 받을 수 있으며, 현장 구입도 가능하다. 대여료는 1주에 2000원, 2주 3000원으로 최대 5권 대여 가능하며 책 가격당 보증금이 있다. 2권 이상 대여 후 반납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 공짜다. 오프너나 잔 없이 마실 수 있는 스택와인이 4월부터 판매 중이며, 머핀 2000원, 에스프레소 2800원으로 가격도 착하다.

10:00~21:30, 02-6004-7391

‘주간다실, 야간살롱, 상시서점’ 에디토리얼 카페 ‘비플러스’

‘샬롯의 여름’은 샬롯 브론테에게서 따왔다.(좌), 직접 담근 샹그리아(글라스 8500원)는 종종 품절 사태를 빚는다(우)
커피광이었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에게 헌정한다는 커피 ‘무슈 발자크’, 샬롯 브론테의 동생 이름에서 따온 밀크티 ‘에밀리의 아침’, 홍차에 우유얼음을 넣은 시원하고 달콤한 ‘샬롯의 여름’. 메뉴 이름에서부터 ‘책’과 ‘문학’을 애정하는 주인장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단골 출판사들이 가져다 놓고 간 신간들, <아발론 연대기> 같은 레어템, 만화책 코너도 눈에 띈다. B+ 진짜 푸딩·리코타 치즈 아이스크림·레몬치즈케이크로 이뤄진 ‘수제 삼둥이 디저트’, 파울라너 헤페바이스(370㎖, 7900원)와 수많은 종류의 에일 맥주, B-side 메뉴에 이르기까지 메뉴에 직원들의 철저한 ‘편집(Edit)’이 가미돼 있다. 북카페인데도 불구, 일단 술 종류가 무진장 많다. 각종 세계 맥주와 레드·화이트·스파클링 와인은 물론이요, 진토닉, 보드카, 데낄라, 프로야구 생중계 시 맥주를 할인해주는 ‘야맥(Baseball Beer)’과 버킷 세트(세계 맥주 5병)까지. 직원들이 직접 <맥주를 편집하다>라는 타블로이드도 발간할 만큼 열심이다. 오픈한 지 5년째지만 비플러스가 여전히 작가 인터뷰 촬영이나 저자들의 만남, 편집자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이유에 대해 신달애 매니저는 ‘편하게 느끼시는 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기자 출신 작가, 도서 및 IT 개발자인 김진아 대표는 최근 <위스키 대백과>라는 실용서도 냈다. 책과 술, 카페를 애정하는 주인장의 손길을 느껴보고 싶다면 방문해볼 것. 12:00~02:00(일 23:00), 02-3143-0905

영화인들이 만든 카페 ‘키노빈스’ ‘커피+음식+문화’로 놀다!

전망 좋은 펜트하우스 같은 건물의 옥상에 학생들이 들락날락거린다. 지난 4월 서강대 아루페관(동문회관) 11층으로 이사한 ‘키노빈스(KINOBEANS)’는 영화인들이 만든 커피 기업으로, 이근욱(신문방송 04), 이병현(신문방송 06). 대관사업, 상영회와 수익금의 일부를 대학생 영화지원사업, DMC 단편영화 페스티벌, 다양성 영화에 재투자하며 ‘키노엔터’라는 배급사를 차린 뒤 <자, 이제 댄스타임>이라는 영화도 내놨다. 돈가스 덮밥과 파채가 어울린 ‘돈파이더맨’ 등 대학가에 회자되는 각종 음식과 함께 다양한 문화행사도 개최한다. 옥상을 이용한 ‘옥상낙원 페스티벌’, 오후 4시 테라스로 대학생들을 불러모아 제한된 시간 내에 누가 더 딥슬립을 하는가를 겨루는 ‘서강인 낮잠 컨테스트’도 이들 작품. 무료로 ‘루프탑 파티’를 열고,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 생중계를 한 것도 그 중 하나였다. 물론 ‘영화’라는 본질도 안 잊었다. 지난 5월 29일 아루페관 11층에서 진행된 ‘미드나잇 인 시네마’에 이어 6월 1일에는 ‘다양성 영화 상영회’도 가졌다. 주말과 휴일에 주로 대관과 자체 기획 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개국 유기농 인증을 받은 블루마운틴 커피와 영화 이름을 접목한 ‘닭벤져스:마요네즈의 시대’, ‘돈파이더맨:잃어버린 파채를 찾아서’, ‘소타워즈:굴 소스의 역습’ 등은 타 대학 학생들의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메뉴.

10:30~20:00, 02-703-7005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요리하는 북 콘서트

북콘서트 포스터 &copy;북스피어
저자가 나와 책 소개를 하며 독자들과의 대담이 진행되는 북 콘서트에서 음식 냄새가 풍길 일은 없다. 하지만 최근 미야베 미유키의 <맏물 이야기>를 히트시킨 장르문학 출판사 북스피어는 소설 속 ‘맏물’ 요리를 직접 무대 위에서 시연하며 이 과정을 북 텔러리스트 성우들이 애드립을 하는 ‘연극형’ 요리 콘서트를 열었다. 시작은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사족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요리는 모두 실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책 속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정동 세실극장에서 치러진 북 콘서트에서는 푸드스타일리스트 차리다 팀의 쿠킹 클래스가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 책 속 각종 맏물을 뚝딱뚝딱 그럴 듯하고도 먹음직스럽게 재연하고, 내로라하는 북텔러리스트 성우들의 코믹성 애드립은 시종일관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이나 마일리지를 주는 편이 책 판매에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얼핏 쓸데 없어 보이는 이런 공연은 어디까지나 ‘그간 출판계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으니까 일단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보자’라는 김홍민 대표의 ‘야매성’에서 기인했음은 의심할 바가 없다.

음식 영화와 만난 호텔...<심야식당>과 글래드 호텔 여의도

“오믈렛 하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배우 다케오치 유코가 등장하는 드라마 <런치의 여왕>을 빼놓을 수 없죠.” 글래드 호텔 여의도의 크리스 최 셰프가 현란하게 계란을 풀며 ‘부드러운 오믈렛’의 비결을 설명한다. 라이브 쿠킹 쇼가 끝나자, 가로 14m, 세로 4.5m의 초대형 LED의 초대형 미디어 월에서 영화 <심야식당>이 상영된다. 스파클링 와인과 필스너 맥주가 믹스된 와인맥주, 데킬라 원료에 레몬 향을 첨가한 레몬맥주를 손에 든 관객들이 퇴근 후 심야식당에 모여 맥주로 피로를 푸는 영화 속 주인공들을 바라본다. 영화가 끝나자, 영화에 나왔던 감자 고로케, 문어 소시지 등이 도시락에 담겨 관객들에게 서브된다. 지난 6월 24일 진행된 ‘글래드 호텔×심야식당 힐링 무비 나잇 패키지’의 현장은 뜨거웠던 예매 열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아베 야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심야식당>에서 도쿄 번화가 뒷골목의 작은 선술집 주인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는 손님들의 허기와 마음을 달래줄 음식을 만든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스트리퍼, 폭력배, 게이 등 기존의 비주류 인물이 이곳에 들러 ‘문어 소시지’, ‘계란말이’ 등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허기진 멘탈을 채우는 영화 내용처럼 관객들 역시 환호하며 쿠킹쇼와 디너를 즐겼다.

[글 박찬은 사진 허준석(그루픽쳐스), 각 브랜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85호(15.07.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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